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이후의 경찰개혁…‘가장 큰 권력’과 책임 강화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파문에 총리실 주도 개혁기구 검토 지시…수사권 확대 앞두고 ‘권한만큼 책임’ 화두로

이재명 대통령이 경찰의 권한 확대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거론하며 국무총리실에 경찰개혁 기구 구상을 지시했다.
제주 장미란씨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은 일선 경찰관의 비위를 넘어 지휘·감독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경찰개혁의 핵심은 결국 커지는 수사권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李 대통령 “경찰, 앞으로 가장 큰 권력 행사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경찰이 국가 기구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며 국민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리실에 경찰개혁 기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 광범위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와 치안 사건 대응을 거론하며 일선 직원 문책에 그치지 않고 지휘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권한이 커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통제도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미란씨 사건이 드러낸 것은 ‘한 사람의 일탈’만이 아니다

경찰개혁 논의에 불을 붙인 직접적인 계기는 제주 실종사건이다.

장미란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됐지만 담당 경찰관 A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련 관리자료도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이 재수색에 나선 끝에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실종 104일 만에 발견했다. 25일 오전 현재 신원과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한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A경장이 처리·종결한 실종사건이 298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경찰은 추가적인 허위 종결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298건 전체가 허위 종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조사 대상이 298건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도 ‘지휘·감독 체계’까지 감찰

경찰청 역시 이번 문제를 개인의 일탈만으로 보고 있지 않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사건 처리 과정뿐 아니라 상급자의 보고·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까지 포함해 지휘체계 전반을 감찰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24일 사건 종결 경위와 경찰 지휘·감독 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쇄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번 사건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실종사건을 한 경찰관이 부당하게 종결하려 할 때 조직 내부에서 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수사권 확대보다 먼저 검증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내부 통제 시스템이다.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경찰 수사 책임 더 커진다

경찰개혁 논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오는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다.

개정법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보다 명확히 하면서 검사의 일반적인 직접수사 영역을 축소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다만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청하는 제도와 공소제기 여부 판단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등의 통제장치는 유지된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모두 폐지되고 경찰이 모든 수사권을 독점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검사의 직접수사가 크게 줄고 경찰이 일선 사건 수사의 중심을 담당하게 되는 만큼 경찰의 판단과 수사종결에 대한 책임이 지금보다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검찰 권력 줄이고 또 다른 거대 권력을 만들 것인가

검찰개혁의 목적이 권력기관의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면 경찰개혁 역시 같은 원칙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한 뒤 그 권한이 경찰이라는 또 다른 조직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면 개혁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찰 통제를 이유로 과거 검찰 중심의 수사지휘 체계를 되살리는 것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될 경찰개혁의 핵심은 경찰의 권한을 다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과 사건 종결을 누가 검증하고, 잘못된 판단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제도가 이를 즉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Next Insight|경찰개혁의 핵심은 ‘권한 축소’보다 ‘통제의 설계’다

장미란씨 사건이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은 경찰관 한 명의 잘못이 아니다. 그 잘못을 조직이 왜 막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수사권이 커지는 만큼 경찰 내부의 지휘책임과 외부 감시, 사건 종결에 대한 이중 확인, 국민의 이의제기 절차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

검찰의 권력을 줄이는 것만으로 권력기관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쪽의 권력을 분산시킨 뒤 새로운 권력 집중을 막는 제도까지 만들어야 개혁은 완성된다.

이번 경찰개혁 논의의 성패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경찰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줄 것인가보다 그 권력을 국민이 어떻게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이유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청와대·국무회의 대통령 발언, 2026.8.25
  • 경찰청·제주경찰청 실종사건 조사·감찰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정 「형사소송법」
  • 청와대, 경찰 수사 공정성 강화 관련 국무회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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