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카드 62차례 사적 사용…2160만원 횡령과 학교회계 통제의 허점

행정실장, 개인물품 사고 지출결의서·견적서까지 조작…사건의 핵심은 횡령액보다 ‘반복되는 이상거래를 왜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나’

학교 회계를 담당하던 교육행정실장이 약 4년 동안 학교카드로 개인 물품을 구입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서류까지 조작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은 업무상 횡령과 공전자기록 위작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62차례에 걸쳐 학교카드로 개인 물품을 구입해 교비 216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첫 적발 사례로 알려진 구매물품은 21만원 상당의 뜨개용품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더 무거운 숫자는 2160만원보다 ‘62회’와 ‘4년’이다.

단순한 카드 오사용이 아니었다

A씨는 개인 물품을 산 뒤 학교 시설 소모품이나 공구 등을 구입한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꾸미고 허위 견적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문제의 구조는 사적 결제→허위 증빙→공적 회계처리로 이어졌다.

학교회계에서 지출결의서와 견적서는 돈이 어디에, 왜 사용됐는지를 증명하는 핵심 기록이다. 이 기록 자체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면 단순히 카드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정을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사건이 ‘카드를 잘못 쓴 공무원’ 사건을 넘어 회계기록의 신뢰성 문제인 이유다.

왜 62번이나 걸러지지 않았나

현재 공개된 판결 보도에는 A씨의 범행이 어떤 감사나 계기로 적발됐는지, 해당 학교의 결재·검수 과정에서 어느 단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까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 관리자나 학교의 감독 소홀을 현재 단계에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62차례의 사적 지출과 허위 회계처리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사실은 별도의 질문을 남긴다.

학교회계는 전산화된 K-에듀파인을 기반으로 지출 품의와 원인행위, 지출결의, 검사·검수, 지급 등의 절차를 거친다. 교육당국도 학교회계 운영지침과 별도의 지출관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부정이 장기간 발견되지 않았다면 ‘절차가 존재하는 것’과 ‘절차가 실질적으로 검증 기능을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액·반복형 횡령이 더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가면 이상지출로 인식하기 쉽다.

반면 소모품·공구·인터넷 구매처럼 평소 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지출 속에 비교적 작은 금액이 반복적으로 섞이면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허위 견적서와 지출결의서까지 갖춰졌다면 서류 존재 여부만 확인하는 감사로는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학교회계 내부통제는 앞으로 ‘증빙이 있는가’에서 ‘증빙과 실제 거래가 일치하는가’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카드로 샀다는 공구가 실제 학교에 존재하는지, 구입 부서가 사용하고 있는지, 특정 카드·쇼핑몰·품목에서 비정상적인 반복 구매가 나타나는지까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회계라면 ‘이상한 패턴’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가장 현실적인 개선 방향은 모든 지출을 사람이 일일이 다시 검사하는 것이 아니다.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정상적인 학교구매와 다른 패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특정 카드의 반복적인 온라인 구매, 업무 관련성이 낮은 품목, 동일 거래처 집중, 비정상적인 구매 빈도 등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감사 대상으로 표시하고 실제 물품과 증빙을 표본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이 이상거래를 찾듯 공공회계도 ‘금액 중심 감사’에서 ‘패턴 중심 감사’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집행유예와 시스템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초범이며 피해액을 전액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액 변제는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학교회계 측면의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4년 동안 사실과 다른 회계기록이 정상적인 지출처럼 처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별도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2160만원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62번’을 막는 것

이번 사건을 한 행정실장의 개인적 일탈로만 정리하면 형사사건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 교훈은 남는다.

학교카드를 사용한 사람, 지출을 승인하는 사람, 실제 물품을 확인하는 사람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반복되는 이상지출을 전산으로 탐지할 수 있는지, 감사가 서류 확인에 머물지 않고 실제 거래까지 확인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2160만원을 어떻게 횡령했나”가 아니다.

“62차례나 반복되는 동안 왜 더 일찍 발견되지 않았나.”

공공회계의 신뢰는 규정의 숫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기록을 왜곡하더라도 다른 절차에서 발견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 그것이 이번 사건 이후 학교회계가 점검해야 할 핵심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춘천지방법원 업무상 횡령·공전자기록 위작 관련 판결
  • 연합뉴스 학교카드 사적 사용 사건 보도
  • 교육부·시도교육청 학교회계 및 K-에듀파인 운영지침
  • 학교회계 지출·검수·증빙 관리 관련 교육행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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