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냐 핀테크냐…법안 10개 앞에 멈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약 10건에도 정부 통합안은 아직…
발행주체·준비자산·환매권·당국 권한까지, ‘1코인=1원’보다 먼저 풀어야 할 질문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한 법안은 쌓이고 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논의가 멈춘다.

누가 원화를 담보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인가.

9월 8일 기준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약 10건. 하지만 정부·여당의 통합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발행주체와 은행 지분 요건 등을 둘러싼 조율도 끝나지 않았다.

기술보다 먼저 제도의 설계도가 필요한 이유다.

은행이냐 핀테크냐…첫 단추부터 다른 이해관계

논쟁의 중심에는 발행자 자격이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 대용 수단으로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우선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한 뒤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금융안정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은행 예금이 디지털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고, 규모가 커지면 은행의 대출 공급 능력이나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핀테크·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기존 금융권 중심의 시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까지도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 두 방향 사이의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한때 ‘은행 지분 50%+1주 컨소시엄’​이 정부안으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두 차례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발행주체와 주주구성 등 주요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의되는 안과 확정된 제도는 다르다.

1코인=1원…그 1원은 어디에 있어야 하나

발행자를 정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이 1개당 1원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준비자산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준비자산이 고객의 환매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가치가 안정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현금이나 예금, 국채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하지 않다.

발행사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현금보다 채권이나 시장성 상품을 더 보유하려는 유인이 있다. 발행 규모가 커지면 준비자산 확보 과정 자체가 국채와 단기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국 ‘1코인=1원’이라는 약속 뒤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는다.

그 1원을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가.

발행사가 망해도 1원을 돌려받을 수 있나

소비자 입장에서 더 직접적인 문제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파산한다면 준비자산은 누구의 돈인가.

발행회사 일반재산과 섞여 있다면 이용자는 다른 채권자와 함께 변제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자산을 발행사 재산과 분리하는 도산절연, 이용자가 법적으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환매권, 환매기한 등을 제도에 명확하게 넣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

결국 안정성은 코인의 이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1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비로소 ‘스테이블’이 된다.

한국은행이 보는 것은 코인이 아니라 통화질서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위험으로 디페깅, 금융안정 저해, 소비자보호 공백, 금산분리 문제, 통화정책 효과 약화와 금융중개 기능 저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은행 예금이 대규모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기반이 약해지고 대출 여력까지 줄어들 가능성을 경계한다.

지난 9월 3일 발표한 별도 연구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외환시장의 연결도 짚었다. 비달러 통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고파는 거래가 구조에 따라 실제 외환거래와 환율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 하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법은 아직인데 시장은 먼저 움직이는 중

제도가 발행자를 정하지 못하는 사이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핀테크·빅테크, 금융회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결제·블록체인·금융 인프라의 결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조가 지금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다.

법은 아직 ‘누가 발행할 것인가’를 논의하는데, 시장은 벌써 ‘누가 먼저 자리를 잡을 것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속도가 중요한 시장과 안정성을 먼저 보는 금융규제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Next Insight 분석 |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첫 경쟁자는 ‘기술’이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은 자칫 블록체인 기술이나 해외 경쟁 이야기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누가 발행할 것인가.
그 1원을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가.
발행사가 무너지면 누가 돌려줄 것인가.
그리고 기존 은행예금과 지급결제망보다 왜 더 믿을 수 있는가.

이 네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관련 법안이 약 10건까지 나왔다는 것은 관심이 크다는 의미다. 동시에 아직 하나의 설계도로 모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기 전에 먼저 넘어야 할 상대는 어쩌면 다른 코인이 아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은행의 지급결제망과 그 안에 쌓인 신뢰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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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금융위원회, 2026.1.6,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 금융위원회, 2026.1.7,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주주구성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 한국은행, 2026년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잠재 리스크 및 대응방향
  • 한국은행,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 한국은행, 2026.9.3,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외환시장 간 연계성」
  • 아시아투데이, 2026.9.8,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및 5대 쟁점 관련 보도
  • 뉴스핌, 2026.9.10, 디지털자산기본법 발행주체·지분 규제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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