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첫 영화화…허진호 감독, 52년 전 ‘기록의 빈틈’으로
‘6발의 총성·4개의 탄환’은 영화의 출발점…공식 기록과 영화적 상상은 구분해야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박정희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던 국립극장에서 총성이 울렸다. 사건은 TV 생중계 화면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고, 박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총상을 입고 같은 날 숨졌다. 범인 문세광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52년이 지난 지금, 허진호 감독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날을 다시 꺼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암살자(들)’이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역사영화보다, 공식적으로 정리된 기록과 현장에서 목격한 정황 사이의 틈을 좇는 미스터리 추적극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모두가 같은 장면을 봤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진실을 본 것일까.
52년 전 생중계 화면, 그리고 공식 기록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사연표에는 1974년 8월 15일 사건을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당시 수사본부 발표를 인용한 기록에는 범인이 재일한국인 2세 문세광이며, 일본에서 훔친 권총을 국내에 반입했다고 적혀 있다. 권총에는 탄환 5발이 들어 있었고 이 가운데 4발을 사용했으며 1발은 총 안에 남았다는 것이 당시 발표 내용이다.
국가기록원에도 이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과 육영수 여사 사망으로 명시돼 있고, 이후 한일 양국 간 수사와 외교 문제를 다룬 관련 문서들이 남아 있다.
여기까지가 공식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큰 줄기다.
그런데 영화는 다른 숫자에서 출발한다.
‘6발의 총성, 4개의 탄환’…영화가 만든 질문

제작사가 공개한 ‘암살자(들)’의 핵심 문구는 “6발의 총성, 발견된 4개의 탄환, 그리고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이다. 영화 속 형사 철구와 사회부장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은 이 차이를 따라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추적한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시 수사본부 발표를 담은 국사편찬위원회 기록은 문세광의 권총에 5발이 장전돼 있었고 4발이 사용됐다고 적고 있다. 반면 영화가 제시하는 ‘6발의 총성·4개의 탄환’은 작품이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설정이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실제 역사에서 두 발의 탄환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실제 사건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것과, 그 총성이 모두 같은 총에서 발사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시 현장에는 경호 측 대응 사격도 있었다.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도 바로 이 경계에 있다.
사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질문을 집어넣는다.
사건보다 ‘사건을 보는 사람들’
‘암살자(들)’의 주인공은 범인이나 대통령 부부가 아니다.
유해진이 맡은 현장 경호 담당 형사 철구, 박해일이 연기하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가 맡은 신입 기자 영일이다. 세 사람은 각각 경찰·언론·목격자의 위치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본다.
이는 영화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누가 총을 쐈는가만이 아니라 국가가 사건을 어떻게 설명했고, 경찰은 무엇을 수사했으며, 기자는 무엇을 취재하고 무엇을 보도할 수 있었는가까지 시선을 넓힌 것이다.
허진호 감독 역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자료와 인터뷰를 검토하면서 어느 한쪽의 선입견에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사건을 그대로 복원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만들기 위해 긴장과 속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영화가 제시하는 해답 역시 역사적 판결문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시작된 평가…‘정답’보다 질문
영화는 아직 일반 개봉 전이지만 지난 8일 언론시사회가 열리면서 첫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평론·리뷰에서는 130분 동안 사건을 빠르게 추적하는 장르적 긴장감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앙상블을 장점으로 꼽았다. 허 감독도 시사회 이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특정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1970년대라는 시대와 그 안의 인물들을 들여다보려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관객이 개봉 후 가장 주의 깊게 볼 부분도 명확하다.
영화가 역사적 공백을 질문하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영화적 상상으로 만든 답을 실제 역사처럼 설득하려 하는지다.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Next Insight 분석 | 기록의 빈틈은 상상의 허가증이 아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늘 두 가지 힘을 동시에 가진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라는 익숙함과,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다.
‘암살자(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52년 전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한 사건을 다시 가져와 “그날 우리가 본 장면과 이후 국가가 정리한 기록은 완전히 같은 것이었는가”라고 묻는다. 질문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언론 통제가 강했던 유신시대라는 배경까지 생각하면 기자와 경찰을 추적의 중심에 놓은 설정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의문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르다.
‘6발의 총성, 4개의 탄환’이라는 영화의 강렬한 문구가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미해결 사실인지, 작품이 여러 기록과 정황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극적 장치인지는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한다. 공식 기록에는 당시 수사본부가 문세광의 총에서 사용된 탄환을 4발이라고 발표한 내용이 남아 있다.
오히려 그래서 이 영화가 흥미롭다.
진실을 새로 선언하는 영화라기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적 사건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74년 8월 15일의 총성은 이미 역사책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록된 사건과 기억된 사건, 그리고 영화가 다시 구성한 사건은 같은 것이 아니다.
‘암살자(들)’을 볼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세 가지를 섞지 않는 시선일지 모른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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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사연표, 국가기록원 대통령 저격사건 관련 기록, 영화 ‘암살자(들)’ 공식 소개자료,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보고회 및 허진호 감독 인터뷰, iMBC·이데일리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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