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기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2주 넘게 침묵
기존 4인 중 재선택이냐, 추천위부터 다시 꾸리느냐
14일 김성수 청문회·16~19일 아태 대법원장회의까지 겹친 시간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받은 지 2주가 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함께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임명 절차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은 아직 손 후보자 문제에 대한 공식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후보 한 사람을 바꾸는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에서 갈리는지, 이번 결정이 앞으로 대법관 인선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를 함께 제청했지만, 한 명만 국회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동시에 임명 제청했다.
두 사람 모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각각 추천한 4명의 후보 가운데 선택됐다. 대법원은 당시 법률 전문성과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에 대한 신념, 사회적 약자 보호 의지와 함께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흘 뒤 상황이 갈렸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했지만 손 후보자에 대해서는 재제청을 요구했다.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했고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국민적 요구에도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청와대가 내놓은 이유였다.
결국 같은 추천 절차를 거쳐 함께 제청된 두 후보 가운데 한 명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다른 한 명을 고를까, 처음부터 다시 할까
조 대법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순해 보이지만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하나는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인물을 다시 제청하는 방법이다. 절차가 빠르고 대법관 공석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천거와 검증, 추천 절차부터 다시 밟는 방식이다.
문제는 첫 번째 선택이다. 기존 후보군 가운데 다른 사람을 곧바로 제청한다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대법원장의 최종 선택을 다시 바꾸게 한 선례로 읽힐 수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하면 공석 기간은 길어지고 사법행정 부담도 커진다.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 의견까지 듣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문제가 전례가 드문 만큼 속전속결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부당한 간섭에 영향받지 않아야”…그러나 직접 답변은 아직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등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제청 논란이 이어지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손 후보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아니었다.
같은 날 청와대는 다시 속도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대법원장과 신속한 재제청을 요구하는 대통령실.
아직 정면 충돌이라는 표현을 쓸 단계는 아니지만 긴장은 이미 밖으로 드러났다.
14일 청문회, 16일부터 국제회의
발표 시점도 간단하지 않다.
14일에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16일에는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어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열린다. 아태 지역 사법부 수장들이 모이는 국제 사법회의로, 한국 개최는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약 250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사법 독립과 국민 신뢰 같은 의제도 다뤄진다.
이 기간에 재제청 문제와 관련한 강한 메시지를 낼 경우 국제행사 자체가 국내 정치·사법 논란에 가려질 수 있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14~15일 발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끝난 뒤로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는 일정에 따른 관측일 뿐 대법원의 확정된 발표 계획은 아니다.
Next Insight 분석 | 손봉기 한 명보다 더 큰 문제

이번 논란을 손봉기 후보 한 사람의 적격성 문제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구하면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디까지인가. 반대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어디까지 독립적인가.
대통령이 후보를 거부할 수 있다면 제청권의 실질적 범위가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대법원장의 제청을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할 수 없다면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화될 수 있다.
이번 결정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 대법원장이 2주 넘게 답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결단 지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 명을 다시 고르는 순간, 앞으로의 대법관 인선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답변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다시 제청되느냐’보다 그보다 앞선 질문일 수 있다.
제청권이냐, 임명권이냐.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놓을 답은 다음 대법관 한 사람보다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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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대법원 대법관 임명제청 보도자료, 청와대 재제청 관련 입장, 국회 인사청문특위 일정,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공식 자료, 연합뉴스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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