폐버스·고시원 욕조에 쏠린 분노…청년 82.6%가 임차로 사는 현실과 정책의 거리

황희 의원 ‘버스하우스’는 개인 아이디어…논란 뒤 삭제·사과
국토부 ‘고시원 욕조 금지 폐지’ 행정예고는 여론 수렴 뒤 재검토
청년가구 82.6% 임차·최저주거기준 미달 8.2%…논쟁 뒤 남은 주거비 문제

폐버스를 개조한 청년주택, 고시원 방 안의 욕조.

두 아이디어가 한 달 사이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나는 여당 의원의 개인 제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규제개선안이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반응이 컸던 이유는 비슷했다. 청년주거 문제의 현실과 해법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지를 다시 묻게 했기 때문이다.

정부 자료에서 확인되는 숫자는 더 직접적이다. 청년가구의 82.6%가 임차로 살고 있으며, 월소득의 20.3%를 월 임대료로 지출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8.2%로 일반가구 3.8%의 두 배를 넘는다.

폐버스 1만 가구…두 시간 뒤 사라진 제안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7일 네덜란드의 선박 개조주택 사례를 거론하며 폐기되는 버스를 청년 단기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버스하우스’를 제안했다.

버스 한 대당 개조비를 약 5000만원으로 가정해 1만 가구를 공급할 경우 약 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그러나 비판이 커지자 게시글을 삭제하고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역시 당의 공식 입장과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사흘 뒤 황 의원은 다시 사과했다. 청년들의 임시주거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였지만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청년에게 폐버스에 살라고 했다’고 정리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여당 중진 의원의 제안이었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청년주거 정책의 현실 인식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임시 거처가 아니라 안정적인 주택 진입 기회라고 비판했다. 이는 야당의 정치적 평가다.

‘고시원 욕조’는 정부안…그러나 재검토

고시원 욕조 논란은 성격이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8월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최근 고시원이 학습공간보다 1인 가구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기존 호실 내 욕조 설치 금지와 학습시설 구비 의무 등 안전과 직접 관련성이 낮다고 본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년 주거환경 개선의 우선순위가 욕조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국토부는 8월 21일 국민 의견을 반영해 욕조 설치 완화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직 확정 시행된 제도가 아니라 행정예고 과정에서 다시 검토에 들어간 사안이다.

82.6% 임차…욕조보다 먼저 보이는 숫자

청년주거 현실을 보여주는 정부 통계는 다른 곳을 향한다.

정부의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년가구의 82.6%가 임차 거주하고 있다. 평균 월세는 39만4000원이며 월소득의 20.3%를 임대료로 지출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가구 비율은 8.2%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26~2030년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 주거비 지원 확대와 수도권 공공주택 착공 등 주거지원 사업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폐버스와 고시원 욕조를 정부 청년주거 정책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정책의 규모와 별개로 청년이 체감하는 주거 불안과 정책 메시지가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다.

Next Insight 분석 | 청년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거처’인가, ‘주거 사다리’인가

폐버스와 고시원 욕조는 같은 정책이 아니다. 하나는 철회된 개인 아이디어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행정예고했다가 재검토 중인 규제완화안이다.

그런데 두 사안이 비슷한 반발을 불러온 이유는 청년주거 문제에서 이미 누적된 숫자와 만났기 때문이다.

임차 82.6%, 최저주거기준 미달 8.2%, 월소득의 20.3%를 차지하는 임대료.

청년에게 새로운 형태의 거처를 만드는 실험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시원의 현실을 반영해 낡은 규제를 손보는 것 역시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주거정책의 성과는 ‘어디에서 살게 할 것인가’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더 나은 주거로 이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언젠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남아 있는가.

폐버스와 욕조를 둘러싼 논란 뒤에 남은 질문은 결국 그곳에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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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국무조정실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 및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국토교통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일부개정 고시안」·8월 21일 재검토 설명자료, 황희 의원 버스하우스 제안·사과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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