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터져야 들여다봤다…재외공관 감사가 ‘예방’보다 늦었던 이유

194개 재외공관 중 46곳, 5년 넘게 정기감사 공백…규정상 주기는 2~4년

갑질은 직원 투서, 업무 방치는 감사원이 발견…외교부 “5~6명이 전 공관 감사”

해외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관과 총영사관 가운데 46곳이 5년 넘게 정기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규정은 재외공관을 2~4년마다 감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공관은 9년 넘게 정기적인 점검에서 벗어나 있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문제의 발견 방식이다. 공관 내부의 갑질은 직원 투서가, 장기간의 업무 방치는 감사원이 먼저 찾아냈다. 정기감사가 문제를 예방하는 장치였는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4년 주기 규정 밖의 46개 공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194개 재외공관 가운데 46곳이 5년 이상 정기감사를 받지 않았다. 일부는 감사 공백이 9년을 넘겼다.

현행 외교부 자체감사규정은 재외공관 정기감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정한다. 해당 기간 안에 감사원의 정기감사를 받은 경우 중복을 피하기 위해 자체감사를 생략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4년을 넘어서는 공백을 예정한 제도는 아니다. 정기감사는 특정 비위가 발생한 뒤 실시하는 특별감사와 달리 공관 업무 전반을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는 장치다.

46곳이라는 숫자는 그래서 단순한 감사 일정 지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울 본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공관장의 권한과 현지 업무의 독립성이 큰 조직에서 정기적인 외부 점검 자체가 장기간 끊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서가 먼저 찾아낸 블라디보스토크

주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은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공관은 2018년 이후 정기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부임한 오성환 당시 총영사를 둘러싸고 직원 갑질 문제가 제기됐지만 문제를 처음 포착한 것은 정기감사가 아니었다. 직원 투서가 먼저였다. 외교부는 투서를 토대로 감사를 진행했고,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2021년 품위유지·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오 전 총영사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다. 오 전 총영사는 당시 의혹을 부인하고 징계에 불복했다.

결과적으로 이 공관에서는 정기감사 → 이상 징후 발견이 아니라 내부 제보 → 감사 → 징계의 순서가 작동했다.

제보 시스템도 필요한 통제장치다. 그러나 내부 직원이 위험을 감수하고 문제를 밖으로 알릴 때까지 조직의 공식 점검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정기감사의 예방 기능을 따져볼 이유가 생긴다.

감사원이 뒤늦게 확인한 영국대사관

주영국대사관에서는 다른 형태의 관리 공백이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 교과서에 담긴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아 달라고 세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교과서에는 한국을 ‘암페타민 생산국’으로 설명하거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분류하는 등 중대한 오류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대사관은 영국 교육당국이나 출판사에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밝혀낸 것 역시 외교부 정기감사가 아니라 2025년 감사원의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였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오류 시정 활동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공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주영국대사관의 마지막 정기감사는 2021년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조직 내부의 복무 문제였다면 영국 사례는 재외공관의 기본 업무가 장기간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점검하는 문제였다.

194곳을 보는 5~6명

외교부는 감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배경으로 인력과 예산 부족을 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 세계 재외공관 감사를 원칙적으로 5~6명 규모의 한 과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재외공관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인력 4명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전 세계에 흩어진 공관을 직접 감사하려면 출장비와 시간이 필요하고, 코로나19 시기에는 현장감사가 더욱 어려웠다는 사정도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은 감사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2~4년이라는 자체 기준이 여러 공관에서 장기간 지켜지지 않은 결과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Next Insight 분석 | 감사의 가치는 ‘문제가 없을 때’ 들어가는 것

감사는 문제가 터진 뒤 책임자를 찾아내는 절차만이 아니다.

아무런 제보가 없어도 일정한 주기로 조직 안에 들어가 예산과 업무, 복무기강과 관리체계를 살펴보는 것이 정기감사의 본래 역할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직원이 먼저 문제를 알렸다. 영국대사관의 업무 방치는 감사원이 들어간 뒤에야 확인됐다. 두 사례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외교부 정기감사가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장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물론 정기감사를 2~4년마다 실시한다고 모든 갑질이나 업무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가 있었다고 반드시 문제가 발견됐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4년마다 확인하도록 스스로 정한 제도가 5년, 7년, 9년씩 비어 있다면 최소한의 예방 장치조차 충분히 작동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재외공관은 국내의 일반 행정기관보다 본부의 일상적인 감시가 어렵다. 동시에 외교·영사·비자·재외국민 보호와 국가 이미지를 현장에서 직접 담당한다. 그만큼 문제가 발생한 뒤 특별감사를 보내는 것보다 문제가 보이지 않을 때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

외교부가 이번에 확인해야 할 것은 46개 공관의 밀린 감사 일정을 채우는 것만이 아니다.

문제가 터져야 감사가 시작되는 구조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살펴보는 구조로 바꿀 수 있는가.

정기감사의 존재 이유는 적발 실적보다 그 질문에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외교부, 「외교부 자체감사규정」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기헌 의원실·외교부 제출자료
세계일보, 「내부 고발 나올 때까지 ‘감사 사각’…외교부, 재외공관 관리 사실상 방치」, 2026.09.08
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
SBS,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등 공관장 2명 해임」,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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