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암표는 50배 과징금, 한강 ‘명당 장사’는 속수무책…불꽃축제의 규제 공백

무료 한강공원 자리가 10만~40만원 거래 대상으로…서울시는 돗자리 수거·게시물 삭제 요청에 의존
암표 규제 강화 일주일 만에 드러난 사각지대…‘먼저 이용할 권리’와 ‘공공공간 판매’의 경계 필요

공연 암표에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1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무료 한강공원 자리가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가격보다 누구나 이용해야 할 공공공간의 희소성을 개인이 먼저 점유해 상품으로 바꾸고 있어도 이를 직접 제재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무료 자리에도 30만원 가격표…돗자리 3~4장은 60만원

5일 서울 여의도·이촌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이른바 ‘명당’을 대신 확보해 준다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3일 확인된 거래 가격은 대체로 10만~30만원대였다. 한 판매자는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에 25만원을 요구했고, 돗자리 3~4개 규모를 확보해 달라는 문의에는 60만원을 제시했다. 다른 거래에서는 4인 기준 40만원이 제시된 사례도 보도됐다.

한강공원의 대표적 관람 지점으로 꼽히는 원효대교 아래 계단형 공간에는 행사 이틀 전부터 사람이 없는 돗자리가 설치됐다. 미래한강본부가 ‘자리선점 금지’ 경고문을 붙이고 4일 오전 9시30분부터 방치된 돗자리를 수거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정 대응은 사실상 수거·계도와 온라인 게시물 삭제 요청 수준이다.

올해 공식 행사는 5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며 불꽃쇼는 오후 8시부터 9시10분까지 열린다. 서울시는 전체 관람 규모를 약 100만명,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만 40만~5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 한강공원 관람은 무료다.

암표법은 강해졌는데…‘돗자리 장사’에는 닿지 않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불과 일주일 전 암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8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연법은 주최 측 동의 없이 입장권 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구입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부정판매’로 규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부정판매자에게 판매금액의 최대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규제보다 범위와 제재 수위가 크게 넓어졌다.

그러나 한강공원의 무료 관람 자리는 애초에 ‘입장권’이 아니다.

공연법상 ‘공연’ 역시 음악·무용·연극·뮤지컬·연예·국악·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해 공중에게 관람시키는 행위로 정의돼 있다. 이 때문에 불꽃축제 관련 유료 관람권이나 무료 관람 장소의 재판매 문제를 새 공연법의 암표 규제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콘서트 좌석을 웃돈 받고 팔면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지만, 무료 공원의 가장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한 뒤 수십만원을 받고 넘기는 행위는 규제망 밖에 놓이는 역설​이 발생한다.

공원 상행위 금지 조항도 ‘온라인 자리 판매’에는 한계

현행 공원녹지법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도시공원에서 행상이나 노점에 의한 상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한강공원에 먼저 앉아 있거나 돗자리를 놓는 행위 자체를 곧바로 상행위로 판단하기는 어렵고, 온라인에서 돈을 받은 뒤 현장에서 자리를 넘기는 거래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도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한강공원에서 사람이 계속 앉아 있는 행위를 금지하기 어렵듯 설치물이 아닌 돗자리 선점을 직접 제재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자리 판매 행위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여기서 호텔이나 카페의 고가 상품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소유하거나 영업권을 가진 공간에서 불꽃축제 조망권을 상품화하는 것과 시민 모두에게 개방된 무료 공공공간을 먼저 점유한 뒤 이를 판매하는 행위는 성격이 다르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돗자리가 아니라 ‘공공재에 붙은 사적 가격표’

불꽃축제의 명당 거래를 단순한 ‘얌체 행동’이나 시민의식 문제로만 보면 해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100만명이 동시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원하면 좋은 관람 위치에는 자연스럽게 희소성이 생긴다. 문제는 그 희소성을 먼저 도착해 이용하는 권리에서 미리 점유해 돈을 받고 넘길 수 있는 사적 권리로 전환시키는 순간이다.

공공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일찍 도착해 자리를 지키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반대로 사람이 없는 돗자리로 며칠 전부터 넓은 면적을 확보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까지 동일한 ‘공원이용’으로 보는 것도 공정성과 맞지 않는다.

암표 규제가 강해진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포괄적 처벌법이 아니라, 대규모 행사 때 공공공간을 언제부터·얼마나·어떤 방식으로 선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영업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 어디서부터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다.

무료였던 한강 자리에 30만원의 가격표가 붙은 것은 불꽃의 가치가 30만원으로 올라갔기 때문이 아니다. 모두의 공간에서 발생한 희소성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개인의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빈틈에 시장이 생긴 것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 행사 안내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연법」 제2조·제4조의2·제4조의4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문화체육관광부, 암표 근절을 위한 공연법 시행령 개정 관련 자료
연합뉴스, 서울세계불꽃축제 한강공원 자리 선점·거래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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