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지순례 8부작 ⑧] 떡지순례는 유행으로 끝날까…K-디저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조건

떡류 수출 9,140만달러로 역대 최대, K-푸드 전체는 100억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성장의 중심은 여전히 떡볶이…인절미·설기·찹쌀떡이 세계의 일상 디저트로 남으려면 한류의 화제성을 넘어 식감 보존·냉동유통·품질 표준화·고유한 브랜드 언어까지 하나의 산업체계로 완성해야 한다

2024년 한국 떡류 수출액은 9,140만달러로 전년보다 17.5% 증가했고, 2019년 3,430만달러와 비교하면 5년 만에 2.7배 가까이 커졌다. 미국이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네덜란드·베트남·일본·캐나다까지 시장이 넓어졌지만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한류와 가정간편식 확산을 등에 업은 떡볶이가 만들었다.
여기서 국내 떡지순례 열풍과 수출 통계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인절미·설기·찹쌀떡이 ‘새로운 디저트’로 재발견됐지만 해외에서 먼저 자리 잡은 것은 소스와 조리법이 결합된 떡볶이였기 때문에, ‘떡 수출의 성장’과 ‘디저트 떡의 세계화’를 같은 단계로 볼 수는 없다.
마지막 8편이 묻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국내에서 사람을 기차에 태우고 몇 시간씩 줄 세운 떡의 매력이 국경을 넘은 뒤에도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는가.


9,140만달러의 함정…‘떡 수출’과 ‘K-디저트’는 아직 같은 시장이 아니다

떡류 수출은 2023년 7,780만달러에서 2024년 9,140만달러로 확대됐고 미국만 3,4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현지 코스트코·월마트·아마존까지 판매망이 넓어지면서 과거 한인 상권에 머물던 한국 쌀가공식품이 주류 유통시장으로 이동할 기반도 생겼다.

그러나 떡볶이는 매운 소스와 조리법, K-스트리트푸드라는 명확한 소비 장면을 함께 수출할 수 있지만 인절미·백설기·송편은 식감과 재료 자체를 낯선 소비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 방식부터 다르다. 떡볶이가 이미 존재하는 ‘한식 메뉴 시장’을 넓혔다면 디저트 떡은 해외에서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수출 증가율보다 먼저 봐야 할 차이다.


국내 최고의 경쟁력 ‘쫀득함’…국경을 넘는 순간 가장 어려운 기술

떡지순례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인 핵심에는 식감이 있었다. 문제는 찰기와 수분감, 부드러움을 만드는 전분 구조가 저장시간과 온도, 수분 이동에 민감해 장거리 물류에서는 바로 그 강점이 품질관리의 가장 어려운 지점으로 바뀐다는 데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냉동 가래떡의 해동 방식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상온·물·찜·전자레인지 등 처리조건에 따라 경도와 수분, 씹힘성, 해동 손실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가 본점까지 찾아가 얻는 ‘갓 만든 상태’를 해외에서는 냉동창고·운송·현지 매장·가정 해동을 거친 뒤 제공해야 하므로, K-디저트의 첫 번째 경쟁은 홍보가 아니라 물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존하느냐에서 시작된다.

맛있는 떡을 만드는 기술과 멀리 보내도 맛있는 떡을 만드는 기술은 같지 않다.


냉동과 표준화…전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편차’를 줄이는 기술

전통식품에서 표준화는 종종 공장화와 동일시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만드는 조건이다. 같은 제품을 서울에서 먹었을 때와 뉴욕에서 구입했을 때 당도·탄력·수분감이 크게 다르고, 같은 포장이라도 해동 결과가 매번 달라진다면 소비자는 이를 장인의 개성보다 품질 불안정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산업화의 목표는 지역마다 다른 쌀과 제조법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 브랜드의 고유한 맛은 보존하면서 원료 배합·수분·중량·냉동시점·포장·보관기간·해동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편차를 통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명확하다.

지켜야 할 것은 차별성이고, 없애야 할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 기준이 세워져야 작은 로컬 떡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이름으로 팔 수 있다.


‘Korean mochi’로 시작해도 ‘tteok’으로 남아야 한다

낯선 음식을 기존 식품과 비교해 설명하는 것은 시장 진입 단계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국 떡이 계속 ‘Korean mochi’로만 소비된다면 쫀득한 식감은 알려져도 떡 자체가 독립적인 문화·상품 카테고리로 축적되기는 어렵다.

떡볶이가 이를 먼저 보여줬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 영어사전에 ‘tteokbokki’가 신규 단어로 등재된 것은 외국 소비자가 한국어 명칭 자체를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변화다.

인절미·송편·꿀떡도 장기적으로는 이름, 재료, 질감, 지역의 배경이 함께 연결돼야 한다. 세계화는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보다 외국인이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부를 이유를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이름이 남아야 카테고리가 남고, 카테고리가 생겨야 개별 브랜드도 그 안에서 경쟁할 수 있다.


해외 소비자가 바꾸는 떡…‘꿀떡 시리얼’이 보여준 가능성

해외 SNS에서 꿀떡을 우유에 넣어 먹는 ‘꿀떡 시리얼’이 등장한 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한국식 섭취법과는 다르지만 현지 소비자가 낯선 음식을 자신의 일상적 식사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의 중요한 신호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원형을 무조건 고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취향에 맞춰 정체성을 지우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제품의 핵심은 유지하되 현지 소비자가 언제, 무엇과, 어떤 방식으로 먹을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 장면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5편에서 피자설기가 백설기의 ‘먹는 순간’을 확장했던 것처럼 해외시장에서도 카테고리를 키우는 힘은 새로운 재료보다 새로운 소비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


한류가 만드는 것은 첫 구매…두 번째 주문부터는 산업의 몫

해외환경은 유리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1천만달러로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K-푸드+ 전체는 136억2천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팝·드라마·영화는 외국 소비자가 처음 보는 한국 음식을 한번 구매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진입로지만, 화제성은 품질의 편차와 높은 가격, 불편한 해동, 부족한 판매망을 해결하지 못한다.

한류가 호기심을 구매로 바꾼다면 안정적인 품질·간편한 조리·합리적인 가격·상시 유통은 그 구매를 습관으로 전환하며, 이 두 단계가 분리되는 순간 인기 식품과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차이도 선명해진다.

첫 상자는 콘텐츠가 팔 수 있다.

두 번째부터는 제품과 유통이 책임져야 한다.


로컬과 세계화는 반대말이 아니다…무엇을 남길지가 핵심

7편에서 확인했듯 로컬 브랜드의 힘은 ‘그곳까지 갈 이유’에 있었다. 해외 판매가 늘어나면 그 희소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가능하지만, 본점과 수출시장이 반드시 같은 제품·같은 경험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본점에는 당일 제조 제품과 지역 한정 메뉴를 남기고 해외에는 냉동 안정성과 조리 편의성을 높인 상품을 별도로 설계한다면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세계 어디에서나 가능한 소비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넓게 파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확장하고 무엇을 지역에 남길지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제품을 동일하게 만드는 순간 로컬 브랜드는 유통망을 얻는 대신 찾아갈 이유를 잃을 수 있다.

세계화가 프랜차이즈화와 같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진짜 성적표는 수출액보다 ‘두 번째 구매’

떡류 수출액이 1억달러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시장의 문이 열렸음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 정착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떡볶이에 집중된 수요가 인절미·설기·찹쌀떡으로 넓어지고, 한인마트를 넘어 현지 주류 유통망에서 재발주가 이어지며, 특정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가 다른 떡까지 선택하고 같은 브랜드를 반복 구매하는지 확인돼야 비로소 ‘K-디저트 시장’이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떡지순례에서도 대기번호 500보다 중요한 것은 줄이 없어진 뒤의 재구매였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유행은 첫 거래를 만들지만 산업은 반복거래를 만든다.


NextInsight | 세계화의 종착지는 ‘수출’이 아니라 ‘재구매’

떡지순례 8부작은 “떡은 뜨는데 왜 떡집은 사라지는가”라는 역설에서 시작했고, 그 답을 좇는 과정에서 시장의 중심이 명절·경조사에서 개인 취향으로, 가까운 동네 가게에서 ‘그 집 그 떡’으로, 일회성 주문에서 온라인·냉동·반복구매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쫀득함’은 오래된 물성이 새로운 디저트 언어로 번역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호박인절미는 한 제품이 지역 방문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대기번호 500은 희소성이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공급능력을 시험한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피자설기와 과일찹쌀떡은 전통의 핵심을 남기면서 소비 장면을 넓힐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냉정한 결론은 따로 있다.

시장의 성장은 모든 떡집의 성장을 보장하지 않았고, 살아남은 곳에는 제품·유통·지역성·브랜드를 새로운 소비방식과 연결하는 구조가 있었다.

해외에서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K-콘텐츠가 관심을 만들고 떡볶이가 유통망을 열어도, 인절미와 설기가 세계인의 일상 속 디저트로 남으려면 장거리 이동 뒤에도 물성이 유지되고, 제품마다 품질이 일정하며, 먹는 법이 직관적이고, 고유명칭이 기억되며, 가까운 매장에서 다시 살 수 있어야 한다.

세계시장 안착의 핵심은 재현성이며, 맛과 식감의 일관성, 안정적인 유통, 익숙한 소비 경험이 반복될 때 일시적 관심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전환된다.

한국 농식품은 이미 연간 100억달러 수출 시대에 들어섰고 떡 역시 1억달러 문턱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앞으로 떡 산업의 성패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숫자는 수출액이 아닐 수 있다.

한 번 먹은 사람이 다시 사는 비율이다.

첫 구매가 한류의 성과라면 재구매는 산업의 실력이며, 그 비율이 높아질 때 한국 떡은 비로소 ‘한국에서 온 유행 음식’에서 세계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K-디저트로 넘어간다.

떡지순례의 마지막 목적지는 해외가 아니다.

두 번째 선택이다.


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2024년 떡류 수출 실적 — 9,140만달러, 전년 대비 17.5% 증가.
  • 농림축산식품부, 「수출 신기록 쓴 K-푸드+ 2025년 136억 달러 돌파」, 2026.1.12.
  • 한국식품연구원, A study of the quality characteristics of frozen Korean rice cake by using different thawing methods,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 농림축산식품부·aT 떡류 주요 수출국 및 해외 유통 관련 자료.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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