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비판이 왜 배우의 집 앞까지 갔나…‘암살자(들)’ 논란이 넘은 또 하나의 경계」

역사 해석 논란이 배우 개인의 자택 앞 시위로 확산…유해진 소속사 “사생활 침해·신변 위협 엄중 대응”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주거 평온 침해·반복적 접근은 별도 법적 판단 대상…쟁점은 ‘작품 비판’과 ‘개인 압박’의 경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이 작품 바깥으로 번졌다.

논쟁의 중심은 더 이상 영화 속 장면과 해석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배우 개인을 향한 욕설과 광고 불매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이 어디까지 개인에게 향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그 비판이 배우 개인의 거주지까지 따라가 일상과 주거의 평온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면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번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영화가 옳으냐 그르냐만이 아니다.

작품을 비판할 자유와 창작자 개인의 사생활·안전을 보호할 권리가 어디에서 갈라지는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됐다.

영화 논쟁이 배우의 집 앞으로 옮겨갔다

4일 서울 성북구의 유해진 자택 인근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의 상영 중단과 제작진·출연 배우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 참가자 약 50명이 모였고, 일부 참가자는 유해진을 직접 겨냥한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앞서 집회를 신고한 단체 측은 이달 3일부터 30일까지 자택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자택으로 추정되는 건물 외관 사진과 집회 신고서도 SNS에 게시했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여기서 시작된다.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영화관 앞에서 작품의 내용과 상영 여부를 문제 삼는 것과 배우가 실제 생활하는 공간 앞으로 찾아가는 것은 같은 행동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지는 정치적·사회적 활동의 공간이 아니라 개인과 가족이 일상을 보내는 장소라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가 직접 충돌한다.

작품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는 것 자체는 자유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당시 사건과 수사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으면서 배후와 공범 가능성을 추적하는 극적 구성을 더했고, 이 과정에서 중앙정보부 개입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영화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논쟁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면 관객과 전문가, 정치권이 작품의 해석과 표현방식을 비판할 수 있고, 제작진 역시 창작의 자유를 근거로 자신의 표현을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작품에 대한 반론이 배우 개인에게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배우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역사적 결론을 결정한 사람은 아니다

영화는 감독과 작가, 제작사, 배우 등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드는 집단 창작물이다.

배우는 등장인물을 연기하지만 작품 전체의 역사적 관점이나 서사를 최종 결정하는 위치와는 다르다.

따라서 작품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배우의 연기 선택이나 출연 결정에 연결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화의 역사적 해석 전체에 대한 책임을 특정 배우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논란에서는 유해진이 영화의 주연이라는 이유로 자택 앞 시위의 직접 대상이 됐다.

이 대목에서 작품 비판과 개인 압박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작품을 비판하려는 목적이더라도 그 방법이 특정 개인의 거주지를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라면, 표현의 내용뿐 아니라 행위의 장소와 반복성,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된 집회라고 해서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평화적인 집회를 보호한다.

그러나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집회 과정의 모든 행동이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집시법은 주거지역에서 열리는 집회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고 거주자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경찰이 집회의 장소나 방법을 제한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판단에서는 집회 참가자 수와 거리, 확성기 사용 여부, 집회 시간, 발언 내용, 출입구 접근 정도, 거주자의 피해와 보호 요청 등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단순히 **“집회 신고를 했으니 문제없다”**거나 반대로 **“집 앞에서 했으니 불법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모두 지나치다.

법적 평가는 구체적인 집회 방식과 실제 발생한 행위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반복적으로 찾아간다면 스토킹 문제도 별도로 볼 수 있다

주거지 앞 행동이 반복될 경우에는 스토킹처벌법과의 관계도 검토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기다리는 등 일정한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를 규율한다.

다만 집회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사회적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집회라는 목적, 구체적인 접근 방식, 반복성, 피해자의 의사와 불안·공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스토킹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보다, 집회가 반복되고 특정 개인의 주거지와 일상을 지속적으로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스토킹처벌법상 문제까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가 보다 정확하다.

자택 사진 공개는 또 다른 문제를 남긴다

집회 주최 측이 SNS에 유해진의 자택으로 추정되는 건물 외관 사진을 공개한 점도 논란을 키웠다.

공개된 사진이 정확한 주소를 직접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특정 인물의 거주 공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행위는 사생활과 안전 측면에서 별도의 위험을 만든다.

특히 유명인의 주거지 정보가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확산되면 집회 참가자가 아닌 사람까지 현장을 찾아갈 가능성이 생기고, 실제 거주자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언론 보도에서도 배우의 실제 주소나 주택 위치를 구체적으로 재전파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 역시 ‘서울 성북구 자택 인근’ 정도로만 설명해도 공익적 보도 목적에는 충분하다.

문체부 “영화 비판과 배우 신변 위협은 다른 문제”

정부도 이 지점을 구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영화의 역사적 해석과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비판이 배우의 자택 앞 시위와 개인의 일상 침해,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는 영화 관계자와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조치와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

이는 영화에 대한 비판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과 창작자 개인에 대한 위협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유해진 소속사 역시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명예훼손 행위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계가 우려하는 것은 ‘비판’보다 위축효과다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영화가 사실관계를 왜곡했는지 비판하고 논쟁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 논쟁이 배우와 제작진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과 광고 불매, 주거지 시위까지 이어질 경우 창작자들이 민감한 역사·정치 소재 자체를 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위축효과’의 문제다.

특정 작품을 비판하는 방식이 작품을 만든 사람의 개인적 생활까지 압박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제작자와 배우는 작품의 완성도나 역사적 해석보다 개인적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작품의 내용에 동의하느냐와 별개의 문제다.

창작의 자유는 작품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면제받을 권리를 의미하지 않지만, 반대로 작품을 비판할 자유 역시 창작자의 사생활과 안전을 무제한으로 침해할 권리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논란 속에서도 관객 선택은 별도로 움직였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역사적 논란과 영화시장의 반응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택 앞 시위와 불매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암살자(들)>은 주말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고 누적 관객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것은 논란이 흥행에 도움을 줬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작품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관객 개개인의 영화 선택이 완전히 동일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작품에 대한 최종 평가는 비판단체와 제작사 어느 한쪽만의 것이 아니라 관객과 비평, 이후의 역사적 평가가 함께 만들어가게 된다.

Next Insight 분석 | 표현의 자유가 강하려면 ‘상대의 경계’도 분명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영화가 역사왜곡인가 아닌가”라는 질문 하나로만 보면 집 앞 시위가 만들어낸 새로운 쟁점을 놓치게 된다.

영화의 역사 해석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제작진에게 근거를 요구할 수도 있고, 관객에게 보지 말자고 주장하거나 불매를 제안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서 출발한 비판이 배우의 집 앞까지 이동하는 순간 질문은 달라진다.

무엇을 말했느냐뿐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했느냐가 중요해진다.

민주사회에서 집회의 자유가 강하게 보호되는 이유는 권력과 사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자유가 지속적으로 보호되려면 다른 사람의 주거와 일상, 신체적 안전이라는 경계도 함께 존중돼야 한다.

반대로 배우나 창작자 역시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공간까지 항상 공개적 항의의 장소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편의 역사 해석이 옳은지를 판정하는 일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비판이 작품을 넘어 한 개인의 사생활과 주거의 평온을 압박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다.

집회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 사생활 보호는 어느 하나가 다른 권리를 자동으로 지우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권리가 충돌할 때 어느 지점에 선을 그을 것인지가 민주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그래서 영화 한 편의 역사 해석을 넘어섰다.

작품을 비판할 자유가 배우의 집 앞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사회적·법적 기준을 어디에 세우느냐가 이번 논란 뒤에 남은 또 하나의 경계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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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 역사왜곡 논란 관련 공식 입장
  • 유해진 소속사, 자택 앞 시위·사생활 침해 및 신변 위협 관련 입장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영화 관계자·출연 배우 안전조치 관련 공개 발언
  • 국가법령정보센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 국가법령정보센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 대법원, 스토킹행위의 반복성·불안감 판단기준 관련 판례
  • 영화계 단체, <암살자(들)> 논란과 창작자 비방 관련 공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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