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DDR6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 메모리…한국 기술보호 수사의 ‘10월 대전환’

CXMT LPDDR6 양산·샤오미 공급, YMTC 낸드 출하량 세계 3위
삼성 D램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에선 잇단 유죄 판단
10월 2일 검찰 직접·보완수사 폐지, 공소청·중수청 체제로 전환
중국의 추격보다 더 중요한 질문…한국의 기술보호 역량은 끊김 없이 이어지는가

중국 메모리 산업의 추격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는 LPDDR6 양산에 들어가 샤오미 차세대 폴더블폰 공급을 예고했고, 낸드 업체 YMTC는 글로벌 출하량 기준 3위까지 올라섰다. 중국 메모리를 더 이상 ‘저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후발업체’ 정도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D램 핵심기술이 CXMT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 법원의 유죄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오는 10월 2일에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기술유출 사건을 포함한 형사사법체계가 큰 전환점을 맞는다.

쟁점은 검찰을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의 정치적 논쟁에만 있지 않다. 중국의 기술 추격 시간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산업기술 수사 전문성·디지털 포렌식·해외 공조·기술 판정 역량을 새로운 체제로 얼마나 빠짐없이 이전할 수 있느냐가 경제안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LPDDR6 양산과 NAND 3위…사라지는 ‘몇 년의 시차’

CXMT는 지난 8월 29일 LPDDR6 양산에 들어갔으며 샤오미가 9월 출시할 예정인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18 Fold’에 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샤오미도 공식 계정을 통해 공급 계획을 확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CXMT가 LPDDR5를 양산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음 세대인 LPDDR6 양산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 사실이 곧 CXMT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기술적으로 동등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CXMT가 공개한 LPDDR6 최고 데이터 전송속도는 12.8Gbps 수준인 반면 삼성전자가 공개한 LPDDR6 제품은 최대 14.4Gbps를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신 1c 공정을 적용한 LPDDR6를 개발하고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 미세화, 수율, 소비전력, 장기 신뢰성, 고객 인증 등까지 포함하면 단순 전송속도만으로 기업 간 기술격차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변화는 따로 있다.

중국 업체가 최신 국제 메모리 규격에 진입하는 시간 자체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CXMT DDR5와 SK하이닉스 DDR5를 8000MT/s 조건에서 비교한 일부 벤치마크에서도 생산성·게임 성능 격차가 약 1%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을 ‘D램 기술격차 1%’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특정 시스템에서 실시한 성능 시험은 제조공정과 수율, 셀 특성, 전력효율과 신뢰성 등 메모리 기술 전체를 평가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 1%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산 DDR5가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 더 이상 현격하게 뒤처진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 단계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YMTC의 낸드 3위…‘물량만 많은 중국’이라는 공식의 변화

낸드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글로벌 NAND 비트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22%, YMTC 14% 순이었다. YMTC가 키옥시아를 제치고 처음 글로벌 3위에 진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YMTC의 출하량도 22% 증가했다.

다만 출하량 3위를 매출이나 기술력 3위와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다. 카운터포인트 역시 YMTC의 생산 규모 확대가 아직 같은 수준의 매출 지위로 그대로 전환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고부가가치 기업용 SSD와 장기간의 제품 신뢰성, 글로벌 고객 기반에서는 기존 선두 업체들이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 진전 속도는 무시하기 어렵다. YMTC는 267단 3D NAND를 양산하면서 300단 이상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YMTC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2027년 말까지 세계 최대 NAND 생산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CXMT와 YMTC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 대규모 설비투자, 거대한 내수시장,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메모리 산업의 성장을 특정 기술유출 사건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자본·시장·생산량에 기술력까지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변화는 별개의 문제다.


CXMT 기술유출 사건…판결로 확인된 사실과 남아 있는 판단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건을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 D램 핵심기술을 중국 CXMT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연구원에게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출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기술유출 과정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별도의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4월 23일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정보 등을 CXMT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부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 중국 기업의 제품 개발에 사용되도록 유출됐다는 점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여기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CXMT라는 회사가 설립 때부터 조직적으로 삼성 기술을 탈취해 성장했다”는 문장은 현재 단계에서 확정된 사법적 사실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관련 사건 재판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CXMT에서 근무했던 전직 연구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CXMT 설립 초기 경영진이 삼성전자 공정정보를 확보해 D램 개발에 활용하려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나온 증언이다. 증언의 신빙성과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 가능한 사실은 삼성 출신 인력들의 국가핵심기술·영업비밀 유출 및 CXMT와 관련한 국외 사용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CXMT 법인 자체가 설립 단계에서부터 조직적인 기술탈취를 지시했다는 부분까지 확정판결이 내려졌다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 차이가 법적 보도의 경계다.


10월 2일 수사·기소 분리…사라지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이 사건들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의 기술유출 수사체계가 불과 한 달여 뒤 근본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2026년 8월 4일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오는 10월 2일 시행된다. 같은 날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수사와 기소가 제도적으로 분리된다. 법제처도 이번 개정 이유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절차법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새 체제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거나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하는 구조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보완수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는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나 공소유지 등에 필요할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사는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는 ‘사실관계 확인’도 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즉 기존의

수사 → 송치 →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구조가

수사기관 수사 → 송치 → 공소검토 → 보완수사 요구 → 수사기관의 추가수사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제도의 취지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명확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기술유출처럼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기술판정과 해외 증거 확보, 대규모 디지털 포렌식이 필요한 범죄에서는 기관 간 업무 연결 속도와 전문성의 연속성이 새로운 과제가 된다.


중수청 기술유출 관할의 문구…이미 시작된 보완 입법

더 눈여겨볼 부분은 중수청의 기술유출 수사 범위다.

현행 중수청법 제2조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일부 범죄를 중대범죄 범위에 포함하면서 이를 국가핵심기반 공격에 해당하는 사이버범죄와 연결해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반도체 연구원이 자료를 외장 저장장치로 반출하거나 퇴직하면서 공정자료를 가지고 해외 경쟁사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산업기술유출 사건까지 모두 중수청 관할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해석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조직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수청과 경찰 사이 기술유출 수사 관할을 둘러싼 논의가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8월 11일 이해식 의원 등 10명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에 연계된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의 제안 이유에는 기술유출 관련 중대범죄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제도 출범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기술유출 관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개정안이 다시 제출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는 기술유출 수사가 중단된다는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실제 산업기술 범죄의 형태를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는 충분하다.


경찰 79명 보강…‘수사 공백 확정’이라는 단정의 한계

반대쪽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검사의 직접수사가 사라진다고 해서 10월부터 기술유출 사건을 수사할 조직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미 각 시·도경찰청에 산업기술안보수사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 20일 기술유출 범죄 대응인력을 79명 추가 보강한다고 발표했다.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기존 1개 전담수사대를 각각 2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유출 범죄 적발은 179건, 검거 인원은 37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해외 유출 사건은 33건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68건, 144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산업보안협력관을 전국에 지정하고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국정원 등과 기술판정과 전문 자문, 정보공유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기술유출 수사가 공백 상태에 빠진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핵심은 인원 숫자가 아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필요한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AI 등 분야별 기술 이해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경제적 가치 입증, 포렌식, 압수수색, 해외 공조와 기소 전략까지 하나의 사건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전문수사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Next Insight 분석 | 기술 경쟁의 짧아진 시간, 제도 전환에 남은 숙제

중국 메모리 산업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오랫동안 두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중국은 생산량은 늘릴 수 있지만 기술은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첫 번째 판단이었다.

그 다음에는 범용 메모리는 따라오더라도 최첨단 제품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이어졌다.

CXMT의 LPDDR6 양산과 YMTC의 NAND 세계 3위 진입이 의미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이 같아졌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오는 데 필요한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에서 시간은 기술만큼 중요하다.

경쟁사가 한 세대를 따라오는 데 5년이 걸릴 때와 2년이 걸릴 때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초과이익과 투자 회수기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후발기업이 최신 규격에 진입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선두기업은 다음 세대로 이동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더 빠르게 반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보호 역시 기업 내부의 보안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한 번 해외로 넘어간 공정기술은 돈을 돌려받는다고 회수되는 자산이 아니다. 수년간 시행착오를 통해 쌓은 공정 조건과 제조 노하우가 경쟁자의 개발시간을 줄여준다면 손실은 유출된 파일 몇 개의 가격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건에서 법원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여기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 전체를 기술유출의 결과라고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내수시장, 공급망 육성정책을 통해 자체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CXMT와 YMTC의 모든 기술 성과가 한국 기술유출과 연결된다는 근거도 없다. 특히 YMTC의 NAND 성장과 삼성 D램 기술유출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다.

오히려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은 더 현실적이다.

“중국이 왜 성장했는가”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이 경쟁국의 개발시간을 단축시키는 통로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산업정책만큼 중요한 ‘기술보호 정책’

한국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을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지원과 세제혜택, 인재양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로 만들어낸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산업정책의 일부는 경쟁국의 개발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성공 여부 역시 기관 이름이 무엇으로 바뀌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과 중수청은 신속한 초기수사 능력을 갖춰야 하고, 공소청은 수사 결과를 정확히 검토해 법정에서 입증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국정원·산업부·지식재산 당국과의 정보 공유도 끊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기존 수사기관이 축적한 산업기술 수사의 경험과 인적 전문성이 조직개편 과정에서 흩어지지 않아야 한다.

중국의 메모리 추격 속도는 이미 빨라졌다.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투자 규모가 아니다.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국 기술을 지키는 제도의 속도와 완성도다.

첨단산업 경쟁에서 기술개발과 기술보호는 더 이상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만큼, 그 기술이 경쟁자의 시간을 얼마나 쉽게 줄여주지 못하도록 만드는가가 다음 반도체 경쟁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되고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시행 2026.10.2, 법률 제21857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중수청법 일부개정법률안 제2220544호
  • Counterpoint Research, Q2 2026 NAND Memory & Storage Tracker
  • Reuters, CXMT LPDDR6·샤오미 공급 관련 보도, 2026.8.29
  • Reuters,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 판결 관련 보도, 2026.4.22
  • Financial Times, YMTC NAND 사업·IPO 관련 보도, 2026.8.27
  • 삼성전자·SK하이닉스 LPDDR6 공식 제품·개발 자료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기술유출 수사인력 확대 발표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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