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로 부동산 풀겠다…이재명 정부, 8·13 대책 시험대

수도권 23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가계대출 여력 확대…“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

규제 일변도에서 공급·실수요 금융지원 병행으로 변화…서울 공급 시차·가계부채 재확대는 숙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정해 놓은 정책에 시장과 국민을 맞추기보다 실수요자의 주거 현실과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를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조세제도와 관련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기초해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과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7월 23일에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공급·대출·세제·실수요자 보호 문제에 관한 의견을 직접 수렴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강조한 핵심은 단순한 ‘집값 억제’가 아니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로 인해 자산 불평등과 가계부채가 확대되고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가 약화되는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보다 국민 의견을 듣고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약 3주 뒤인 8월 13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러한 방향을 상당 부분 구체화했다.

■ 8·13 대책 핵심은 ‘공급 숫자’보다 실제 착공 속도

정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약 10만 가구는 신규 공공택지로 확보한다. 우선 정부가 이날 공개한 지역은 서울 강서와 경기 남양주·광주 등 3곳으로 총 약 2만7천 가구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일대에 약 1천 가구,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에 약 2만1천700가구, 경기 광주시 장지동 일원에 약 4천500가구​를 공급한다. 나머지 약 7만3천 가구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는 올해 안에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강조한 부분은 ‘발표한 공급량’과 ‘실제로 국민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 사이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의 경우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약 68개월에서 3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토지보상과 지구계획,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 등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수십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면서 시장이 이를 ‘당장 공급되는 주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서울은 재개발·재건축과 도심 공급이 관건

그러나 이번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계도 분명하다.

신규 공공택지 2만7천 가구 가운데 서울에 직접 공급되는 신규택지는 강서구 약 1천 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남양주와 광주 등 경기도에 위치한다.

서울의 주택 수요를 해결하려면 결국 재개발·재건축과 도심 유휴부지 활용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2023년 이후 중단됐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공모를 재개해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1만~2만 가구 규모의 후보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한 학교용지와 공공기관 사무소 등 활용도가 낮은 도심 부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개발·재건축과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금융·행정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가 “공공이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추진하고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도 과거 공공 중심 공급만으로는 서울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국민이 가장 크게 호소했던 ‘대출 문제’도 일부 풀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금융정책의 변화다.

정부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약 3%로 상향했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약 30조원 정도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주택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잔금대출과 주택공급 사업, 청년·무주택 실수요자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앞선 강력한 대출규제 이후 “집을 사려는 투기수요뿐 아니라 실제 입주해야 할 사람의 잔금대출까지 막힌다”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월 국민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청년·생애최초 구입자와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를 겪는 1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현실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상당수 제기된 바 있다.

■ 청년에게 LTV 최대 80%…‘청년미래보금자리론’ 도입

청년층 주거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출시할 계획이다.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연간 약 3조원 규모로 2년간 한시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아파트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의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줄이기 위한 소득요건 조정도 추진된다. 기존 부부합산 소득 기준 때문에 결혼 이후 정책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부부 가운데 한 명의 연소득이 7천만원 이하인 경우를 보금자리론 대상 기준에 추가하기로 했다.

또 반전세 형태로 거주하는 청년에게 전세대출과 월세대출을 동시에 보증하는 상품을 신설하고, 청년 전세대출 특례 연령도 확대한다.

■ 공급자금도 대폭 확대…건설사가 돈이 없어 착공 못하는 문제 해결

공급계획을 아무리 많이 발표해도 건설사와 시행사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크게 확대한 이유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PF 보증 공급은 올해 약 23조원, 2027년 33조원, 2028년 30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향후 3년 평균 약 28조7천억원으로 과거 3년 평균의 약 2.2배 수준이다.

PF 보증과 펀드, 금융권 자금 등을 합친 주택공급 금융지원 규모도 기존 약 26조3천억원에서 47조8천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단순히 “몇 만 가구를 짓겠다”는 선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택지→인허가→PF→착공→입주의 연결고리를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 모든 대출규제를 푼 것은 아니다…투기성 자금에는 규제 유지

다만 정부의 금융정책이 전면적인 규제 완화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는 동시에 규제지역 주택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일부 1주택자의 신규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투자 목적 또는 우회적인 주택자금 조달에 대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강화한다. 일정한 실거주 이력이나 임대차 승계 등 불가피한 사유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정부의 금융정책은 “투기성 대출은 막되 실수요자의 자금줄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왜 지금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첫째 주까지 78주 연속 상승했다. 8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동안 0.26% 올랐으며 전세가격 역시 0.25% 상승했다.

강력한 대출규제와 규제지역 확대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상승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의도보다 실제 주거비가 얼마나 줄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공급 확대와 실수요 금융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일부 이동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 긍정적 평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

이번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여당은 공공과 민간 공급 능력을 동시에 활용하고, 실제 착공을 앞당기면서 청년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는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급·금융·세제 등을 함께 다루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잦은 규제 변경과 정책 수정으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한다. 공급 확대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세금과 대출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주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에서도 다른 방향의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 등은 오히려 가계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유세 체계를 강화해 부동산으로 과도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현재의 부동산 논쟁은 단순히 여야의 ‘규제 대 완화’ 대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급 확대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지만 세금과 대출을 어느 수준까지 조이고 풀 것인가, 그리고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어떤 기준으로 구별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다.

■ ‘23만 가구’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국민이 입주하느냐

이번 대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23만 가구’라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새로운 택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지구지정과 보상, 기반시설 조성, 주택건설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 강서 신규택지는 2029년 착공이 목표이고, 남양주 도심과 경기 광주역세권2지구는 2030년 상반기 착공이 목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 실제 국민이 입주해 생활하기 시작하는 것은 착공보다 다시 수년 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공택지 절차를 68개월에서 37개월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공급 시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지만, 토지보상·교통대책·지방자치단체 협의와 주민 반발 등이 발생할 경우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대출을 다시 늘리는 정책의 양면성

금융정책에도 양면성이 있다.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를 1.5%에서 3%로 높이면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하던 실수요자와 청년층에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이 충분히 늘기 전에 시장에 구매자금이 먼저 풀리면 오히려 집값 상승의 연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추가 대출 여력이 실제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배분되는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다시 빠르게 상승하는지에 따라 정부가 대출정책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 ‘국민 눈높이 정책’ 성공 여부는 결국 결과로 판가름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라는 원칙은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강한 메시지다.

그러나 부동산정책에서 국민의 눈높이는 단일하지 않다.

무주택자는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내려가기를 원하고, 생애최초 구입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기를 바란다. 1주택자는 지나친 세금 증가를 우려하고, 청년은 수도권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 공급을 요구한다. 반면 집값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국민도 있다.

따라서 ‘국민 눈높이’라는 말은 특정 계층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 공급 확대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8·13 대책은 그런 점에서 이전의 수요 억제 중심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급 확대·민간 참여·PF 정상화·청년과 실수요자의 금융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말하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약속이 실제로 평가받으려면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에서 착공 물량이 늘고, 입주 물량이 증가하며, 집값과 전월세 상승세가 안정되는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결국 국민이 평가하는 부동산정책의 기준은 발표된 대책의 개수도, 공급계획에 적힌 숫자도 아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자신의 소득으로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무주택자가 미래의 집값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집 마련을 계획할 수 있는지, 세입자가 전월세 급등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진정한 ‘국민 눈높이’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선언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부동산정책’은 이제 구호의 단계에서 벗어났다.

8·13 대책이 그 첫 번째 실질적인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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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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