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이송병원 지정 권한…수용 곤란 사유도 법률로 구체화
9월 8일 시행령의 ‘수용 요청’보다 한 단계 강한 개입
광주·전북·전남 시범사업 병원선정 27분→18분…남은 문제는 최종치료 인력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병원마다 전화를 돌리며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방식이 달라진다. 병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접 이송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관련 의원안 8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이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법률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받을 수 있습니까’에서 ‘이 병원으로 갑니다’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이 제때 정해지지 않을 때 국가 대응체계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응급의료기관은 인력·시설·장비가 모두 운용 중이거나 기존 중증환자의 수술과 치료 때문에 추가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상황실에 알려야 한다. 병원이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법률에 보다 구체적으로 담는다.
핵심은 그 다음이다.
중증응급환자를 받을 병원이 신속하게 결정되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실과 119는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각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능력과 진료 기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병원을 찾는 책임이 현장 구급대와 개별 병원의 반복적인 전화 협의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 이송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9월 8일 ‘수용 요청’…9일 만에 ‘병원 지정’
이번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제도를 처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8일부터 시행된 응급의료법 시행령에는 이미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해 중증응급환자의 수용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병원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거나 해소됐을 때 이를 상황실에 알리고, 해당 정보를 119와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도 시행에 들어갔다.
차이는 권한의 강도다.
9월 8일 시행령이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 요청하는 단계’였다면, 17일 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은 일정 조건에서 ‘이송병원을 지정하는 단계’까지 국가 개입을 확대한다.
요청받을 병원을 찾는 체계에서, 마지막에는 갈 병원을 정하는 체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3개월 시범사업, 병원선정 27분→18분

정부가 제도 확대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는 0건이었다. 광역상황실의 이송병원 선정 처리시간 중위값은 27분에서 18분으로 9분 줄었다. 광주 중증환자의 현장 체류시간은 17분30초에서 16분06초, 전북은 13분18초에서 12분54초로 감소했다. 전남은 12분42초에서 13분으로 18초 증가했다.
다만 3개 지역에서 3개월 동안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전국 확대 이후 대도시 과밀 응급실과 의료취약지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2인 1조 당직과 의료진 보호
응급의료기관 안의 운영 방식도 바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응급실 전담 당직전문의 등이 최소 2인 1조로 공휴일과 야간을 포함한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정부가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낮추는 장치도 함께 들어갔다. 일정 요건에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현행 임의규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필요적 규정으로 강화하고, 지정된 우선수용병원이 중증응급환자를 받아 치료한 경우 형사책임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병원에 더 강한 수용책임을 부여하는 만큼 의료진의 사법 부담도 함께 줄이겠다는 구조다.
Next Insight 분석 | 병원을 정하는 것과 치료할 병원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

응급실 뺑뺑이는 두 개의 문제를 품고 있다.
하나는 어느 병원이 지금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해 시간을 잃는 문제다. 실시간 정보망과 상황실·119의 병원 지정 권한은 이 부분을 겨냥한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가 남는다. 병원이 정해져도 수술실이 없거나 신경외과·흉부외과·소아과 등 최종치료를 담당할 전문의가 없다면 ‘병원 도착’이 곧 ‘치료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대한병원협회는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2인 1조 24시간 당직체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개정안은 이를 고려해 인건비·운영비 지원 근거를 함께 담았다.
이번 개편은 분명 병원을 찾는 방식을 바꾼다. 구급대가 전화기를 붙잡고 여러 병원을 차례로 확인하던 시간을 줄이고, 마지막에는 국가 시스템이 이송병원을 결정하는 방향이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그 다음이다.
지정할 병원이 실제로 충분한가. 그리고 그 병원 안에 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사람이 있는가.
응급실 뺑뺑이의 마지막 답은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도착한 뒤 누가 치료할 것인가’까지 이어져야 한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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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응급의료법 개정안 심사 관련 보도
- 국가법령정보센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2026년 9월 8일 시행 개정내용
- 보건복지부·소방청,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결과
- 병원신문, 응급의료법 개정안 당직체계·의료진 형사책임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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