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비가 비싸다고 보험료가 반드시 더 비싼 것은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내 차의 가격’보다 사고 가능성과 손해율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고가차 비용을 어디까지 공동 부담할지가 핵심
BMW 같은 수입차는 부품값과 공임이 비싸고 사고가 나면 수리비도 크게 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 보험료를 비교하다 보면 국산차 운전자가 더 높은 보험료를 제시받는 경우도 생긴다. 비싼 차가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할 것 같은 상식과 자동차보험의 계산법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다.
보험료는 ‘차값’ 하나로 계산되지 않는다
자동차보험료를 이해하려면 먼저 보험 하나 안에 서로 다른 위험이 섞여 있다는 점부터 봐야 한다.
내 차를 수리하는 자기차량손해보험은 차량 가격과 부품비, 수리 난이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대물배상은 내가 다른 차량이나 재산에 입힌 피해를 보상한다. 여기에 운전자의 나이와 사고경력, 할인·할증등급, 운전자 범위까지 더해지면서 최종 보험료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같은 BMW와 국산차를 놓고 비교해도 보험료가 차량 가격 순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보험개발원도 차량별 손해율과 부품가격, 공임, 도장비, 충돌 때 손상 정도 등을 반영해 모델을 1~26등급으로 나눈다. 같은 제조사 안에서도 모델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이유다.
결국 보험사는 비싼 차인지보다 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큰 돈이 나가는지를 본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과거에는 국산 중형차 대물보험료가 수입차보다 높기도 했다

2021년 감사원이 자동차보험 구조를 분석한 결과는 꽤 역설적이었다.
당시 차량 가격이 3.8배 차이 나는 경우에도 대물배상 보험료 차이는 약 7%에 그쳤고, 국산 중형차의 평균 대물보험료가 약 23만9천원으로 수입 중형차의 약 22만원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난 사례도 확인됐다.
반면 보험금 지급에서는 차이가 컸다. 2019년 기준 개인용 수입차가 낸 보험료보다 받은 보험금이 훨씬 많았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대물보험의 성격 때문이다.
고가 수입차 운전자가 사고를 내지 않는다면 단순히 자신의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대물보험료를 크게 올리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물보험은 기본적으로 내 차 가격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입힐 위험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보험에는 두 원칙이 충돌한다.
하나는 사고 위험을 여러 가입자가 함께 나눈다는 ‘공동부담’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이 큰 사람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위험에 따른 가격’이다.
수리비가 오르면 결국 전체 보험료에도 압력이 생긴다
문제는 최근 자동차보험의 전체 비용이 다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5%까지 올라 보험손익이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26년 1~8월 대형 4개사의 누적 손해율도 84.7%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 안팎을 웃돌았다.
물적담보 지급보험금도 최근 5년 사이 약 30% 늘었고,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품비였다.
이 비용은 특정 차량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험회사의 전체 손해율이 높아지면 결국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가 수입차의 부품비와 공임, 렌터카 비용이 충분히 위험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일부는 다른 가입자들이 함께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고가차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올린다면 사고가 적은 운전자에게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문제는 단순히 **“수입차 보험료를 더 올려야 한다”**로 끝나지 않는다.
Next Insight 분석 | 보험은 위험을 나누는 제도지만, 위험의 가격까지 같을 필요는 없다

자동차보험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비용을 많은 사람이 나눠 부담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똑같은 가격으로 나눠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수리비가 훨씬 높은 차량, 사고 때 평균 손해액이 큰 차량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어느 정도 보험료에 반영돼야 한다. 동시에 운전자의 사고빈도와 안전운전 경력도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BMW는 비싼데 왜 국산차 보험료가 더 나오느냐”는 질문의 답은 하나가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차의 가격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답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지금의 보험료 체계는 각 차량과 운전자가 만들어내는 위험을 충분히 정확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가.
자동차보험의 공정성은 결국 여기에서 결정된다.
보험은 위험을 함께 나누는 제도다.
하지만 누군가의 비싼 위험을 다른 사람이 지나치게 대신 부담하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공동부담’은 ‘불균형한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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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보험개발원, 차량모델별 요율차등화제도 — 1~26등급, 손해율·부품가격·공임·손상성·수리성 반영 보험개발원
- 감사원 자동차보험 운영실태 관련 보도 — 국산·수입 중형차 대물보험료 및 보험금 부담 차이 연합뉴스
- 금융감독원 2025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 손해율 87.5%, 보험손익 7,080억원 적자 연합뉴스
- 2026년 1~8월 대형 4개사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 84.7% 및 물적담보 보험금 증가 자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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