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인천공항 입국…“많은 꿈과 책임감 가지고 왔다”
11월까지 A매치 6경기 지휘 뒤 평가…아시안컵까지 계약 연장 가능성
한국 축구 첫 A대표팀 감독 공개채용, ‘이름값’보다 분석·준비도 선택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13일 한국 땅을 밟았다.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흔들린 대표팀을 맡게 된 첫 스페인 출신 사령탑이다.
공항에서 나온 첫 메시지는 예상보다 구체적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많은 꿈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며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었다”고 밝힌 대목은 눈에 띈다. 이번 공개채용에 우연히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한국 축구를 지켜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계약 종료일은 11월 27일. 9월부터 11월까지 A매치 6경기다. 형식은 ‘임시감독’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석 달은 한국 대표팀의 재정비 기간이면서 동시에 모레노 자신에게는 정식감독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다.
6경기 임시계약, 그러나 끝이 정해진 계약은 아니다
모레노 감독은 9월 에콰도르·우루과이전, 10월 베네수엘라·우즈베키스탄전을 시작으로 11월 두 차례 A매치까지 총 6경기를 지휘한다.
통상 임시감독이라면 다음 감독이 오기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역할에 가깝다. 이번 계약은 다르다.
대한축구협회는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2027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했다. 따라서 이 기간은 단순한 ‘소방수 임기’가 아니라 정식 체제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검증 단계다.
결과만 보는 평가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분위기를 얼마나 빠르게 바꾸는지, 기존 핵심 선수와 새 얼굴을 어떻게 조합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 내용에서 이전과 다른 전술적 방향을 보여주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첫 시험은 이미 시작됐다. 모레노 감독은 입국 하루 뒤인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첫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처음 열린 감독 공채, 22명 중 모레노

이번 선임 과정은 과거와도 다르다.
대한축구협회가 남자 A대표팀 감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22명이 지원했고 서류평가와 비대면 면접, 현지 대면 면접을 거쳐 모레노가 선택됐다.
협회가 강조한 것은 화려한 선수 경력이 아니었다.
모레노는 프로 선수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 아니다. 대신 분석과 코칭으로 경력을 쌓았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를 보좌했고, 2019년에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후 AS모나코와 그라나다, 소치 등을 지휘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그의 장점으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한 전술 설계와 상대 분석을 꼽았다.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준비 정도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가 유럽파뿐 아니라 K리그 선수까지 파악하고 있었고, 김천상무의 특수성까지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면면접 일정이 잡힌 뒤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스페인 각지에 있던 코치들이 한곳에 모였다는 점도 협회가 확인한 ‘준비된 사단’의 근거였다.
월드컵 실패 뒤 첫 과제는 ‘더 나은 대표팀’
모레노 감독이 물려받은 대표팀은 정상적인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명보 감독이 물러났고,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경기력과 신뢰가 동시에 흔들렸다. 이번 공개채용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레노 역시 이를 피하지 않았다.
입국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팀을 더욱 나은 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실패를 지워버리기보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우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결국 첫 6경기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승수보다 방향이다.
손흥민을 비롯한 기존 핵심 자원의 역할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유럽파와 K리거 사이의 경쟁을 얼마나 실제 선발로 연결할지, 그리고 데이터와 분석을 강점으로 내세운 감독답게 경기장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가 중요하다.
Next Insight 분석 | 임시감독에게 주어진 것은 시간보다 ‘증명’
모레노 감독의 계약은 짧다.
하지만 이번 6경기는 짧다고만 보기 어렵다.
임시감독이라는 이름 뒤에 아시안컵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연장 조건이 붙었고, 공개채용이라는 새로운 절차를 통해 선임됐다. 협회 입장에서도 단순한 공백 메우기가 아니라 새로운 감독 선임 방식 자체를 시험하는 첫 사례다.
모레노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대표팀과 유럽 클럽을 경험했다는 경력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국 선수들로 자신의 축구를 얼마나 빠르게 구현하느냐다.
특히 그가 입국하면서 한 말, “몇 년 전부터 한국 대표팀을 원했다”는 표현은 앞으로 더 엄격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원했던 팀이라면 준비 역시 결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6경기 뒤 한국 축구가 다시 감독을 찾게 될지, 아니면 모레노가 그대로 아시안컵까지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6경기는 대표팀의 평가전이면서 동시에 감독의 평가전이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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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발표 및 KFA TV, 연합뉴스, 로이터, 스포츠조선, 뉴스핌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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