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2000년 축제 시작 후 첫 ‘알박기’ 단속 107건
경찰도 암표·자릿세 단속…판매자는 ‘무료 나눔’으로 우회
입장권 아닌 공공장소의 자리, 강화된 암표 규제에서도 제외
서울시가 처음으로 한강공원의 ‘알박기’를 걷어내고 경찰까지 자릿세 단속에 나섰지만,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의 명당 거래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속이 강해지자 공개적인 자리 판매가 ‘무료 나눔’과 ‘돗자리 양도’로 모습을 바꿨고, 결국 드러난 것은 단속 의지보다 규제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제도의 빈틈이었다.
2000년 이후 첫 ‘알박기’ 단속…107건 적발
서울시는 올해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여의도한강공원 등에 미리 설치된 무인 돗자리와 텐트를 수거했다. 2000년 시작된 불꽃축제에서 서울시가 이른바 ‘알박기’를 직접 단속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행사 종료 후 집계된 적발 건수는 107건이었다.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거나 설치물이 바람에 날려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물품을 수거한 뒤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다만 불법 상행위가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아 별도의 과태료는 부과하지 못했다.
경찰도 한발 더 들어왔다. 서울경찰청은 본행사 당일 광역예방순찰대와 질서계를 투입해 암표 거래뿐 아니라 현장의 ‘자릿세 징수 행위’까지 단속 대상으로 명시했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부정예매에는 전담수사팀도 운영했다.
행정기관이 돗자리를 걷고 경찰이 돈거래를 단속하는 구조까지 갖춰진 셈이다.
40만원 자리에서 ‘무료 나눔’으로…단속 따라 변한 거래

그러나 시장은 단속보다 빠르게 형태를 바꿨다.
축제를 앞두고 무료 한강공원 명당을 대신 맡아주는 가격은 4인 기준 40만원까지 등장했고, 30만원을 주고 자리를 대신 맡아달라는 구인 게시물도 나타났다. 정가 11만~22만원인 노들섬 오렌지플레이존 입장권은 최고 50만원, 최대 30만원인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 관람 패키지는 65만원에 되팔겠다는 게시물까지 확인됐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축제 당일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오픈채팅에는 ‘불꽃축제 자리 판매’가 아니라 ‘자리 나눔’, ‘돗자리 양도’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겉으로는 무료 또는 물품 거래처럼 보였지만 개별 연락에서는 각각 27만원과 25만원을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던 거래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 협상으로 이동한 것이다.
플랫폼 게시물을 지우는 것만으로 거래를 없애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시물 자체가 돗자리 판매인지, 사실상의 공간 판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암표 규제 강화됐지만 ‘공원의 2㎡’는 규제 밖
문제는 법이 보는 거래 대상이다.
지난달 28일부터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암표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상은 기본적으로 공연·스포츠 경기 등의 입장권이다. 무료로 개방된 한강공원에서 누군가 먼저 차지한 공간을 돈을 받고 넘기는 행위에는 애초에 입장권이 없다.
그래서 똑같이 불꽃을 보기 위한 웃돈 거래라도 유료 관람권의 재판매와 한강공원 돗자리 판매는 법적으로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장에서 실제 금전거래를 적발하면 무단 상행위 여부를 따져볼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연락한 뒤 자리를 넘겨받는 구조까지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한강공원 관련 조례를 고쳐 대규모 행사 때 사전 자리 선점을 금지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제도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속이 끝난 자리에 남은 또 하나의 비용, 누구의 몫인가

자리 선점의 비용은 축제 전후로도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 한강공원에는 캔과 음식물 용기뿐 아니라 사용한 돗자리까지 그대로 버려졌다. 한화 임직원 1,200여 명에 이어 시민단체와 서울시 인력까지 정리에 나섰고, 여의도 지구에서만 8톤 트럭 10대가 넘는 분량이 수거됐다.
자리 선점이 개인의 편의를 넘어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변하면 비용은 공간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에게 한 번, 이를 단속하는 행정력으로 한 번, 행사가 끝난 뒤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으로 다시 한 번 돌아온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돗자리가 아니라 ‘공공공간을 팔 수 있느냐’

올해 단속의 의미는 분명하다. 서울시는 처음으로 107건의 알박기를 걷어냈고 경찰은 자릿세까지 단속 대상으로 올렸다. 적어도 ‘먼저 깔아놓은 사람이 임자’라는 관행을 행정기관이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결과는 동시에 한계를 보여줬다. 돗자리를 치우자 사람이 직접 자리를 지켰고, 게시물을 삭제하자 무료 나눔으로 위장했으며, 가격을 감추자 개인 연락에서 돈을 요구했다.
결국 다음 불꽃축제의 과제는 돗자리를 몇 장 더 걷어낼 것인가가 아니다.
무료로 개방된 공공공간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그 위치를 다른 시민에게 돈을 받고 넘길 수 있는지, 대규모 행사에서 허용되는 ‘자리 선점’의 시간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먼저 필요하다.
불꽃을 보는 데 돈을 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것도 아닌 공원의 한 자리를 누군가 자신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서울시·서울경찰청 관련 발표 및 현장 단속 자료
연합뉴스, 2026.09.05, 서울세계불꽃축제 현장 안전관리·암표 및 자릿세 단속
한국일보, 2026.09.06, 서울시 첫 알박기 단속 107건 집계
SBS, 2026.09.06, 불꽃축제 알박기 단속 및 행사 후 현장 정리
서울신문, 2026.09.07, ‘무료 나눔’으로 위장한 자리 거래 취재
머니투데이, 2026.09.07, 불꽃축제 관람공간 웃돈 거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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