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은 3위까지, 아시안게임은 오직 금메달…1990년 만들어진 기준 36년째 유지
아이치·나고야 대회 최소 43명 새 편입 대상…야구는 24명 중 미필 16명, 종목별 경쟁구조 차이는 반영하지 않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24명의 선수 가운데 병역을 마치지 않은 16명이 체육요원 편입 기준을 충족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3대1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결승에 앞선 슈퍼라운드에서는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에 0대5로 패했고, 이 장면이 병역특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프로 선수들이 중심이 된 한국 대표팀이 국가마다 선수 구성과 경쟁 수준이 다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겨루는 올림픽 메달을 같은 병역제도 안에서 평가하는 것이 지금도 적절하느냐는 질문이다.
현행법상 결론은 분명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합법적인 체육요원 편입 기준이다.
문제는 선수들이 법의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이 지금의 스포츠 환경에서도 공정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있다.
‘군 면제’가 아니라 34개월 체육요원 복무
먼저 표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병역법과 시행령에 따라 해당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해당 체육 분야에서 34개월 동안 복무한다.
복무기간에는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도 총 544시간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흔히 사용하는 ‘군 면제’보다 현역병 복무를 예술·체육요원 복무로 전환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법적으로 더 정확하다.
다만 선수 입장에서는 현역병으로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대신 프로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선수 생활이 짧은 종목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가 이후 수년의 경력을 사실상 바꿀 수 있다.
올림픽은 동메달도 되고, 아시안게임은 금메달만 된다
현행 체육요원 편입기준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올림픽에서는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위가 기준이다.
따라서 올림픽은 금·은·동메달 모두 대상이지만 아시안게임은 금메달만 인정된다.
반대로 어떤 종목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치열한지, 해당 대회에 최정예 선수가 얼마나 출전했는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쟁구조가 어떻게 다른지는 법의 판단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육상 금메달과 상대국의 선수 선발방식이 크게 다른 단체종목 금메달도 법적으로는 같은 ‘아시안게임 1위’다.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메달 색깔 하나가 종목 간 차이를 모두 지워버리는 구조다.
야구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
이번 대회에서 논쟁이 특히 야구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KBO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고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 선수는 16명이었다.
반면 일본은 기업팀 소속 선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그렇다고 일본 사회인야구를 취미 수준의 아마추어로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고교·대학 엘리트 선수 출신이 많고 프로 지명을 받는 선수도 나올 만큼 수준이 높은 무대다.
따라서 쟁점은 “프로가 아마추어를 이겼으니 특례가 부당하다”는 단순한 비교에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하나의 대회 안에서도 국가와 종목별 선수 선발방식, 국제적 경쟁구조가 크게 다른데 병역제도는 오직 금메달 여부만 본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에 한 차례 0대5로 패한 뒤 결승에서 3대1로 승리했다는 과정 역시 현행 병역법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법이 보는 것은 최종 순위 ‘1위’ 하나다.
1973년 시작된 ‘국위선양’, 기준은 1990년에 만들어졌다
체육 병역특례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병무청에 따르면 제도는 1973년 도입됐고 당시에는 올림픽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폭넓은 국제대회 입상자가 대상이었다.
범위가 크게 줄어든 것은 1990년이다.
이때 **‘올림픽 3위 이상·아시안게임 1위’**라는 현재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월드컵 16강 이상이 추가됐고,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이상까지 한시적으로 인정됐지만 모두 2008년 삭제됐다.
그 뒤 체육요원의 핵심 기준은 다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돌아왔다.
스포츠 산업의 규모와 프로리그의 위상, 국가대표 선발방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병역을 가르는 기본 기준은 1990년 이후 사실상 그대로인 셈이다.
예술 분야는 줄였는데 체육 기준은 그대로

여기서 또 하나의 대비가 나온다.
예술요원은 그동안 병역특례가 인정되는 국제·국내 경연대회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인정 국제예술경연대회는 여러 차례 정비를 거치면서 현재 35개 대회 수준까지 줄었다.
반면 체육요원은 2008년 이후에도 ‘올림픽 3위·아시안게임 1위’라는 핵심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43명이 새롭게 체육요원 편입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축구·야구 같은 단체종목은 한 번 금메달을 따면 여러 명이 동시에 편입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개인종목과 비교하면 한 대회의 결과가 병역제도에 미치는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단체종목 ‘실제 출전선수만 인정’ 기준도 이미 사라졌다
과거에는 단체종목의 경우 실제 경기에 출전한 선수만 체육요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20년 삭제됐다.
따라서 현재는 대표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경우 과거처럼 개별 경기 출전 여부만을 기준으로 편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 역시 제도적으로 중요한 변화다.
국가대표팀은 하나의 팀으로 성과를 내는 만큼 출전시간만으로 공헌도를 나누기 어렵다는 논리가 반영됐지만, 반대로 단체종목에서 병역혜택 대상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존재한다.
유지론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쟁에서 선수들의 혜택만 강조하면 반대편의 논리를 놓치게 된다.
엘리트 체육선수는 일반 직업보다 활동 가능한 기간이 짧고, 국가대표에 선발되기까지 장기간 훈련과 경쟁을 거쳐야 한다.
군 복무로 선수경력이 단절될 경우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둔 선수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체육 발전과 공익활동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것이 체육요원 제도의 기본 취지다.
따라서 논쟁은 “운동선수에게 왜 혜택을 주느냐”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성과에 어느 정도의 병역상 보상을 줄 것인지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에 가깝다.
이미 금메달을 딴 선수의 혜택을 사후에 바꾸기는 어렵다
법적으로도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2026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은 현행 법령이 정한 조건 아래에서 경기에 출전했고,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그 기준에 따라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는다.
따라서 대회가 끝난 뒤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발생한 편입기준을 임의로 박탈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현재 선수들의 자격 문제와 향후 대회부터 적용할 새로운 기준은 분리해서 논의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다.
이번 논쟁의 대상은 특정 선수보다 제도 자체여야 하는 이유다.
종목별 난도를 평가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법이 종목마다 국제경쟁 수준을 평가하도록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야구는 몇 점, 축구는 몇 점, 육상은 몇 점이라고 국가가 종목별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프로선수 참가 여부나 세계랭킹, 참가국 수, 대회의 권위 등을 점수화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이 복잡해질수록 행정적 판단과 논란은 커진다.
그래서 제도개편론에서도 방향은 엇갈린다.
아시안게임 특례를 없애고 올림픽 중심으로 축소하자는 주장, 여러 국제대회 성적을 점수화하자는 방식, 현행 편입기준은 유지하되 공익복무와 복무관리를 강화하자는 방안 등이 함께 거론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장단점은 존재한다.
결국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국가가 국제 스포츠 성과에 병역이라는 보상을 계속 연결할 것인가, 연결한다면 그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금메달 하나면 충분한가’다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쟁은 대회 때마다 비슷하게 반복된다.
금메달을 딴 순간에는 선수들의 성과를 축하하다가 병역 미필 선수 숫자가 공개되면 공정성 논란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도 논쟁을 특정 야구선수 16명에게 집중한다면 제도는 또 그대로 남는다.
선수들은 현행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들에게 체육요원 편입 자격이 생기는 것은 특혜를 임의로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진짜 질문은 그 법의 기준이다.
1990년 만들어진 **‘올림픽 3위·아시안게임 1위’**라는 두 줄의 규정이 36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스포츠의 국제적 가치와 병역 형평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프로스포츠가 거대한 산업이 됐고, e스포츠가 정식종목에 들어왔으며, 종목마다 아시안게임의 국제적 위상과 참가선수 수준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병역제도는 여전히 모든 차이를 지운 채 하나만 묻는다.
“금메달인가 아닌가.”
명확하다는 점에서는 가장 단순한 기준이다.
하지만 병역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가장 민감한 공적 의무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기준은 단순하기만 해서는 부족하고, 왜 그 성과가 현역복무 대신 체육요원 복무를 인정할 정도의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일본 사회인야구를 이긴 것이 어려웠느냐 쉬웠느냐가 아니다.
아시아 1위라는 결과 하나가 한 사람의 병역 형태를 바꿀 만큼 충분한 공적 기준인가.
그리고 답이 달라졌다면 바꿔야 할 대상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아니라 36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은 제도 그 자체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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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병무청, 예술·체육요원 제도소개 및 체육요원 편입기준
- 병무청, 예술·체육요원 복무관리 및 공익복무 기준
- 국가법령정보센터, 「병역법」 예술·체육요원 관련 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 이하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및 병역 미필 선수 현황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체육요원 편입대상 관련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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