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재산 끝까지 찾는다”…130조 체납·법인 슈퍼카까지, 국세청이 꺼내 든 ‘징수의 칼’

서울청 조사4국·중부청 조사3국에 ‘체납추적+세무조사’ 전담팀 첫 설치

법인 명의 초고가주택·슈퍼카 사적 사용, 역외탈세·부동산 편법거래 집중 검증

1만 명 체납관리단으로 국세·국세외수입 130조 원 실태 확인…생계형 체납자는 지원으로 구분

강력한 징수와 함께 지방기업 조사유예·소상공인 세정지원 병행…핵심은 ‘악의적 회피자 선별’

국세청이 단순한 세금 징수를 넘어 은닉재산 추적과 세무조사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체납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법인 명의의 초고가 주택과 슈퍼카를 사주가 개인 재산처럼 사용하는 행위부터 해외로 빼돌린 재산, 부동산 편법거래, 고액·상습 체납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8월 12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2026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국세청이 사용한 표현은 ‘중장기 재정지원’보다는 성실신고 지원, 세원관리, 체납관리 및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를 통해 ‘중장기 재정기반을 탄탄히 구축한다’는 것에 가깝다. 올해 6월까지 국세청 소관 세수는 218조6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조8천억 원 증가했다. 올해 세입예산 406조9천억 원의 53.7% 수준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재산추적’과 ‘세무조사’를 한 팀이 한다는 것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에 ‘체납추적·세무조사 연계 전담팀’을 신설하는 것이다.

기존 고액체납자 추적조직은 계좌추적이나 재산 압류, 수색, 공매 등을 통해 이미 부과된 세금을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새 전담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역외탈세나 법인자금 유출 등 새로운 탈루 혐의를 발견하면 비정기 세무조사까지 연계한다.

즉 과거에는 ‘체납된 세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금을 안 낸 이유 뒤에 또 다른 탈세가 있었는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특히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해 온 서울청 조사4국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악의적인 고액체납자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납 사실만으로 모든 납세자가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액체납자의 재산은닉이나 체납처분 면탈, 추가 탈루 혐의 등이 핵심 대상이다.

130조 원 체납…국세청, 1만 명 규모 관리단 투입

국세청이 이번에 관리 대상으로 제시한 누적 체납 규모는 약 130조 원이다.

구체적으로 국세 체납 약 114조 원과 과태료·과징금 등을 포함한 국세외수입 체납 약 16조 원을 합친 규모다. 국세청은 올해 3월 출범한 500명 규모의 국세 체납관리단에 이어 9,500명을 추가해 총 1만 명 체계를 구축한다.

초기 500명 체납관리단은 약 6만5천 명의 체납 실태를 확인해 274억 원을 징수했고, 2만1,119명으로부터 납부 약속을 받았다. 동시에 생계가 어려운 체납자 1,150명은 복지서비스와 연계했다. 국세청이 체납자를 단순히 일괄 압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납부 능력이 있는데 고의로 피하는 사람과 실제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을 구분하겠다는 정책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따라서 ‘130조 원을 국세청이 모두 걷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130조 원은 실태 확인과 관리의 대상이 되는 누적 체납 규모이며, 이 가운데 실제 징수 가능액은 체납자의 재산상태와 납부능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국세청 역시 생계곤란형 체납자는 복지지원 등과 연계하고, 악의적인 고액체납자는 추적조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돈 있는데 세금 안 내면…가택수색·압류·공매까지

국세청의 칼날이 가장 날카롭게 향하는 대상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명의를 돌리거나 재산을 숨겨 세금을 고의적으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다.

국세청은 이런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 계좌와 재산 추적을 비롯해 압류, 공매,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을 적극 활용하고 해외 은닉재산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국세징수법은 독촉을 받고도 정해진 기한까지 국세를 완납하지 않은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국세청이 마음대로 재산을 가져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세징수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강제징수가 이뤄지는 구조다.

해외 은닉재산도 예외가 아니다. 국세청은 국가 간 정보교환과 징수공조를 이용한 해외 은닉재산 추적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 재산 추적·징수에서 성과를 낸 조직에 별도의 성과포상까지 실시했다.

회사 돈으로 사장 집·슈퍼카…‘법인자산 사적 사용’ 집중 조사

기업인들이 특히 주목할 부분은 법인자산의 사적 사용이다.

국세청은 법인이 보유한 초고가 주택이나 슈퍼카 등을 실제로는 사주나 가족이 개인 재산처럼 이용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명시했다. 공식 자료에는 법인이 보유한 고가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사주가 15년 이상 무상 거주한 이른바 ‘황제사택’, 법인 명의 수억 원대 슈퍼카를 골프나 유흥업소 방문 등에 사용한 사례가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법인 명의 자동차나 사택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탈세라는 뜻은 아니다.

사업 목적과 업무 관련성이 있고 비용처리가 세법에 맞게 이뤄졌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다. 국세청이 겨냥하는 것은 외형만 법인자산일 뿐 실질적으로는 사주 개인이나 가족의 소비를 회사 비용으로 떠넘긴 경우다. 이번 운영방안 역시 이를 ‘법인자금 사적 유용’으로 명확히 지칭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차량 운행기록, 사택 사용의 업무 관련성, 법인카드 사용처, 특수관계인 거래, 법인자금 인출 및 대여금 등 법인과 대표 개인의 자금 경계를 명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세청이 법인자금 유출과 사적 사용을 주요 검증 대상으로 명시한 데 따른 실무적인 해석이다.

부동산에도 칼날…‘대출규제 우회·가장매매’ 추적

부동산 분야도 주요 대상이다.

국세청은 정부의 대출규제를 우회한 주택 취득과 다주택 중과세 회피를 위한 변칙거래, 사업자대출을 개인 주택 구입 등에 사용하는 용도 외 유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2025년 10월 설치된 ‘부동산 탈세신고센터’에는 올해 6월까지 1,168건의 탈세 제보가 접수됐다.

특히 저가 양도와 가장매매처럼 거래 형식과 실제 경제적 실질이 다른 경우도 검증 대상으로 제시됐다. 국세청이 보유한 신고자료와 금융·부동산 관련 정보를 결합할수록 과거보다 편법거래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주가조작·‘터널링’·해외 페이퍼컴퍼니까지

이번 조치는 단순히 체납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가격담합·매점매석 등 물가 관련 탈세, 주가조작을 비롯한 자본시장 불공정 탈세, 법인 이익을 사주 측으로 빼내는 이른바 ‘터널링’, 해외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역외탈세도 집중 조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거래 과정에 사주가 지배하는 별도 법인을 끼워 넣어 기업 이익을 우회적으로 이전하거나, 해외법인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뒤 사주 일가의 해외 부동산이나 체류비로 사용하는 방식 등이 국세청이 제시한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는 이번 정책이 ‘체납액 징수’에서 시작해 기업 내부의 자금 유출, 해외 재산과 새로운 탈루 소득까지 연결하는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세뿐 아니라 과태료·과징금까지…정부 체납정보 한곳으로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국세외수입 체납 관리의 통합이다.

국세청은 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부처와 업무협약을 확대하고, 각 기관의 국세외수입 고지·체납 정보를 국세행정시스템과 연계하는 통합관리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목표는 정부 기관마다 따로 관리하던 과태료·과징금 등의 체납 정보를 연결해 재정 누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미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은 경찰청 과태료 체납자 약 295만 명, 체납액 약 1조1천억 원에 대한 실태 확인을 시작했으며 이후 환경개선부담금과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 단계는 AI…‘숨긴 재산’을 데이터로 찾는다

국세청의 장기 전략에는 AI도 포함돼 있다.

2026년 하반기를 핵심 기반 구축 시기로 삼고 2027년 본사업, 2028년 핵심 과제 개통과 확산을 추진한다. 납세서비스뿐 아니라 과거 조사사례와 조사 노하우, 빅데이터 및 AI 알고리즘을 결합한 ‘AI 탈세적발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향후 세무행정이 신고서 한 장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법인·대표자·부동산·금융·해외거래 등 여러 데이터를 연결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발표된 AI 탈세적발 시스템 구상에 대한 합리적인 전망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업자까지 세무조사가 강해지는 것인가

여기서는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한편으로 악의적 탈세와 고액체납에 강경 대응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정상적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세정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고환율·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납부기한 연장과 환급금 조기 지급 등을 제공하고, 매출 10억 원 미만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도 2026년 말까지 연장한다. 지방 소재 기업의 정기 세무조사 유예기간은 최대 3년으로 늘리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는 별도의 세무상담과 공제·감면 컨설팅도 제공한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을 “세무조사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한다”고 단순화하면 실제 발표 내용과 차이가 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성실 납세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체납자는 지원하되, 재산을 숨기거나 법인과 개인의 재산을 의도적으로 뒤섞고 탈세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조사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강한 세무행정일수록 ‘납세자 권리’도 중요하다

국세청의 조사권한이 강화될수록 절차적 통제 역시 중요하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가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납세자보호위원회를 통해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권리침해와 조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탈세를 잡는다’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탈세로 추정하거나 조사권이 과도하게 행사돼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상적인 사업을 가장해 회사 돈으로 개인의 주택과 자동차, 생활비를 부담하거나 재산을 가족이나 해외법인 명의로 빼돌려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 역시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엄격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국세청이 꺼내 든 칼, 결국 세 갈래다

이번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압축하면 국세청이 꺼내 든 ‘칼’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추적이다. 계좌·부동산·해외재산과 명의신탁 등을 따라가 숨겨진 재산을 찾는다.

둘째는 조사다. 체납재산을 추적하다 새로운 탈세가 발견되면 세무조사와 범칙조사까지 연계한다.

셋째는 통합이다. 국세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의 과태료·과징금 등 국세외수입 체납까지 한 체계에서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추진하는 이번 정책은 결국 “낼 능력이 있는데 숨기는 사람에게는 강하게, 낼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원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기업에는 행정부담을 줄이겠다”는 선별적 세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30조 원이라는 거대한 체납액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법인자산 사적 사용이나 해외 은닉재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기업과 납세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이번 국세행정 개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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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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