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흥행 11억 달러 돌파·관객평가 97%… 전편 IMAX 필름 촬영이라는 무모한 도전이 만든 압도적 스케일
수천 명 엑스트라·실제 배·거친 바다·6개국 로케이션… “컴퓨터 앞에서 만든 신화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 신화를 세웠다”

영화 기술이 생성형 AI와 가상 제작, 디지털 합성의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2026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가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를 영화화한 《오디세이(The Odyssey)》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장편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IMAX에 따르면 놀란과 촬영감독 호이터 판호이테마가 이 작품에 사용한 IMAX 필름은 무려 210만 피트에 달한다. 대규모 풍경과 전투 장면뿐만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장면까지 IMAX 필름으로 찍었다.
결과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었다.
7월17일 북미를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4주 만에 세계 흥행수입 11억 달러를 돌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흥행액 기준으로 놀란 감독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됐다. 미국·캐나다 IMAX에서만 1억4,7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IMAX 역대 북미 최고 흥행 기록도 세웠다. 한국에서는 8월5일 개봉했다.
흥행뿐만 아니다. 8월11일 현재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489명 기준 94%, 2만5,000명 이상의 인증 관객 평가에서는 97%를 기록하고 있다. 3시간에 가까운 고전 서사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관객 만족도다.
3,000년 된 이야기가 왜 지금 관객을 움직였나
《오디세이》의 원작은 약 3,000년 전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방랑을 그린다. 영화에서는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를 맡았으며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 샤를리즈 테론 등이 합류했다.
놀란은 원작을 단순하게 충실히 재현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영화화 과정에서 고대 관객과 현대 관객의 차이에 주목했다. 호메로스 시대 관객은 오디세우스와 키클롭스, 세이렌, 트로이 목마 등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사시에는 영화적인 의미에서의 ‘설정(setup)’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놀란은 현대 관객을 위해 사건의 복선을 새롭게 만들고, 서사시에서 반복되는 부분을 덜어내면서 약 3시간짜리 영화 구조로 다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오디세이》는 고대 신화의 박물관식 복원이 아니라 현대적인 전쟁영화이면서 귀향극이고, 동시에 가족에 관한 영화가 됐다.
오디세우스는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고, 잔혹하며, 때로는 오만하고 자신 때문에 부하들이 위험에 처한다. 놀란이 영화의 중심에 둔 것은 그런 영웅이 전쟁과 폭력의 끝에서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행위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질문이다. 놀란 자신도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욕망과 밖에서 수행해야 하는 책임 사이의 긴장이 자신의 여러 작품을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영화의 진짜 목적지는 이타카라기보다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
“수천 명이 필요하면 실제 수천 명을 세운다”
《오디세이》 제작 방식을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주연 맷 데이먼이다.
모로코 에사우이라 해변에서 첫 촬영을 했던 그는 현장에 도착해 수천 명의 사람과 트로이 목마, 거대한 해변 세트가 실제로 펼쳐진 모습을 보았다고 회상했다. 데이먼은 놀란이 화면에 수천 명이 필요하다면 사람을 컴퓨터로 복제하는 대신 실제 수천 명을 데려오는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앤 해서웨이의 촬영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참여한 촬영에는 매일 수백 명의 배우와 보조출연자들이 완전한 의상을 착용한 상태로 현장에 나왔다. 히메시 파텔은 세트에 들어가면 배우가 상상해야 할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갑옷이 있고, 배가 있고, 병사들이 있고, 눈앞에 실제 장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촬영 전 검술 훈련까지 받았다.
이 차이는 연기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린스크린 앞에서 배우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나 군대, 바다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한다면 표정과 시선, 몸의 긴장 역시 상당 부분 ‘연기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배우가 실제 파도 위에 있고 실제로 비를 맞고 있으며 주변에 수백 명의 배우가 서 있다면 반응의 일부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생리적인 반응이 된다.
놀란의 방식이 화면에서 묘한 무게감을 만드는 이유다.
거친 바다는 그래픽이 아니라 정말 거친 바다였다

촬영은 2025년 91일 동안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 6개국에서 진행됐다. 맷 데이먼은 각각의 촬영지가 다른 영화였다면 그 영화 전체에서 가장 어려운 로케이션으로 꼽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위에서 진행된 촬영도 상당 부분 실제 바다에서 이뤄졌다.
앤 해서웨이가 오디세우스와 배에 오르는 장면을 촬영하던 날에는 파도가 실제로 거셌고, 아이슬란드 촬영에서는 배우들이 혹독한 추위와 옆으로 몰아치는 비를 견뎌야 했다. 자연 상태의 비가 부족하면 특수효과팀이 대형 호스로 배우들에게 물을 뿌리기까지 했다.
더 놀라운 장면도 있다.
거친 바다에서 오디세우스의 배 주변으로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장면을 보고 상당수 관객이 CGI라고 생각했지만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 바다에서 촬영된 실제 돌고래였다.
촬영 마지막 주에는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대형 수조에서 오디세우스의 배 복제품을 실제로 침몰시키며 촬영했다. 통제된 스튜디오 세트조차 편하게 찍지 않았다. 대형 제트엔진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물과 바람을 배우들에게 쏟아부었다.
맷 데이먼은 결국 이 영화를 두고 영화 촬영이라기보다 탐험(expedition)에 가까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CG도 AI도 하나도 없는 영화”라고 하면 정확하지 않다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오디세이》가 전편을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영화 전체에 CGI나 디지털 시각효과가 단 한 장면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신화적인 존재를 구현하는 일부 장면에는 디지털 효과가 사용됐다. 예를 들어 키클롭스 장면에는 디지털 시각효과가 들어갔다고 평가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 영화를 “AI를 쓰지 않은 영화”라고 단정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디지털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대신 실물과 실제 장소를 가능한 한 카메라 앞에 놓고, 그것을 IMAX 필름으로 기록한 영화”다.
그리고 오히려 이 차이가 《오디세이》의 예술적 의미를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기술을 거부한 영화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과 현실을 대체하지 않도록 사용 순서를 뒤집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IMAX 카메라의 최대 약점까지 해결했다

그동안 IMAX 필름 카메라로 장편영화 전체를 찍기 어려웠던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카메라가 크고 무거운 것도 문제였지만, 필름을 고속으로 이동시키면서 발생하는 기계소음이 매우 컸다. 대규모 액션 장면에는 사용할 수 있어도 배우 얼굴 가까이 카메라를 놓고 조용한 대화를 녹음하기가 어려웠다.
놀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IMAX 측에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요구했다.
그 결과 차세대 ‘Keighley’ IMAX 필름 카메라와 함께 카메라 기계음을 억제하는 특수 방음 장치인 이른바 ‘블림프(blimp)’가 개발됐다. 이를 통해 대규모 풍경뿐 아니라 동시녹음이 필요한 인물 간 대화까지 IMAX 필름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됐다.
놀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방음장치 때문에 배우들이 상대 배우를 보는 시선이 카메라에 가리는 문제가 생기자 거울을 이용해 상대 배우의 얼굴을 렌즈 옆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까지 고안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오디세이》의 IMAX가 단지 산과 바다를 크게 보여주기 위한 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까지 IMAX의 스펙터클로 만든다.
거대한 화면에서 오히려 얼굴이 중요해진다

IMAX라고 하면 흔히 거대한 전투와 폭발, 산맥이나 바다를 떠올린다.
그러나 놀란은 IMAX가 가진 또 다른 특성을 강조한다. 거대한 화면과 세밀한 필름 이미지가 결합하면 풍경뿐 아니라 피부, 눈빛, 땀과 흙 같은 작은 질감까지 관객 앞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는 IMAX의 매력에 대해 거대함과 동시에 냄새와 맛, 촉감까지 상상하게 하는 일종의 친밀함과 육체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오디세이》의 미학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광대한 바다를 보여주다가 다음 순간 오디세우스의 얼굴을 가득 채운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점처럼 작아지지만, 다시 클로즈업되면 관객은 그 인간의 피로와 공포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IMAX는 화면을 ‘크게 만드는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을 신화의 크기로 확대하는 장치에 가깝다.
관객들은 왜 IMAX에 열광했나
숫자를 보면 관객이 단순히 영화 자체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영 방식까지 찾아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개봉 첫 주말 《오디세이》는 전 세계 IMAX에서 5,2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전체 글로벌 개봉수입의 약 20%가 IMAX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 세계 41개 IMAX 70mm 필름 상영관에서는 스크린당 평균 약 15만3,000달러라는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그리고 개봉 4주째에는 북미 IMAX 누적 흥행 1억4,730만 달러를 넘기며 IMAX 역사상 북미 최고 흥행 작품이 됐다.
이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OTT가 일반화된 시대에도 관객이 “이 영화만큼은 집에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 다시 극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오디세이》의 97%에 달하는 로튼토마토 관객평가에서도 “큰 스크린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 촬영의 아름다움과 힘, 세부 묘사, 반복 관람 등에 대한 호평이 두드러진다.
작품성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디세이》가 호평 일색인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논쟁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놀란이 얼마나 바꿨는가에서 발생했다.
원작에 비해 신들의 개입을 크게 줄였고, 오디세우스 특유의 익살과 교활함보다 전쟁을 겪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강조했다. 일부 여성 인물과 중요한 에피소드가 삭제되거나 의미가 바뀌었다.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두고 고전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정교한 구조에 비해 정서적으로 차갑다는 평가, 몇몇 장면이 흐름을 멈춘다는 평가, 일부 현대적인 대사가 고대 서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작품으로서의 《오디세이》가 흥미로워진다.
놀란은 호메로스를 그대로 화면에 옮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화 세계 안으로 호메로스를 끌어들였다.
시간, 기억, 책임, 가족, 죄책감, 귀환이라는 놀란의 오랜 주제가 3,000년 전 서사시와 겹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고전의 삽화가 아니라 분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됐다. 놀란 역시 원작의 보상 구조를 현대 영화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복선과 구조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10만 피트의 필름이 던지는 질문
오늘날에는 컴퓨터 한 대와 생성형 AI만으로도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다도 만들 수 있고 수천 명의 군대도 만들 수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도시와 괴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놀란은 수백 명의 스태프를 이동시키고, 수천 명의 사람에게 의상을 입히고, 실제 배를 만들고, 비를 맞으며 6개국을 돌아다니고, 다루기 어려운 IMAX 필름을 210만 피트나 사용했을까.
그 답은 《오디세이》의 화면 자체에 있다.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 그 순간 카메라 앞에 존재했다는 감각은 이미지에 미세하지만 분명한 무게를 부여한다.
배우가 바람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맞고, 파도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흔들리는 배 위에 서 있으며, 군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백·수천 명의 사람과 마주한다. 배우의 신체와 자연환경, 렌즈와 필름 사이에서 발생한 우연까지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간다. 제작 과정에 대한 배우들의 증언을 보면 놀란이 추구한 것은 바로 이런 물리적 몰입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맷 데이먼이 촬영을 마치며 했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영화산업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디세이》를 촬영하는 내내 자신이 영화를 처음 시작했던 시대를 떠올렸으며, 이런 방식의 영화를 다시 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디세이》는 결국 ‘영화관이 왜 존재하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오디세이》의 가장 큰 성취를 ‘IMAX 최초’라는 기술 기록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영화는 3,000년 전 인간이 불과 목소리로 전했던 이야기를 21세기의 가장 거대한 아날로그 영화기술로 다시 들려주는 작품이다.
신화는 첨단기술을 만나지만 인간의 육체를 버리지 않았고, 디지털 효과를 사용하면서도 현실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았다. 그 결과 관객은 단지 오디세우스의 여행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폭풍과 전쟁, 공포와 고독, 그리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려는 한 인간의 집념을 거대한 화면 앞에서 육체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오디세이》가 가진 예술적 성취다.
영화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실에서 멀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더 발전한 기술을 이용해 현실을 더욱 깊고 거대하게 기록할 수도 있는가.
놀란은 《오디세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세계 흥행 11억 달러와 97%의 관객평가, 기록적인 IMAX 흥행은 적어도 지금의 관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진짜 카메라 앞에서 벌어진 일을 거대한 극장에서 보는 경험’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디세이》는 고대 영웅의 귀환을 다룬 영화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필름 영화와 극장이라는 오래된 매체의 귀환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생성형 AI가 영상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놀란이 내놓은 가장 미래적인 대답은 “영화는 아직 현실을 촬영할 가치가 있다”는 오래된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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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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