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장수인의 공통점…술·담배 절제와 ‘소식’의 의미

국내 100세 이상 8,604명…10년 만에 2.7배 증가, 최고령 조사 응답자는 116세

재가 고령자 75.8% 평생 음주·흡연 모두 안 해…59.7%는 ‘절제된 식생활’을 장수 비결로 꼽아

그러나 90%는 만성질환 보유…장수의 본질은 ‘병이 없는 삶’보다 ‘병과 함께 오래 버티는 능력’에 있었다

100세를 넘겨 사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을까.

값비싼 건강식품을 먹었을까.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까. 아니면 결국 장수는 타고난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일까.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인구주택총조사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는 이 질문에 상당히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2025년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만 100세 이상 인구는 8,604명​이었다. 직전 조사인 2015년 3,159명보다 5,445명 늘어 10년 사이 2.7배가 됐다. 조사에서 확인된 최고령 응답자는 116세였다. 전체 10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여성은 83.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숫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의 생활 방식이다.

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100세 이상 고령자 4,280명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 75.8%는 평생 술과 담배를 모두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장수 비결을 묻자 가장 많은 59.7%가 ‘소식(小食) 등 절제된 식생활’​을 꼽았다.

그런데 동시에 이들의 90.0%는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 숫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수의 공식’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든다.

100세 이상 인구 8,604명…‘100세 시대’가 통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더 이상 극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 3,159명이었던 100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는 8,604명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172.4%다.

여전히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최근 10년간 증가 속도는 오히려 남성이 더 빨랐다.

100세가 개인의 특별한 사례에서 하나의 인구집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제 장수를 연구할 때도 유명한 장수 노인 한 사람의 식단이나 생활습관보다 수천 명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국가데이터처 조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번째 숫자, 75.8%…100세 노인 4명 중 3명은 술과 담배를 모두 멀리했다

시설에 살지 않는 조사 대상 100세 이상 고령자의 86.9%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79.6%는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음주와 흡연을 **둘 다 한 적이 없는 사람이 75.8%**였다. 현재도 술과 담배를 모두 하는 사람은 0.4%에 불과했다.

상당히 강렬한 숫자다.

그러나 여기서 곧바로

“술과 담배를 끊으면 100세까지 산다”

는 결론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는 100세에 도달한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 특성을 조사한 관찰적·기술적 통계다. 금연·금주 집단과 흡연·음주 집단을 수십 년 동안 무작위로 나눠 수명을 비교한 실험이 아니다.

또 조사 대상 100세 이상 인구의 83.4%가 여성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100세 이상 여성들은 1920년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로, 당시 한국 여성의 흡연·음주 문화 자체가 현재와 크게 달랐다.

따라서 75.8%라는 숫자 전체를 금주·금연의 인과효과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무리다.

그럼에도 흡연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과 장수가 서로 관련된다는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4년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80세 이상 고령자 5,222명을 추적했다. 이 가운데 1,454명이 100세에 도달했다.

연구진이 흡연·운동·식사의 다양성을 종합한 건강생활점수를 분석한 결과,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보다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약 61% 높게 나타났다. 특히 ‘평생 비흡연’, 현재의 운동, 다양한 식단이 각각 100세 생존 가능성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즉 이번 한국 조사에서 나타난 금연 패턴은 국제적인 장수 연구 결과와도 상당 부분 방향이 일치한다.

두 번째 숫자, 59.7%…100세 노인들이 스스로 꼽은 장수 비결 1위는 ‘소식’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 가운데 하나는 장수 비결 순위다.

100세 이상 고령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장수 비결을 복수응답으로 물었더니,

소식 등 절제된 식생활 59.7%

규칙적인 생활 44.5%

유전적 요인 32.1%

낙천적인 성격 25.8%

순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인 운동을 꼽은 비율은 **12.0%**였다. 원만한 가족생활은 11.9%였다.

언뜻 보면 상당히 의외다.

건강에 관한 거의 모든 조언에서 강조되는 운동보다 ‘적게 먹는 것’을 훨씬 많은 장수자가 중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59.7%는 실제 섭취 열량을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고령자 본인이 자신의 장수 이유라고 생각하는 응답이다.

따라서 이것을

‘소식의 장수 효과가 운동보다 5배 크다’

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소식’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일부 근거는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지원한 CALERIE 임상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2년간 열량 섭취를 줄이는 연구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목표로 했던 25%보다 적은 평균 약 12%의 열량 감소를 실제로 유지했다.

그 결과 일부 노화 관련 생체지표와 근육의 건강 관련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DNA 메틸화 지표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약 2~3% 느려진 결과도 보고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과장은 금물이다.

NIA는 동물에서는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린다는 연구가 많지만 사람에게서 실제 수명이 연장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장기간의 대규모 추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더욱이 100세를 넘긴 고령자에게 젊은 사람과 같은 방식의 강한 칼로리 제한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초고령자에게는 오히려 근감소증과 영양부족이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 말하는 ‘소식’은 굶는 식생활이라기보다 과식하지 않고 필요한 영양을 꾸준히 섭취하는 ‘절제’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운동이 12%에 불과했다고 해서 운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정기적인 운동을 장수 비결이라고 답한 사람이 12%에 불과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를

“100세까지 사는 데 운동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고 해석하면 잘못이다.

앞서 언급한 JAMA Network Open 연구에서는 현재 운동을 하는 80세 이상 고령자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10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다. 운동 상태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장수 관련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벼운 신체활동이나 중·고강도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건강한 노화와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수 비결’과 ‘과학적으로 장수와 연관된 요인’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이 구분이 이번 통계를 읽는 데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숫자, 90%…100세가 됐다고 질병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가장 의외의 결과는 따로 있다.

100세 이상 조사 대상자의 90.0%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고혈압 56.7%,
관절염 39.9%,
치매 29.1%,
당뇨병 15.7%

순이었다.

흔히 ‘장수 노인’이라고 하면 평생 병원 한번 가지 않고 건강하게 산 사람을 떠올린다.

실제 통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00세까지 살았다고 해서 질병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장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준다.

장수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 능력’보다 ‘질병이 있어도 치명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능력’일 수 있다

90%라는 숫자를 뒤집어 보면 100세 이상 가운데 만성질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수의 목표를

‘평생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 것’

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혈압, 관절, 혈당, 인지기능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질병의 존재 자체보다

얼마나 늦게 발생했는가,
얼마나 잘 관리됐는가,
일상생활 기능을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가,
한 질환이 다른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얼마나 천천히 진행됐는가

일 수 있다.

의학에서는 단순한 수명(lifespan)과 함께 건강수명(healthspan)​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0세까지 사는 것과 100세까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100세 노인들이 보여준 또 하나의 특징…사람을 계속 만났다

식사와 술·담배만큼 눈에 띄는 데이터가 하나 더 있다.

10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50.8%는 따로 사는 자녀·친척·이웃·지인·요양보호사 등을 한 달에 10회 이상 만났다.

전체 평균은 월 12.7회였다.

반대로 한 달 동안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았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대략 계산하면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누군가를 만났다는 의미다.

사회적 관계와 건강 사이의 연관성 역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심혈관질환,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치매 및 조기사망 위험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노년기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장수자의 생활에서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누구와 계속 연결돼 있느냐

도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낙천적인 성격’ 25.8%도 그냥 넘길 숫자가 아니다

10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25.8%는 자신의 장수 비결로 낙천적인 성격을 꼽았다.

이 역시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래 산다”는 식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리 상태와 사회적 관계, 생활습관은 서로 연결된다.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고, 식사와 수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기 쉬우며, 질환 관리와 약 복용을 지속할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장수는 하나의 생활습관보다는 여러 작은 위험을 수십 년 동안 줄여온 결과라고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유전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

이번 조사에서도 32.1%가 유전적 요인·장수 집안을 자신의 장수 비결로 꼽았다.

초장수에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연구는 꾸준히 존재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운명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JAMA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참가자가 이미 80세 이상이라는 점이다.

그 나이까지 살아남은 사람들 안에서도 비흡연·운동·식사의 다양성을 함께 실천한 집단이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가장 높은 건강생활점수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보다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1.61배였다.

유전자가 출발선을 결정할 수는 있어도 생활습관은 여전히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장수에는 ‘한 가지 비법’이 없었다

이번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 가장 잘못 읽기 쉬운 부분은 하나의 숫자를 장수의 비밀로 만드는 것이다.

소식 59.7%라고 해서 적게 먹는 것 하나가 장수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금주·금연 75.8%라고 해서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100세까지 사는 것도 아니다.

만성질환 90%라고 해서 건강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세 숫자를 동시에 봐야 한다.

과식을 피하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 같은 위험요인을 줄이고,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계속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생긴 만성질환은 관리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여기에 유전적 요인과 의료환경, 경제·사회적 조건이 오랜 기간 함께 작용한다.

장수는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 하나가 만들어내는 결과라기보다 작은 위험을 오랜 시간 반복해서 줄이는 과정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75.8%’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지 않은 행동의 누적이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지 않은 하루는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과식하지 않은 한 끼도 특별하지 않다.

하루를 규칙적으로 보내고 잠깐 걷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도 극적인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10년, 30년, 50년 누적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수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특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은 대부분 극적인 행동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행동이다.

건강산업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장수식품과 보충제, 운동법이 등장한다.

그러나 100세를 실제로 넘긴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 오히려 훨씬 평범한 것들이 반복된다.

90%의 만성질환이 우리에게 던지는 더 중요한 질문

이번 조사에서 가장 통찰력 있게 볼 숫자는 어쩌면 59.7%도 75.8%도 아니라 **90%**일 수 있다.

100세를 넘긴 사람 10명 중 9명도 병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현대인의 건강 목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병이 하나도 없는 노년’을 기대하기보다,

질환 발생을 최대한 늦추고, 발생한 질환은 제대로 관리하고, 근육·인지능력·사회관계와 일상생활 능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건강장수의 목표일 수 있다.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반드시 100년 동안 완벽하게 건강했다는 뜻이 아니다.

질병을 피했을 수도 있고, 질병이 생긴 뒤 오랫동안 관리하며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해야 장수와 건강수명을 구분할 수 있다.

결론…100세의 비밀은 ‘무엇을 더 했느냐’보다 ‘무엇을 오래 절제했느냐’에 가까웠다

국가데이터처가 조사한 우리나라 100세 이상 고령자들의 모습에서 하나의 만능 장수법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몇 가지 반복되는 패턴은 분명했다.

75.8%가 평생 술과 담배를 모두 하지 않았고,
59.7%가 절제된 식생활을 자신의 장수 비결로 꼽았으며,
44.5%는 규칙적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한 달에 10차례 이상 다른 사람을 만났다.

동시에 90%는 만성질환을 안고 있었다.

이 숫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100세를 만드는 특별한 음식 하나도, 운동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과식하지 않고,
담배를 멀리하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몸을 계속 움직이며,
사람과 단절되지 않고,
질병이 생기면 관리하는 것.

이런 평범한 행동들이 수십 년 동안 겹쳐져 있었다.

다만 이것을 100세까지 살기 위한 보장된 공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국가데이터처 자료는 장수자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조사이지 특정 생활습관이 수명을 몇 년 늘렸는지를 증명하는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한 세기를 살아온 수천 명의 삶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국제 장수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상당 부분 겹친다.

장수는 어떤 특별한 것을 갑자기 시작하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것을 오랫동안 줄이고 좋은 습관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데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116세 장수자의 존재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뿐 아니라, 병이 생긴 뒤에도 얼마나 오래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

100세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바로 그 건강한 생존의 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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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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