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수익률 27.22%·401조원 수익, 적립금 1866조원으로 확대
2025년 운용실적만 반영해도 소진 예상 4년 연장…고갈 시계 좌우하는 ‘복리의 힘’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에는 저출생·고령화라는 분명한 위험이 있다. 그러나 ‘몇 년 뒤 기금이 고갈된다’는 숫자만으로 국민연금을 설명하기도 어려워졌다. 1988년 이후 보험료 등으로 들어온 돈은 956조9000억원인데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이미 1370조8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험료보다 커진 투자수익…기금 1866조원의 구조
국민연금기금은 2026년 6월 말까지 총 2327조7000억원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연금보험료 등은 956조9000억원, 누적 운용수익금은 1370조8000억원이다. 연금급여 448조3000억원과 관리비 등을 지출하고도 현재 적립금은 1865조6000억원 남아 있다.
국민연금이 단순히 국민이 낸 보험료를 쌓아두는 금고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의 기금 규모를 만든 더 큰 축은 이미 투자수익이다. 장기 재정에서 보험료율과 수급구조 못지않게 기금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복리 운용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6개월 동안 401조원…27.22%가 바꾼 적립금의 출발점

올해 상반기 성과는 이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국민연금은 1~6월 27.22%의 잠정 운용수익률과 401조4000억원의 수익금을 기록했다. 국내주식 수익률이 107.37%, 해외주식이 17.81%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고, 적립금은 지난해 말 1458조원에서 6개월 만에 1865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27.22%를 장래 재정계산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의 1988~2025년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8.04%**이고, 2022년에는 -8.22%를 기록한 적도 있다. 연기금의 성패는 한 해의 고수익보다 수십 년 동안 위험을 통제하며 높은 평균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69년 소진’도 고정된 날짜가 아니다
지난해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은 올해 9.5%를 시작으로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에 도달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은 43%로 조정됐다.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의무도 법률에 명시됐다.
더 주목할 것은 투자실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6월 2025년까지의 실제 기금 규모를 반영해 재정전망을 다시 계산했다. 장기 평균 운용수익률 가정은 4.6%로 그대로 유지했는데도,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은 2048년에서 2050년으로, 기금 소진은 2065년에서 2069년으로 4년 늦춰졌다. 출발점의 적립금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같은 분석에서 장기 평균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소진 시점은 2082년까지 밀린다. 반대로 높은 투자수익이 계속된다는 보장 역시 없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401조원의 추가 수익을 근거로 새로운 소진연도를 임의로 계산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 1866조원의 적립금을 온전히 반영한 새로운 공식 장기 재정추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갈 문제 해결’은 아니다
투자수익이 커졌다고 인구구조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1~2025년 연금보험료 수입은 연평균 4.5% 증가했지만 급여 지출은 14.3% 늘었다. 같은 기간 가입자는 2235만명에서 2181만명으로 감소한 반면 수급자는 586만명에서 768만명으로 증가했다.
결국 국민연금에는 서로 반대 방향의 두 힘이 작용한다. 저출생·고령화는 기금을 아래로 끌어당기고, 보험료와 투자수익은 기금을 떠받친다. 최근 투자성과는 후자의 힘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지 전자의 문제를 없앤 것은 아니다.
기금 소진 역시 ‘연금을 못 받는 날’을 뜻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수급권은 법률로 보장돼 있고 2025년 개혁에서는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가 더욱 명확해졌다. 다만 적립기금이 줄어들수록 미래 보험료·조세 등으로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더 커진다.
Next Insight 분석 | ‘언제 고갈되나’보다 중요한 1866조원의 시간

국민연금 논쟁은 오랫동안 ‘2055년이냐, 2065년이냐’라는 소진연도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고갈시계 자체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5년의 높은 운용성과 하나만 실제 재정에 반영했는데 소진 예상이 4년 움직였다. 올해 상반기에만 다시 401조원의 수익이 추가됐다. 1800조원을 넘는 자산에서는 장기 평균수익률의 작은 차이조차 수십 년간 복리로 누적되며 미래세대의 부담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해답을 ‘투자만 잘하면 된다’로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떠안으면 한 번의 시장 충격이 거대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고, 인구 감소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도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이제 국민연금에 던져야 할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기금은 언제 고갈되는가”만이 아니라, “1866조원의 시간을 얼마나 길게 만들고 그 사이 인구구조에 맞는 제도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
보험료 957조원보다 많은 1371조원을 투자로 벌어들였다는 숫자는 국민연금의 문제가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연금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 가운데 ‘기금운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증거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2026년 상반기 기금적립금 1,866조원」, 2026.8.28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기금 적립현황·운용성과
국회예산정책처,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 2026.6.18
보건복지부, 「연금개혁 Q&A」
국민연금공단, 기금소진 및 연금 지급 관련 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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