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만 내려 놓으라던 관행…용혜인 사퇴 뒤 ‘지역구 장관’까지 향한 질문

용혜인 사퇴 하루 만에 기본소득당 ‘전면 겸직금지’ 제안

국회법은 지역구·비례 모두 장관 겸직 허용…사퇴 뒤 결과는 서로 다른 구조

“비례만 왜 내려놓나”에서 “국회의원 장관 겸직 필요한가”로 넓어진 질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끝나는 듯했던 ‘국회의원·장관 겸직’ 논란이 하루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용혜인 개인이 아니다.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국회의원이 장관을 함께 맡을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 자체가 대상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과 장관직을 모두 유지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이다.

법에는 없는 ‘비례대표만 사퇴’

현행 국회법은 명확하다.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원칙적으로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두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례대표인 용 의원이 장관에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더라도 법률 위반은 아니었다. 지역구 의원이 장관을 맡으면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과 법적으로는 같은 구조다.

그런데 의원직을 내려놓았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보궐선거가 필요하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에게 궐원이 발생하면 해당 총선 당시 정당 후보자 명부의 다음 순번이 의석을 승계한다.

공직선거법 제200조가 두 경우를 구분하고 있다.

바로 이 차이가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겸직 가능”에서 “모두 금지”까지

용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관례가 오히려 정치권의 ‘자리 나눠 먹기’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 대목은 지금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용 의원은 장관직 수행 때문에 의원으로서 대표성 공백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면 지역구 의원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따라서 사퇴 뒤 기본소득당이 모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꺼낸 것을 단순한 입장 번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용혜인 논란에서 제기된 질문을 지역구 의원까지 확장한 셈이다.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이제 돌아온 질문

용 후보자는 결국 13일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전달했고, 김민석 대표가 자진사퇴를 권유한 사실도 공개됐다. 용 의원은 의원직은 유지했다.

김 대표는 14일에도 겸직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인사는 법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비례대표 의원의 장관 겸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지역구 의원의 장관 겸직은 왜 다른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 장관 업무의 전념,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이 문제라면 의원을 뽑은 방식에 따라 원칙이 달라질 이유가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반대로 지역구 의원이 장관이 될 때마다 의원직을 포기하도록 하면 잦은 보궐선거와 지역 대표성 공백이라는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

‘전면 금지’ 역시 간단한 해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Next Insight 분석 | 비례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자리’

용혜인 논란은 처음에는 한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과 의원직을 동시에 갖느냐의 문제처럼 시작했다.

그러나 사퇴 이후 질문은 오히려 더 커졌다.

현행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에게 장관 겸직을 허용한다. 정치적 사퇴 압박은 달랐고, 의원직을 내려놓은 뒤 생기는 결과도 다르다.

법은 같은데 정치적 기준은 달랐던 셈이다.

그동안 이 차이는 비례대표는 후순위 승계가 가능하고 지역구는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로 설명돼 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입법부와 행정부의 견제라는 원칙에서 바라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례대표라서 두 자리를 함께 갖는 것이 문제라면 지역구 의원의 두 자리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반대로 지역구 의원의 겸직이 필요하다면 비례대표에게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준 역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용혜인의 장관 지명은 끝났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남긴 질문은 오히려 이제 시작됐다.

문제는 누가 비례대표인가가 아니라, 국회의원 한 사람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두 자리를 동시에 맡는 것을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다.


참고자료 | 국회법 제29조, 공직선거법 제200조, 용혜인 의원 9월 10일 기자회견, 9월 13일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 기본소득당 9월 14일 최고위원회의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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