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북한군 지뢰·정전협정 위반’ 판단했는데…이재명 대통령은 왜 ‘불의의 사고’라 했나

합참·유엔사 조사로 북한군 지뢰 가능성 짙어져…국방부도 “북한군 매설” 판단

성일종 “불의의 사고 아닌 북한의 공격”…대통령 표현과 군 판단 사이 온도차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로 장병들이 다친 사건을 두고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이미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고,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론까지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군의 조사 결과와 대통령의 표현 사이에 왜 차이가 생겼느냐다.

군 조사에서 확인된 ‘북한군 지뢰’

이번 사고는 9월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했다.

우리 장병들은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에서 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를 위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후 중간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우리 군이 지뢰를 매설한 기록이 없고, 인근에서는 2025년 9월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흔적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폭발물 성분과 화구 형태, 장병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합참은 폭발 원인에 대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실제 북한군이 사용하는 수지 반보병지뢰도 추가 발견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역시 국회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유엔군사령부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공개된 군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사고 원인이 단순한 미확인 지뢰라는 단계는 이미 넘어선 셈이다.

대통령은 왜 ‘북한’과 ‘지뢰’를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표현이 달랐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한 우리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장병들의 빠른 쾌유와 가족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여기에는 ‘북한군’, ‘지뢰’,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국군의 날 하루 전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판단까지 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표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더욱 커졌다.

다만 대통령이 군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했다거나 북한군 지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공식 설명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표현이 군 조사 결과와 다른 판단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남북관계와 대북 메시지를 고려해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와 언론에서는 북미대화와 남북 긴장 완화를 고려한 상황 관리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밝힌 설명은 아니다.

성일종 “불의의 사고 아닌 북한의 공격”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표현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 의원은 SNS에서 “대통령님,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공격입니다”라며 “대통령의 말을 듣자마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장관과 합참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를 매설했다고 주장하면서, 장병들이 “북한군의 의도적인 공격에 의해 다친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권영세 의원 등은 대통령이 북한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군 통수권자의 대북 인식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사실관계와 정치적 평가는 분리해야 한다.

북한군 지뢰가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발견됐고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 해당 지뢰가 우리 장병을 직접 겨냥해 특정 시점에 설치됐다는 의미의 ‘의도적인 공격’까지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성 의원의 ‘북한의 공격’이라는 표현은 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정치적 판단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고’와 ‘도발’ 사이에서 달라진 표현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 정부 기관과 정치권이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졌다는 점이 있다.

군은 북한군 지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국방부 장관도 북한군 매설로 판단하고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를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통일부 역시 최근 이번 사건을 ‘지뢰 폭발 사고와 같은 불행’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면서 군 당국보다 상대적으로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외교·통일 분야와 군 당국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안보 사건에서 단어 선택은 단순한 표현 문제가 아니다.

‘사고’라고 규정하는 것과 ‘도발’ 또는 ‘공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책임 추궁과 향후 대응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Next Insight 분석 | ‘사고냐 공격이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대통령 표현과 군 조사 결과 사이의 간극

이번 논란을 ‘불의(不意)’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으로 좁히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비교적 명확하다.

군은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고, 현장에서는 실제 북한군 지뢰가 발견됐다. 국방부 장관도 북한군의 매설로 보고 있으며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군의 날 메시지에서는 북한도, 지뢰도, 정전협정 위반도 사라졌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표현을 두고 곧바로 ‘북한 책임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라고 넘기는 것도 아니다.

왜 군의 공식 판단과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가 달라졌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긴장 관리 때문이라면 그 역시 하나의 정책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판단을 근거로 표현 수위를 조절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군 조사 결과와 대통령의 메시지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수록 국민이 받아들이는 안보 메시지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사고인가 공격인가’라는 정치적 규정보다, 확인된 군사적 사실이 대통령의 언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 달라졌느냐는 점이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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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유엔군사령부
대통령실·국군의 날 기념사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SNS
연합뉴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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