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65억원 세출 구조조정 속 12억2천만원 전세 관사 논란
관사 사용의 적법성보다 ‘156㎡·12억원’의 선택 기준이 핵심
1천만원의 직원 체육대회 참가비는 줄였고, 12억2천만원은 도지사 관사 전세보증금으로 묶였다. 두 돈의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재정 비상’을 선언한 경기도가 구성원에게 절약을 요구했다면, 이제 도지사의 주거에도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156㎡였고, 왜 12억원대였을까.
5,465억원 구조조정…“도지사부터 책임”이라는 선언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5일 경기도 재정 상태를 ‘비상 상황’으로 공식 규정했다.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이 연간 필요액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경기도가 당초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추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부터 줄이고 낭비성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도가 8월 19일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1,300여개 사업을 재검토해 5,465억원의 기존 세출을 구조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무관리비 등 행정운영경비 222억원,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원도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긴축은 직원들에게도 내려왔다. 전국공무원체육대회 참가비 약 1,000만원을 비롯한 일부 복지예산이 줄었고, 하반기 정기 인사도 내년 1월로 미뤄졌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지난 6월 도청 인근 전용면적 약 156㎡, 47평형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2,000만원에 계약해 도지사 관사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추 지사는 7월 취임 이후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
12억2천만원, ‘써버린 돈’은 아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는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세보증금 12억2,000만원을 체육대회비 1,000만원이나 업무추진비처럼 그대로 소비되는 예산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전세보증금은 계약 종료 뒤 반환을 전제로 맡겨두는 자금이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12억원의 세금 지출’이나 ‘12억원 손실’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재정과 무관한 돈도 아니다. 계약기간 동안 상당한 규모의 공공재원이 관사에 묶인다. 결국 질문은 12억원을 썼느냐가 아니라, 도지사 직무 수행을 위해 12억2,000만원과 156㎡ 규모의 주거 공간이 반드시 필요했느냐로 바뀐다.
지금까지 공개된 경기도의 설명은 “도정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 관사를 얻었고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다”는 수준이다.
관사는 제도 안…남는 것은 ‘규모의 기준’
도지사 관사 자체가 제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현행 「경기도 공유재산관리 조례」는 도지사 관사를 ‘1급 관사’로 구분하고, 아파트 관사의 관리비 등 관리 비용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단순히 ‘관사가 있으니 문제’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확인해야 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왜 30평대가 아니라 47평형이었는지, 여러 후보 주택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도청 접근성 외에 면적과 전세가격의 상한은 있었는지, 더 적은 보증금으로 같은 업무 목적을 달성할 대안을 검토했는지다.
규정을 지켰다는 설명은 계약이 가능했느냐에는 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적절했느냐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김동연과 달라진 선택

비교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동연 전 경기지사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기존 도지사 공관을 ‘도담소’로 바꿔 도민 소통 공간으로 개방했다. 당시 경기도 공식 자료에는 김 전 지사가 도의 예산 지원 없이 사비로 광교 신청사 인근 주거 공간을 마련해 생활했다고 기록돼 있다.
물론 전임자가 사비로 주거를 해결했다고 해서 후임 지사 역시 반드시 같은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사 제공에는 제도적 근거가 있고 도지사의 생활 여건과 업무 방식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 같은 경기도에서 한 지사는 사비로 거주했고, 다음 지사는 12억원대 도비 전세 관사를 선택했다면 무엇이 달라졌고, 그 차이를 만든 행정적 기준은 무엇인지가 공개돼야 한다.
더구나 관사 계약은 8월 5일 재정 비상 선언 이후가 아니라 그보다 앞선 6월에 이뤄졌다. 따라서 “재정 비상을 선언하고 12억원짜리 관사를 얻었다”는 식의 시간 배열도 정확하지 않다. 경기도 역시 계약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재정 위기의 구체적인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Next Insight 분석 | 긴축의 설득력은 ‘같은 기준’에서

재정 구조조정은 숫자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 누구의 예산을 먼저 줄이고 무엇을 끝까지 남길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1,000만원짜리 직원 체육대회비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예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12억원대 도지사 관사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근거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숫자가 한 화면에 놓이는 순간 질문은 달라진다.
직원에게는 1,000만원도 줄여야 할 재정 비상이라면, 도지사에게 적용되는 절약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경기도가 답해야 할 것은 관사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156㎡와 12억2,000만원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비교 검토한 주택과 선정 기준, 계약기간, 보증금 외 관리비와 부대비용까지 공개하면 논란 상당 부분은 사실로 판단할 수 있다.
긴축은 구성원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긴축의 정당성은 얼마나 많이 삭감했느냐보다 그 기준을 위에서부터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했느냐에서 만들어진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경기도,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 선언 관련 기자회견문」, 2026.8.5
- 경기도,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2026.8.19
- 국가법령정보센터, 「경기도 공유재산관리 조례」
- 경기도, 「새로운 경기도지사 공관 이름은 ‘도담소’」 및 관련 공식자료
- 연합뉴스·뉴시스·한국일보 등 추미애 경기지사 관사 관련 보도, 202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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