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한 끼 8부작 ②] 김밥 한 줄의 원가표…쌀·달걀·김은 오르고 채소는 출렁인다

2분기 쌀 13.2%·계란 9.0%·김 2.5% 상승…김밥값 상승률도 7월 4.5%
8월 시금치 한 달 새 152%·오이 55% 급등…연평균보다 무서운 ‘원가 변동성’
김밥집 식재료 부담, 단일 품목 아닌 여러 재료의 연쇄 충격…4천원 가격의 또 다른 이면

김밥 한 줄에는 쌀과 김만 들어가지 않는다. 달걀, 당근, 오이 또는 시금치, 단무지, 우엉, 햄과 맛살, 참기름까지 적게는 7~8가지, 많게는 10가지가 넘는 재료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그래서 김밥집이 고물가에 유난히 취약한 이유도 단순하다. 한 가지 원재료 가격이 안정돼도 다른 재료가 오르면 원가는 다시 움직인다.

올해 2분기 쌀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2%, 계란은 9.0%, 김은 2.5% 올랐다. 여기에 여름 폭염이 닥치자 시금치와 오이 같은 채소 가격은 불과 한 달 사이 수십~100% 이상 출렁였다.

1편에서 살펴본 ‘4천원 김밥의 역설’ 뒤에는 바로 이 구조가 있다.

김밥값은 올랐지만 김밥 한 줄을 만들어내는 비용은 더 복잡해졌고, 그 비용은 이제 높은 가격 자체보다 언제 어떤 재료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위험까지 안고 있다.


김밥 한 줄의 시작점…쌀 가격 13.2% 상승

김밥에서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밥이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올해 2분기 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상승했다. 계란 9.0%, 김 2.5%보다도 상승 폭이 컸다.

8월에도 높은 가격대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을 보면 2026년 8월 쌀 20㎏ 상품 평균가격은 6만917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5만5,334원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2024년 8월 4만9,099원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김밥집에는 이것이 단순한 ‘쌀값 인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밥은 밥의 양을 지나치게 줄이면 소비자가 바로 알아차리는 음식이다. 크기가 작아지고 단면이 빈약해지면 ‘가격은 올랐는데 양까지 줄었다’는 불만으로 이어진다.

결국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가격을 올리거나, 다른 재료의 양을 조절하거나, 원재료 등급과 납품처를 바꾸거나, 이익을 줄여야 한다.

쌀은 김밥의 가장 기본적인 원재료인 동시에 쉽게 줄일 수도 없는 원가다.


달걀 9% 상승…김밥 속 노란 한 줄의 비용

달걀도 올해 김밥 원가를 압박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올해 2분기 계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9.0% 상승했다.

가격 상승에는 공급 문제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으로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생산량이 감소했다. 6월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은 약 4,705만개로 전년보다 3.3% 감소했고, 6월 중순 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은 7,421원으로 전년보다 5.9% 높았다. 정부는 공급 보완을 위해 미국과 태국 등에서 신선란 수입을 확대했다.

7월 이후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산지가격은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년보다 높은 가격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김밥에서 달걀은 쉽게 빼기 어려운 재료다.

지단은 맛뿐 아니라 색과 부피를 만들고, 김밥 단면의 상품성을 결정한다. 특히 기본김밥에서도 상당수 매장이 달걀을 사용한다.

따라서 쌀과 달걀이 동시에 오르면 김밥집은 메뉴에서 가장 기본적인 두 재료에서 이미 원가 압력을 받게 된다.


3년 새 크게 비싸진 김…수출산업 성장과 내수 가격의 충돌

김은 더욱 긴 흐름을 봐야 한다.

KAMIS 기준 마른김 10장 중품의 연평균 소비자가격은 2023년 1,019원, 2024년 1,271원, 2025년 1,373원으로 상승했고 올해 평균은 현재까지 약 1,422원 수준이다. 2023년과 비교하면 약 40% 높은 가격이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상 김 가격 상승률만 보면 2분기 2.5%로 쌀이나 계란보다 높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이전 몇 년 동안 상당한 가격 상승이 누적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 역시 김 수요 확대와 물가·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김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 수출액은 2023년 7억9천만달러에서 2024년 10억달러, 2025년 11억3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1월 마른김 10장 소비자가격은 1,467원까지 올라갔다.

한국 김 산업 전체로 보면 수출 확대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김을 매일 사용하는 분식점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다.

수출산업으로서 김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국내 원료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김밥집에서는 K-푸드 수출 성공이 역설적으로 원재료 비용의 한 축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시금치 한 달 새 152%…채소는 ‘비싼 것’보다 ‘출렁이는 것’이 문제

채소 가격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올해 7월 전체 신선채소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오히려 4.3% 낮았다. 따라서 ‘올해 모든 채소 가격이 계속 상승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김밥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연평균 가격보다 특정 시기의 급등폭이다.

8월 폭염이 이어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aT KAMIS에 따르면 8월 7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978원으로 한 달 전 784원보다 152.3% 상승했다.

오이도 다다기계통 기준 10개 가격이 5,369원에서 8,313원으로 54.8%, 애호박은 46.6%, 청상추는 41.7% 상승했다.

농식품부의 도매가격 분석에서도 8월 상순 시금치 가격은 전월보다 81%, 오이는 58% 상승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가격이 평년 동기와 비교하면 시금치는 14%, 오이는 34%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여름 채소 공급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두 자료는 모순되지 않는다.

전년이나 평년보다 낮은 가격이라도 한 달 사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면 식당이 체감하는 원가 충격은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가장 비싼 재료’

이것이 김밥 원가의 독특한 특성이다.

한 달에는 쌀이 문제이고 다음 달에는 달걀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름에는 시금치와 오이가 오르고, 김 가격은 몇 년에 걸친 누적 상승 압력을 받는다.

모든 재료 가격이 동시에 최고점을 기록할 필요도 없다.

김밥집 입장에서는 10가지 가까운 원재료 가운데 어느 하나만 크게 올라도 전체 원가가 흔들린다.

특히 채소는 기상 상황에 민감하다.

농식품부는 시금치·상추·오이 등 주요 채소가 고온에 취약하며 여름철에는 출하량 감소와 수요 변화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평년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여름철이 다른 계절보다 약 3.6배, 상추는 2.6배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중호우와 폭염의 영향이 반복되면 이런 계절적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밥집에 기후 문제가 먼 미래의 환경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식재료비 비중 36.3%에서 40.7%로…외식업 원가구조의 변화

김밥 한 줄에 쌀이 정확히 얼마, 달걀이 얼마 들어가는지를 공공통계만으로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

점포마다 김밥 크기와 재료 구성, 납품가격, 구매량, 거래처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가게의 원가를 임의로 계산해 ‘4천원 김밥에서 몇백원이 남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다만 외식산업 전체의 방향은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비용 가운데 식재료비 비중은 2020년 **36.3%에서 2024년 40.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식업체 매출은 41.4%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은 46.7% 늘었고, 평균 영업이익률은 12.1%에서 **8.7%**로 낮아졌다.

더 흥미로운 통계도 있다.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의 평균 연매출은 2020년 약 1억1,165만원에서 2024년 약 1억9,017만원으로 70.3% 증가했다. 가성비 외식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매출 자체는 크게 성장한 것이다.

그런데 1편에서 확인했듯 분식점 사업자와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 매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요한 질문을 만든다.

매출이 커졌는데 왜 가게는 줄어드는가.

매출 증가만으로 생존 여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매출은 ‘판매가격×판매량’, 이익은 전혀 다른 계산

김밥 가격이 오르면 매출액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3천원짜리 김밥을 100줄 팔면 30만원이고, 4천원으로 올리면 같은 수량을 팔아도 40만원이다.

통계상 매출은 33% 증가한다.

하지만 동시에 쌀·달걀·김·채소·인건비·임대료·공과금이 오른다면 늘어난 10만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점주의 소득이 아니라 비용으로 흡수된다.

여기에 가격 인상 때문에 판매량까지 감소하면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은 전혀 같은 말이 아니다.

농식품부 조사에서 외식업 전체의 매출 증가율보다 비용 증가율이 더 높고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은 이 구조를 보여준다.

김밥집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한 줄을 얼마에 파느냐’가 아니라 한 줄을 팔 때 남는 마진과 하루에 몇 줄을 팔 수 있느냐다.


가격을 자주 바꾸기 어려운 김밥집의 또 다른 부담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일반적인 시장 논리에서는 판매가격을 바로 올리면 된다.

하지만 현실의 음식점은 그렇게 움직이기 어렵다.

메뉴판 가격을 한두 달 간격으로 계속 바꾸면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커진다.

특히 김밥처럼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음식은 가격을 몇백원 올리는 것에도 민감하다.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해서 김밥 가격을 곧바로 500원 올렸다가 시금치가 다시 내려가면 원래 가격으로 되돌리는 방식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단기적인 원재료 급등분 상당 부분은 점주가 먼저 흡수하게 된다.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점주의 수익 변동성으로 옮겨가는 구조다.


Next Insight 분석 | 김밥집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물가’보다 ‘다품목 물가’

김밥 한 줄의 원가 문제를 단순히 ‘재료값이 올랐다’고 정리하면 중요한 구조를 놓친다.

김밥의 진짜 약점은 여러 원재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음식이라는 데 있다.

쌀 가격이 안정돼도 계란이 오를 수 있다.

계란이 내려가면 김이 오를 수 있다.

김이 안정돼도 폭염이 오면 시금치와 오이가 급등할 수 있다.

각각의 원재료 가격은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인다.

쌀은 생산량과 수급정책의 영향을 받고, 계란은 조류인플루엔자와 산란계 사육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김은 국내 생산뿐 아니라 세계적인 K-푸드 수요와 수출시장까지 연결돼 있고, 채소는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결국 김밥집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하나의 물가가 아니다.

농산물 물가, 축산물 물가, 수산물 물가, 기후물가가 한 줄의 김밥 안에서 만난다.

이 때문에 평균 소비자물가가 안정되더라도 김밥집의 원가 부담이 반드시 함께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였고 신선채소는 전년보다 4.3% 낮았지만, 불과 며칠 뒤 8월 폭염 속에서 시금치와 오이 가격은 한 달 전보다 각각 81%, 58%씩 뛰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김밥 한 줄은 작은 음식이지만 그 원가 안에는 한국 식품 공급망의 복잡성이 거의 그대로 들어 있다.

그래서 4천원에 가까워진 김밥 가격을 볼 때 소비자가 보는 숫자와 점주가 보는 숫자는 다르다.

소비자에게는 4천원이라는 판매가격이 보이지만,

점주에게는 그 뒤에서 하루에도 달라지는 쌀·달걀·김·채소의 가격표가 보인다.

1편의 질문이 “김밥은 비싸졌는데 왜 김밥집은 사라지는가”였다면, 2편의 답은 조금 더 분명해진다.

김밥값은 하나의 가격이지만 김밥의 원가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그 원가표에 아직 넣지 않은 또 하나의 가장 큰 비용이다.

사람의 노동이다.

3편에서는 「김밥 한 줄에 숨어 있는 노동…‘싼 음식’이 감당하지 못한 인건비」를 통해, 왜 가격은 패스트푸드 수준인데 생산 방식은 여전히 수작업에 가까운지 분석한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가데이터처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 농축수산물 가격정보
농림축산식품부 「여름철 주요 채소류 수급 동향 및 대응방안」
농림축산식품부 계란 수급·가격 안정대책
해양수산부 김 생산·가공·유통 가격안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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