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때려요”…네 번의 신고에도 못 구했다, 천안 교회 11살 아동 사망의 진실

[심층추적] 2021년부터 학대·방임 의심 신고 4차례…사망 사흘 전 아이가 직접 경찰에 피해 진술

60대 교회 목사 아동학대치사 혐의 구속…외조모도 8월 11일 구속영장 심사

접근금지 신청은 사망 당일 기각·보호시설 인계는 ‘검토’에 그쳐…정인이 사건 이후 만든 즉각분리제도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2024년 인천 교회 여고생 학대살해 사건과 닮은 ‘결박·격리·치료 지연’…종교 아닌 ‘닫힌 돌봄 공간’의 위험 다시 드러나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남자아이가 고열과 탈진, 의식 저하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뒤 숨진 사건이 단순한 아동학대 사건을 넘어 한국 아동보호시스템 전체에 대한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교회 관계자는 지난 8월 5일 오후 8시49분께 “아이가 아프다”는 취지로 119에 신고했다. 아동은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약 3시간 뒤 숨졌다. 병원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서 여러 상처와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이가 교회 안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취지의 목격자 진술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충남경찰청은 이 아동을 교회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학대하거나 방임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60대 목사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교회에서 함께 생활했던 다른 성인과 외할머니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가 숨지기 전까지 아무도 위험을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2021년부터 네 번의 경고가 있었다

경찰이 확인한 학대·방임 의심 신고는 모두 네 차례다.

2021년에는 아이의 학업과 관련한 교육 방임 의심 신고가 교육당국을 통해 접수됐다.

2024년에는 외할머니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었다.

두 사건은 당시 종결 처리됐다.

그리고 2026년 8월 들어 상황은 급박하게 변했다.

아이의 사망 직전인 8월 2일과 3일 이틀 연속 새로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번에는 기관 내부의 신고가 아니었다.

아이를 밖에서 발견한 시민과 식당 관계자가 아이의 상태와 행색을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아이 주변을 스쳐 지나간 일반 시민들조차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고 느낄 정도였다는 의미다.


■ 그리고 아이가 직접 말했다…“외할머니가 때려요”

더 무거운 대목은 피해 아동의 직접 진술이다.

보도된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8월 2일 아이는 경찰에 “외할머니에게 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 아동 본인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위험 신호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단 한 번의 신고도 아니었다.

2021년부터 누적된 신고가 있었고, 2024년에는 외할머니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까지 있었던 상태에서 아이 스스로 다시 폭력을 호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는 즉시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사흘 뒤인 8월 5일 밤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 경찰은 왜 다시 아이를 교회로 돌려보냈나

현재 진상조사에서 가장 먼저 규명해야 할 지점이다.

경찰과 천안시는 최근 신고 이후 아이를 다른 보호시설에 인계하는 방안을 실제로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교회 관계자 등을 입건하는 한편 외할머니가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접근금지 조치도 신청했다.

그러나 보호시설 인계는 실행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아이의 ‘개별적인 특수성’ 등을 고려해 즉시 보호시설에 인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피해 아동에게는 지적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고 일반 학교 대신 홈스쿨링 방식으로 교육받고 있었다. 다만 경찰은 학교에 무단으로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식 절차에 따라 취학·교육 관련 유예 승인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불법 홈스쿨링 때문에 사건이 생겼다”

고 보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진짜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학교에 정기적으로 등교하지 않는 장애아동이 가족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었다면, 학교 교사·보건교사·상담교사처럼 아이의 몸과 행동 변화를 반복적으로 관찰할 외부의 눈을 무엇이 대신하고 있었는가다.

이는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 접근금지 신청은 8월 5일 기각…그날 밤 아이는 병원으로

경찰은 외할머니가 피해 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8월 5일 해당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같은 날 밤 아이는 교회에서 심각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법원이 당시 어떤 자료를 제출받았는지, 아이의 직접 진술과 과거 신고 내용이 어느 수준까지 전달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접근금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는지가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법원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았다”

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대신 수사와 별도로 당시 경찰의 신청자료와 법원의 판단자료를 사후 검증해 위험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더 중요한 문제…접근금지가 기각됐어도 ‘즉각분리’는 별개의 제도였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접근금지와 아동 분리보호를 구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반복되면 피해 아동을 적극적으로 분리하도록 제도를 크게 강화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당시 두 차례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72시간 응급분리를 우선 실시하도록 현장지침을 강화했다.

2021년 3월부터는 이보다 강한 ‘즉각분리제도’​도 시행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1년 이내 두 차례 이상 학대신고가 접수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가 정식 보호조치를 결정하기 전까지 아동을 보호시설 등에 일시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즉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만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진상조사의 핵심은

“법원이 왜 접근금지를 기각했나”

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당시 확보한 상처, 아이의 진술, 과거 신고이력 등을 어떻게 위험평가했는지, 응급조치 또는 즉각분리 기준 적용을 검토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 정인이 사건 뒤 정부가 만든 제도였다

이 점에서 이번 천안 사건은 2020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정인이 역시 숨지기 전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결국 보호받지 못했다.

정부는 사건 이후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반복신고 모니터링, 즉각분리제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확대 등의 대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매우 명확했다.

“두 번 이상 신고된 아이는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하면 먼저 분리한다.”

였다.

그로부터 약 5년 반이 지난 2026년 천안에서 다시

‘반복 신고가 있었던 아이가 보호시설로 가지 못하고 숨진 사건’

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새로운 법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 국과수 1차 소견…아직 정확한 사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서 사실관계를 하나 더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피해 아동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에서는 골절 등 뚜렷한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이가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 고열과 심한 탈진 증세를 보였고 신체 곳곳에서 상처와 결박 의심 흔적 등이 확인돼 국과수가 정밀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구타로 직접 사망했다”

또는 반대로

“폭행과 사망은 관계가 없다”

고 현재 단계에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최종 부검 결과와 의료기록, 결박 시간, 음식·수분 공급 여부, 치료 요청 시점 등을 종합해야 사망과 학대·방임 사이의 인과관계가 판단될 수 있다.


■ 병원 이송 과정도 조사해야 한다…천안 종합병원 6곳 수용 못 해

별도의 쟁점도 있다.

119 구급대는 천안지역 종합병원 여러 곳에 아이의 수용을 요청했으나 병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약 1시간 거리의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천안지역 종합병원 6곳에서 즉시 수용되지 않은 경위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이송 지연이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증 아동 환자가 지역 내에서 즉시 응급진료를 받지 못한 이유는 아동학대 수사와 별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2년 전 인천에서도 ‘교회에서 생활하던 아이’가 결박 끝에 숨졌다

천안 사건을 보면서 반드시 돌아봐야 할 사건이 있다.

2024년 5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7세 여고생 학대 사망 사건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 피해 여학생은 교회 합창단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성경 필사와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강요받았고 팔과 다리를 묶이는 등 장기간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피해자의 몸에는 멍과 결박 흔적이 있었다.

1심은 살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합창단장 등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4년∼4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어 아동학대살해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상고를 기각했고 합창단장과 신도 1명에게 징역 25년, 다른 단원에게 징역 22년, 피해자의 친모에게는 방임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 천안과 인천…두 사건의 불편한 공통점

두 사건을 동일한 범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천안 사건은 아직 수사 초기이고 피의자들의 최종 혐의와 책임 역시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구조에서 살펴볼 만한 공통점은 분명 존재한다.

두 피해자 모두 가정이나 일반 학교의 일상적인 감시망과는 다른 폐쇄적인 생활환경에 상당 기간 머물렀고, 외부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결박·체벌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의 원인을 ‘교회’ 또는 특정 종교 자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교회와 종교시설은 아동학대와 아무 관계가 없다.

문제는 종교시설이든 가정이든 대안교육공간이든 어떤 장소에서도 한 사람이 아동의 주거·교육·훈육·의료 결정권까지 사실상 모두 장악하고 외부의 정기적인 관찰이 차단되는 순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안 사건과 인천 사건은 바로 이 ‘닫힌 돌봄 구조’를 다시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는 두 사건의 공개된 생활환경을 비교한 구조적 분석이다.


■ 2024년에도 아동학대로 30명이 숨졌다

정부의 최신 공식 연차통계인 2024년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5만242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고, 조사 결과 2만4,492건이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됐다.

이 가운데 피해 아동을 원가정 등에서 분리해 보호한 사례는 2,292건으로 전체 학대사례의 **9.4%**였다.

즉각분리는 1,575건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재학대다.

2024년 재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3,896건, 전체 학대사례의 15.9%에 달했다.

그리고 2024년 한 해에만 30명의 아동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년 44명에 이어 계속해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목숨을 잃고 있다.

제도는 강화됐지만 사망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장애아동이어서 보호시설에 가기 어려웠다면 더 심각한 문제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보호시설 인계를 검토했지만 ‘아동의 개별적 특수성’을 고려해 즉시 인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향후 진상조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장애나 행동 특성, 의료적 필요 때문에 일반 학대피해아동 보호시설이 아이를 즉시 받을 수 없었다면 그것은 아이를 위험한 환경에 남겨둘 이유가 아니라 그 특성에 맞는 긴급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즉각분리제도 시행 과정에서 보호시설이 부족하면 다른 시·군·구나 시·도의 인접 보호시설까지 연계하도록 운영체계를 만들었다.

정부 연구에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시설 부족 때문에 필요한 분리가 지연되거나 원거리 시설에 배치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는 단순히

“받아줄 시설이 없었다”

에서 조사가 끝나서는 안 된다.

당시 천안시와 충남권에 실제 가용시설이 몇 곳이었는지, 장애아동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었는지, 타 지역 시설까지 문의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 ‘아동학대치사’로 시작했지만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다

경찰이 현재 목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확보되는 증거와 국과수 최종 감정에 따라 법률 적용이 달라질 가능성은 원론적으로 존재한다.

대법원은 2024년 중요한 판결에서 아동학대살해죄의 고의를 판단할 때 반드시 처음부터 아동을 살해할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반복적인 학대로 아이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추가 학대나 방치가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중한 학대를 계속하거나 필요한 치료·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아동학대살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인천 교회 여고생 사건에서도 1심은 아동학대치사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아동학대살해를 인정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다만 이것이 천안 사건 피의자들에게 곧바로 같은 죄가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종 적용죄명은 구체적인 학대 행위와 사망 원인, 치료 지연 여부, 피의자들이 피해 아동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 진상조사는 ‘누가 때렸나’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는 최소 세 층위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첫째는 형사 책임이다.

누가 아이를 결박하거나 체벌했는지, 음식·수분과 치료를 제대로 제공했는지,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는데도 방치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둘째는 보호행정 책임이다.

2021년과 2024년 신고는 왜 종결됐는지, 8월 2일과 3일의 신고 이후 위험도 평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피해 아동의 직접 진술이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고 공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는 제도 책임이다.

반복신고와 상흔, 아동의 직접 피해 진술까지 있었는데도 즉각분리가 실행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위험평가 기준과 보호시설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재발 방지책…“두 번 신고”보다 ‘위험 신호 누적관리’가 필요하다

첫 번째 개선점은 단순 신고 횟수가 아니라 위험 정보를 하나의 파일처럼 누적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2021년 교육방임 의심 신고와 2024년 학대 의심 신고, 2026년 시민 신고가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만 처리된다면 현장 담당자가 아이의 전체 위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 연구에서도 경찰과 지자체 사이 아동학대 정보 공유와 기관 간 연계 부족 문제가 지적돼 왔다.

두 번째는 피해 아동의 직접 진술에 대한 보호 우선 원칙이다.

특히 반복 신고 이력이 있는 아이가 직접 “맞았다”고 호소하고 눈에 보이는 상흔까지 있다면 일단 안전한 장소에서 전문가가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장애아동·특수욕구 아동을 즉시 받을 수 있는 보호체계다.

일반 쉼터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일수록 오히려 분리보호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

네 번째는 학교 밖 아동에 대한 정기적인 외부 확인체계다.

취학 유예나 장기 홈스쿨링 자체를 학대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라는 일상적인 관찰망에서 벗어난 아동, 특히 장애가 있거나 보호자가 아닌 제3자와 장기간 생활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건강·교육·안전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별도의 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는 종교시설만이 아니라 사실상 숙식과 교육·훈육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든 비가정 공간에 대한 점검이다.

교회, 대안교육공간, 공동생활시설 등 명칭이 무엇이든 아동이 장기간 거주하며 성인의 사실상 보호·감독을 받는다면 아이의 안전을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확인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


■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아이를 누가 소유하는가”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가해자에게 분노하고 새로운 법을 만든다.

정인이 사건 뒤에도 그랬다.

반복신고 아동의 즉각분리제도가 만들어졌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확대됐다.

그러나 천안의 11살 아이에게는 제도가 마지막 순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2021년 첫 번째 경고가 있었다.

2024년 두 번째 경고가 있었다.

2026년 8월에는 이틀 연속 시민들이 위험을 알렸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경찰에

“외할머니가 때린다”

는 취지로 말했다.

보호시설 인계가 논의됐다.

접근금지도 신청됐다.

그러나 아이는 안전한 공간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 결론 ― 이번에는 ‘법 하나 더 만들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천안 교회 아동 사망 사건의 진실은 아직 수사 중이다.

최종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목사와 외할머니, 교회 관계자 각각의 구체적인 형사책임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특정인을 살인범으로 단정하거나 특정 종교 전체를 범죄와 연결하는 것은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한 가지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네 번이나 위험 신호가 들어왔는데 왜 아이는 안전한 곳으로 가지 못했는가.”

2020년 정인이 사건 이후 대한민국은 반복 신고를 놓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즉각분리제도가 시행됐다.

2024년 인천 교회에서는 결박과 방치 끝에 여고생이 숨졌고, 그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2026년 대법원이 아동학대살해죄로 징역 25년 등의 중형을 확정했다.

그리고 다시 2026년 천안에서 11살 아이가 숨졌다.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이 아니다.

8월 2일과 3일 신고를 받은 순간부터 8월 5일 밤 119가 출동할 때까지 경찰·천안시·아동학대 담당기관·법원에서 어떤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고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시간 단위로 복원하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를 보호시설로 옮기지 못한 결정이 어떤 근거로 내려졌는지 밝혀야 한다.

그 과정을 확인하지 않고 몇 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낸다면 같은 질문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대가 완전히 입증된 뒤의 구조가 아니다.

죽을 만큼 위험한 상황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라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겨 확인하는 보호체계다.

천안의 11살 아이가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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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nextinsigh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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