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법’…제주 실종·중수청·조희대 제청의 공통 쟁점

경찰의 허위 종결 의혹부터 새 수사체계와 대법관 제청 논란까지…사법개혁의 성패는 결국 ‘국가가 잘못했을 때 다시 열 수 있는가’에 달렸다

“법은 시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할 보편적 원칙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대한변호사협회 제34회 변호사대회 축사에서 법과 국민 기본권을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는 ‘법의 지배’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사법제도 변화의 최종 기준으로 국민 기본권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표현이지만 핵심은 같다.

제도는 바뀔 수 있어도 권력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마지막 기준은 국민이어야 한다.

제주 실종사건이 드러낸 것은 ‘수사 실패’보다 통제의 실패다

제주 장미란씨 실종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제로 실종자와 연락하지 않은 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혐의가 수사되고 있다. 다른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유사한 혐의가 추가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수사만으로 경찰의 허위 종결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별개의 문제는 분명하다.

담당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나 기록으로 국가의 수색 자체가 멈출 수 있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시스템의 취약성이다.

법치주의는 공무원이 항상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 위에 세워지는 제도가 아니다. 경찰도, 검사도, 판사도, 대통령도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서로의 권한을 견제하도록 만든 것이 권력분립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의 핵심도 결국 ‘두 번째 눈’이다

오는 10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출범하면 공소 기능은 공소청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하는 구조로 바뀐다.

중수청은 경찰공무원과 공소청·공수처·법원 공무원의 일정한 직무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검찰청이 사라지면 경찰을 견제할 기관도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기관 하나를 새로 만든다고 견제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과 중수청이 모두 행정안전부 체계 안에 놓이는 만큼 실제 사건에서 얼마나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검증돼야 한다. 경찰 고위직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도 수사가 흔들리지 않는지가 진짜 시험대다.

제주 사건은 더 어려운 문제도 던진다.

경찰 내부에서 사건 자체가 잘못 종결돼 외부로 나오지 않는다면 중수청은 무엇을 근거로 수사할 것인가.

그래서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 하나를 더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사건 종결의 이중 승인, 객관적인 확인자료, 수정·삭제가 남는 감사기록, 정기적인 외부점검처럼 ‘사건이 사라지는 순간’을 발견하는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제청 논란도 같은 원칙으로 봐야 한다

대법관 후보 제청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갈등 역시 본질은 권한의 경계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 국회에 동의권,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나눠놓은 구조다.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최종 사전조율 없이 후보를 서면 제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서는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기존 관행과 달랐다는 것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헌법에는 제청 전 대통령과 반드시 후보를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동시에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단순한 형식적 절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제청권과 임명권의 경계는 정치적 불쾌감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흔들림 없는 법’은 상대방에게만 요구하는 원칙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보편적 원칙’이 의미를 가지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권한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권한을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대법원장 역시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과 기준을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경찰은 내부 구성원의 잘못을 외부에서 검증받아야 하고, 중수청 역시 자신이 잘못했을 때 다른 장치에 의해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권력분립의 핵심은 어느 기관이 더 강한가가 아니라, 각 기관의 권한이 어디에서 멈추는가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제주 사건을 검찰개혁의 결과로 연결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는 정치적 인과관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장미란씨 사건은 새 중수청·공소청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 발생했다. 일반적인 실종자 발견 업무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와 직접 동일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주 사건을 곧바로 “검찰개혁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이 새 제도에 던지는 경고는 유효하다.

경찰이 잘못된 결론을 내렸을 때 누가 다시 보는가.

사건이 공소청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누가 발견하는가.

중수청이 경찰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디에서 다시 검증하는가.

사법개혁의 핵심은 권력을 어느 기관에 넘겨주느냐보다, 그 기관이 틀렸을 때 국민에게 ‘두 번째 문’이 존재하느냐에 있다.

개혁의 목적은 기관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출범은 제도다.

경찰개혁도 제도다.

대법관 임명절차도 제도다.

하지만 제도는 목적이 아니다.

국민이 실종신고를 했을 때 국가가 끝까지 확인하고, 수사가 잘못됐을 때 다시 검증받으며, 권력기관 사이의 갈등 때문에 재판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흔들림 없는 보편적 원칙’을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자의적 국가권력의 통제’를 말했다.

김 헌재소장은 ‘국민 기본권’을 말했다.

세 원칙을 하나로 압축하면 결론은 단순하다.

검찰도 법 아래 있어야 한다. 경찰도, 중수청도, 대법원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든 권력기관 위에 놓여야 할 기준은 기관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다.

결국 대한민국 사법개혁이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국가가 잘못했을 때 국민에게 그 결정을 다시 열 수 있는 두 번째 문이 있는가.”

그 문을 어느 기관도 마음대로 닫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흔들림 없는 법’이 현실에서 증명되는 방식이며, 앞으로 사법개혁의 성패를 판단할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대한변호사협회 제34회 변호사대회 축사
  • 대통령실·대법원 대법관 제청 관련 발표
  • 경찰청 제주 실종사건 수사 및 제도개선 자료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관련 법률 및 국회 자료

#이재명대통령 #제주실종사건 #중수청 #조희대 #대법관제청 #사법개혁 #법치주의 #국민기본권 #권력분립 #NextInsightNews

카카오톡으로 Next Insight News 받아보기
하루 1~2회, 꼭 봐야 할 주요뉴스와
Next Insight 분석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Ch+ Next Insight News 채널 추가
기사제보·문의도 카카오톡 채널에서 받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