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①] 3~5일 걸리던 무역대금을 수분 안에…KORT가 시험한 ‘디지털 원화’

질경이 창업자 최원석, 제조업 현장에서 발견한 해외결제의 비효율

원화 1대 1 연동 KORT로 인도네시아 1000만원 무역대금 실증

기술은 작동했지만 상용화 앞에서 마주한 외국환거래법의 빈칸

국경 간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새로운 ‘코인’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며칠 걸리던 무역대금의 이동에서 달러와 중개은행을 얼마나 줄이고, 그 과정을 실제 기업 거래에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핀테크 기업 피니버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KORT는 이 질문을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1000만원짜리 실제 무역거래에 던졌다.

금융인이 아닌 제조업자가 금융으로 간 이유

최원석 피니버스 대표의 출발점은 금융이 아니었다. 그는 2009년 여성건강 제품 사업을 시작해 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운영하며 직접 판매와 수출을 경험한 제조업 출신 기업인이다. 2020년 11월 핀테크 법인 피니버스를 세운 배경에도 이 경험이 자리한다.

계기는 해외거래 현장에서 나타났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라오스 거래처는 제품 대금을 한꺼번에 보내지 못하고 1000달러씩 나눠 송금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지 은행에서 필요한 달러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동남아 기업이 거래하면서 양국 통화가 아닌 달러 확보 여부가 결제를 좌우하는 현실이 문제로 보였다.

피니버스가 선택한 해법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ORT다.

1원과 1KORT의 연결…돈의 이동을 블록체인으로

KORT는 피니버스 설명 기준으로 발행량에 대응하는 원화를 국내 은행에 준비금으로 두고 원화와 1대 1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원화 예치 사실을 검증한 뒤 KORT를 발행하고 기관 지갑으로 보내는 구조이며, 피니버스는 zkTLS 기반 검증기술을 발행 인프라에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역결제에 적용하면 구조는 단순해진다. 인도네시아 수입기업이 루피아로 KORT를 확보해 한국 수출기업의 지갑으로 보내고, 한국 기업은 받은 KORT를 다시 원화로 정산받는다. 기존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루피아→달러→원화의 중간 단계를 줄이고 가치 이전 자체는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2025년 11월 피니버스는 질경이와 인도네시아 거래처 사이의 약 1000만원 규모 무역대금을 KORT로 시험 정산했다. 회사 측 실증 결과 기존 3~5일가량 걸리던 결제 과정이 수분 단위로 줄었고 거래 기록도 블록체인에 남았다. 피니버스는 앞서 인도네시아 디지털자산 사업자 NOBI, 현지 한인상공회의소와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달러는 줄여도 환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KORT가 국제결제의 모든 비용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기업이 루피아로 KORT를 사려면 결국 루피아와 원화 사이의 교환가격과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하다. 달러를 중간에 거치는 과정을 줄일 수는 있지만 환율 변동과 환전 스프레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KORT가 실제 상용 서비스가 되려면 블록체인의 전송속도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지에서 KORT를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 원화로 언제든 상환할 수 있다는 신뢰, 준비금의 안전한 보관과 검증,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세금·외환신고까지 하나의 결제망 안에 연결돼야 한다.

1000만원의 실증은 기술이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이지 대규모 상용화가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보다 먼저 마주한 외환 규제

피니버스가 당장 넘어야 할 벽도 이 지점에 있다.

시사IN은 현행 외국환거래 체계에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무역대금 결제를 기존 신고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현재 KORT를 실제 수출대금 결제수단으로 상용화하기에는 법적 제약이 있다고 보도했다. 피니버스는 이에 따라 2026년 6월 말 ‘원화 스테이블코인(KORT) 기반 중소수출기업 무역대금 실시간 결제 및 정산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대상도 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KYC를 마친 인도네시아 기업을 중심으로 한 B2B 무역결제로 제한했다.

법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은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전을 제도권 관리체계에 포함하고 ‘가상자산이전업무’ 등록제도를 신설했다. 시행일은 2026년 12월 3일이다. 다만 이 개정만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무역결제가 자동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주체와 준비자산, 상환의무, 이용자 보호 등 별도의 제도 설계가 남아 있다.

Next Insight 분석 | 중요한 것은 ‘코인’이 아니라 결제망

KORT의 의미를 ‘한국판 USDT가 등장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더 중요한 것은 원화를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 실제 무역거래의 가치 이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기업 간 거래에서 시험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번 실증은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도 보여준다. 블록체인이 돈을 수분 안에 옮겨도 그 앞뒤에는 은행계좌, 환전시장, 준비금, 현지 가상자산사업자, 외환신고와 세금이 존재한다. 결국 경쟁력은 코인의 이름이나 발행기술이 아니라 기존 국제결제보다 얼마나 싸고 빠르며 안전하게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느냐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와 루피아를 직접 사용하는 결제제도가 있다. 그런데도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진짜 가치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시사IN, 「질경이 대표의 ‘원화 코인’ 도전」, 2026년 9월 4일
  • 이데일리, 「원화스테이블코인 무역결제 규제샌드박스로」, 2026년 7월 13일
  • 국가법령정보센터,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 법률·시행일 2026년 12월 3일
  • ZDNet Korea, 피니버스–NOBI 스테이블코인 기술협력, 2025년 8월
  • 더퍼스트미디어, 피니버스–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무역결제 협력,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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