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최상위권 유지했지만 읽기 501점…2022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하락
AI·디지털 활용 능력은 강세…문제는 ‘기기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읽고 생각하느냐’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의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그런데 성적표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신호가 겹쳐 있다. 디지털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OECD 최상위권인데, 읽기는 3년 만에 14점 떨어졌다. 디지털을 잘 다루는 것과 깊이 읽는 것은 같은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이 PISA 2025에서 선명해졌다.
최상위권 성적표 안의 ‘읽기 14점’
OECD가 8일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에서 한국 학생의 평균 점수는 과학 526점, 수학 522점, 읽기 501점이었다. OECD 평균인 과학 482점, 수학 463점, 읽기 461점을 모두 웃돌았다.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한국은 과학 1~3위, 수학 1~2위, 읽기 1~9위 범위다. 91개국·경제권 약 76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196개교 6859명이 평가를 치렀다.
그러나 2022년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학은 528점에서 526점으로 2점, 수학은 527점에서 522점으로 5점 내려갔다. 읽기는 515점에서 501점으로 14점 하락했다. OECD는 과학과 수학은 이전 평가와 통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읽기는 유의하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은 늘고, 잘 읽는 학생은 감소

평균점수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학생들의 분포다.
읽기에서 기초 성취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1수준 이하 학생은 2022년 14.7%에서 2025년 **17.8%**로 늘었다. 반대로 5수준 이상 상위권은 13.3%에서 **10.3%**로 줄었다.
점수가 중간층에서 조금 이동한 정도가 아니다.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늘고, 복잡한 글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위 학생은 줄어드는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성별 차이도 컸다. 읽기 평균은 남학생 487점, 여학생 515점으로 28점 차이였다. 수학에서는 남학생이 11점 높았고 과학은 2점 차이에 그쳤다. 읽기 문제 안에서도 성별에 따른 동기와 텍스트 소비 방식까지 따로 살펴야 할 이유다.
읽기는 내려갔는데 디지털 문제해결은 538점
이번 PISA에서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 영역이 처음 도입됐다.
컴퓨팅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나누고 오류를 점검하며 해결책을 찾는 컴퓨팅 문제해결력에서 한국은 538점을 기록했다. OECD 평균 500점을 크게 웃돌았고 회원국 가운데 2~5위 수준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결과가 같은 학생들에게서 동시에 나왔다는 점이다.
디지털 문제해결 능력은 강한데 읽기 능력은 후퇴했다.
한국 학생의 51%는 학습을 위해 AI 챗봇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새로운 주제의 사전조사에 AI를 활용한다는 학생은 44%, 읽어야 할 글을 요약하는 데 사용하는 학생은 37%, 글쓰기 과제 초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는 학생도 37%였다.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AI나 스마트폰을 읽기 하락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 탓’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읽기 성취도 하락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OECD 회원국 평균 읽기 점수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28점 하락했다. OECD는 이를 약 1년 반의 학습량에 해당하는 차이로 설명한다. 읽기와 수학 평균은 PISA 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OECD는 여가 목적의 디지털 기기 사용과 과도한 화면 노출, 소셜미디어 증가, 독서량 감소 등을 함께 주목하고 있다. 학생들이 글을 충분히 읽지 않고 빠르게 훑은 뒤 잘못 답하는 이른바 ‘hasty reading’도 2018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는 다른 신호도 있다. 수업 중 다른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때문에 자주 방해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7%**로 OECD 평균 28%보다 훨씬 낮았다. OECD 분석에서 한국은 교실 내 디지털 방해와 학업성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은 소수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SNS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현상이 훨씬 복잡하다.
Next Insight 분석 | 디지털을 잘 쓰는 것과 깊이 읽는 것은 다르다

PISA 2025가 보여준 한국 학생의 모습은 역설적이다.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AI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학과 수학의 기본 학업성취도 역시 여전히 높다.
그런데 글을 오래 붙잡고 핵심을 찾고, 여러 정보를 연결해 의미를 판단하는 읽기에서는 균열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교실에서 없애는 것만으로 충분할 가능성은 낮다. 디지털 자체보다 정보를 빨리 얻는 습관이 생각하는 시간을 대신하고 있는지, 요약된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긴 문장을 끝까지 읽고 스스로 구조를 만드는 경험이 줄어드는지를 살펴야 한다.
OECD 역시 기술과 AI는 목적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면 학습을 강화할 수 있지만 주의·노력·이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독서교육과 질문·토론 중심 수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1000개교인 ‘책 읽는 학교’를 내년 3000개교로 확대하고 일부 학년을 독서교육 집중학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책을 몇 권 더 읽게 하는 것만으로 읽기 14점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읽기란 글자를 따라가는 능력이 아니라, 멈추고 의심하고 연결한 뒤 자신의 판단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도 깊이 읽는 힘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PISA 2025가 한국 교육에 던진 질문은 그쪽에 더 가깝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OECD, 「PISA 2025 Results – Korea Country Note」, 2026.09.08
OECD, 「PISA 2025: Students’ reading and mathematics performance declined sharply across the OECD」, 2026.09.08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PISA 2025 결과」
전자신문, 「韓 학생 학업성취도 상위권 유지했지만…읽기·수학·과학 성적 모두 하락」, 2026.09.08
연합뉴스, 「韓 15세 학생 읽기능력 급락」,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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