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게 2400만원·유흥주점 등 155만원 향응 받고 수사정보·개인정보 유출…서울남부지법 “비난 가능성 매우 크고 죄책 무겁다”

- 10년 넘게 형사·수사부서 근무한 경찰관이 브로커와 결탁…사건 담당 동료에게 반복 접근해 수사 상황 탐문
- 경찰 전산망에서 사건관계인 개인정보까지 무단 조회…“메시지 삭제하라” 범행 은폐 정황도
- 징역 2년·벌금 3000만원·2555만원 추징…수사 개시 후 경찰에서 파면
- 경찰 수사권 커지는 상황에서 더욱 뼈아픈 내부 부패…‘한 경찰관의 일탈’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
국민의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자신의 수사 경험과 경찰 내부 정보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금품과 유흥주점·마사지 접대를 받은 뒤 특정 사업가와 관련된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내고, 경찰 전산망에서 사건 관계인의 개인정보까지 조회해 외부로 전달한 전직 경찰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2026년 8월 10일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이모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약 2555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이미 파면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문제는 한 명의 경찰관이 직장을 잃고 형사처벌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관만 접근할 수 있는 수사정보와 개인정보가 현금과 향응을 대가로 외부에 흘러나갔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국가 수사시스템 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사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년 10개월 동안 2400만원…유흥주점·마사지 접대까지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이씨의 범행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이씨는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2022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2년 10개월 동안 브로커 조모씨로부터 총 2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현금뿐만 아니었다.
이씨는 1인당 약 70만원 상당의 고가 유흥주점 접대를 두 차례 받고 마사지 업소 접대까지 받는 등 총 155만원 상당의 향응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품과 향응을 합치면 법원이 추징을 명령한 금액은 약 2555만원에 이른다.
경찰관에게 술이나 식사를 한두 차례 제공한 정도의 사건도 아니다.
금품 제공이 수년간 이어졌고 그 대가로 실제 경찰 수사정보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사건의 심각성이 크다.
돈 받은 뒤 동료 경찰에게 접근…“수사 어디까지 됐나”
문제는 금품수수 이후의 행동이다.
이씨는 브로커가 부탁한 사업가와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 반복적으로 접근했다.
자신이 직접 담당한 사건이 아니었는데도 동료 경찰관들에게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물으며 정보를 탐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이상 서울 지역의 형사·수사부서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이용해 다른 수사관들에게 접근하고 정보를 얻어낸 셈이다.
경찰 내부의 인적 네트워크와 수사 경험이 범죄 수사를 위한 자산이 아니라 브로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경찰 조직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력과 동료 간 신뢰가 오히려 범행을 용이하게 만들었다면 조직 차원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경찰 전산망까지 열어 개인정보 조회
더 심각한 부분은 경찰 내부 전산망을 이용한 행위다.
이씨는 사건 관계인들의 개인정보를 경찰 전산망에서 무단으로 조회한 뒤 이를 브로커를 통해 외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전산망에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접근권한이 주어지는 이유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이지, 사적인 부탁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고 타인의 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따라서 경찰관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이를 외부로 빼돌리는 것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가 경찰관에게 맡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거래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뇌물수수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판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명의로 조회했다…메시지는 삭제하라”
범행 이후의 정황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씨는 수사정보를 전달하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명의로 조회한 것이므로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메시지를 읽은 뒤 삭제하도록 요구하는 등 범행을 감추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단순히 업무상 실수로 정보를 전달했다거나 개인정보 취급 규정을 제대로 몰라 발생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찰 내부망에서 자신의 접근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정보 전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행동했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특히 10년 이상 형사와 수사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이라면 수사기밀 유출과 개인정보 무단 조회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일반인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험이 범죄를 막는 데 사용된 것이 아니라 범행의 흔적을 감추는 방법을 아는 데 활용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브로커는 사업가에게 4억 5700만원 받아
사건의 구조는 단순한 경찰관 개인의 금품수수보다 더 복잡하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조씨는 사업가에게 ‘수사 담당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약 4억 57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전직 경찰관 이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사업가는 해당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법인 자금 약 3억 69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씨와 함께 기소된 브로커와 사업가에 대한 1심 재판은 계속되고 있으며 다음 공판도 예정돼 있어 이들의 혐의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경찰관 이씨에게 내려진 1심 판결과 나머지 피고인들의 혐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찰은 불구속 송치…검찰 보완수사 뒤 구속기소
수사 과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경찰은 2025년 7월 이씨 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수사정보 전달 과정과 범행 은폐 시도 등을 추가로 확인했고, 2026년 2월 이씨와 브로커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사업가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지난 3월 첫 재판에서 자신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법원 “공정성과 청렴성 요구되는 경찰이…죄질 좋지 않아”
서울남부지법은 이번 사건을 무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알선의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행위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실제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해 수사내용을 알아내고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취득·전달한 점, 뇌물을 받은 기간과 금액 등을 고려해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 기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부양가족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결국 재판부는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3000만원, 약 2555만원의 추징을 결정했다.
징역 2년, 무거운 처벌인가 가벼운 처벌인가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징역 2년이 적절한가라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현행 뇌물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인 뇌물수수는 제2유형에 해당한다.
이 유형의 권고 형량은 감경영역 징역 8개월~2년, 기본영역 1~3년, 가중영역 2~4년이다. 양형위원회는 또 2년 이상 장기간의 뇌물수수,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경우 등을 일반적인 가중요소로 정하고 있다. 반대로 진지한 반성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감경에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이번 사건은 뇌물수수 외에도 알선뇌물수수와 개인정보 관련 범죄 등이 함께 기소돼 있어 단순히 뇌물 액수만으로 실제 적용된 양형 범위를 계산할 수는 없다.
다만 약 2년 10개월간 범행이 지속됐고 실제 수사정보 및 개인정보 유출까지 이뤄졌다는 사건의 특성과 법원이 자백·초범·부양가족 등을 참작했다는 사정을 함께 봐야 징역 2년이라는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
2555만원의 문제가 아니다…“공권력은 얼마에 거래될 수 있는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은 뇌물액 2555만원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경찰 부패의 피해액은 받은 돈의 액수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수사 대상자가 돈과 브로커를 이용해 수사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사건 관계인의 정보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법 집행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다.
돈이나 인맥이 없는 국민은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기다려야 하는데, 누군가는 브로커와 경찰관을 통해 내부 상황을 알아낼 수 있다면 법 앞의 평등은 형식적인 구호로 전락한다.
특히 수사받고 있는 사람에게 수사기관 내부정보가 사전에 전달될 경우 증거인멸이나 진술 조작, 관련자 회유 등 2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경찰관의 수사정보 유출은 일반 공무원이 업무상 비밀을 흘린 것보다 훨씬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성실한 경찰관들에게도 가장 큰 피해
경찰 부패 사건이 발생할 때 또 하나의 피해자는 묵묵히 원칙을 지키는 다수의 경찰관이다.
위험한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밤새 사건을 수사하며, 금품이나 청탁을 거절하는 대부분의 경찰관들까지 일부 부패 경찰 때문에 국민의 의심을 받게 된다.
“경찰에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사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돈을 쓰면 수사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찰 조직 전체의 수사력과 권위가 떨어진다.
따라서 부패 경찰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경찰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명예와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더욱 커지는 경찰 수사권…내부통제도 그만큼 강해져야
이번 사건은 앞으로 경찰의 수사 역할이 더욱 커지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경찰청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대비해 후속조치 TF를 가동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 경찰의 수사 책임과 권한은 더욱 커지게 된다.
권한이 커진다면 내부통제 역시 그에 비례해 강해져야 한다.
경찰 전산망에서 특정 사건이나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 단순히 접속기록만 남기는 수준을 넘어 업무 관련성이 없는 반복 조회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민감한 사건을 비정상적으로 조회한 경우 감사 부서에 경보가 전달되는 방식의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담당자가 아닌 경찰관이 특정 사건의 진행 상황을 반복해서 문의할 경우에도 그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통제가 필요하다.
마침 같은 날 경찰청은 ‘내부비리 신고 강화’ 발표
공교롭게도 이번 판결이 나온 8월 10일, 경찰청은 내부비리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내부비리를 스스로 신고한 경찰관에게 일정 요건 아래 징계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하고,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내부비리 신고 포상금 예산을 현재 연간 약 2700만원 수준에서 1억원으로 확대해 수사기밀 유출과 같은 내부 부패 신고를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방향은 타당하다.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비리는 외부인이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고 제도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비리를 신고하는 경찰관이 조직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전산조회 기록에 대한 상시 감사와 금품·향응 비위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 명의 일탈’이라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이씨는 이미 경찰에서 파면됐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람 한 명을 조직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막기 어렵다.
왜 한 경찰관이 약 3년에 걸쳐 브로커에게 돈과 향응을 받으면서도 범행이 지속될 수 있었는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조회를 내부 시스템에서 더 일찍 발견할 수 없었는지, 사건 담당 경찰에게 반복적으로 접근한 정황을 조직적으로 탐지할 방법은 없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경찰에게 수사권이 주어지는 이유는 국민이 그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수갑을 채울 권한, 개인정보를 조회할 권한, 사람을 조사할 권한, 사건을 수사할 권한은 모두 국민이 경찰에 맡긴 공적 권력이다.
그 권력을 돈이나 술자리와 바꾸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국민이 맡긴 공권력을 사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된다.
이번 서울남부지법 판결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부패 경찰 한 명이 받은 돈은 2555만원이었지만, 그로 인해 훼손된 경찰 조직의 신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부패가 적발될 때마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는 것보다, 부패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내부에서 발견했을 때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아직 1심 판결이다. 향후 항소 여부에 따라 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며, 브로커와 사업가에 대한 재판 역시 진행 중이다. 따라서 관련자들의 최종 법적 책임은 앞으로의 사법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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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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