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꼬리표’ 안고 다시 한 팀…이재영·이다영, 해외 코트는 열렸지만 한국 복귀는 여전히 먼 길

아제르바이잔 투란VC서 5년 만에 재결합…국가대표 무기한 제외와 프로리그 출전은 별개

학폭 인정·사과 뒤 일부 내용 놓고 법적 공방…국내 팬심은 여전히 냉랭

제도적으로 V리그 복귀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지만 구단·팬·스폰서라는 더 높은 장벽

결국 관건은 경기력이 아니라 ‘피해 회복과 신뢰 회복’…해외 장기 체류 가능성도

한때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불렸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다시 같은 코트에 선다.

아제르바이잔 여자배구 슈퍼리그 투란VC는 2026년 8월 4일 이재영의 영입을 발표한 데 이어 7일 이다영과의 계약을 공개했다. 두 선수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2021년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이후 약 5년 만이다.

두 선수에게 이번 이적은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1년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내 프로배구 무대를 떠난 이후 이들은 사실상 ‘배구 유목민’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5년 이상 흘렀음에도 한국에서 두 사람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붙어 있다.

■ 한국 여자배구 최고 스타에서 한순간에 추락

이재영과 이다영은 한때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할 차세대 스타였다.

이재영은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였고, 이다영은 빠른 토스와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대표팀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흥국생명에서 함께 뛰며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 자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1년 2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학교 시절 두 사람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폭로에는 폭언과 폭행, 금품 요구, 심부름 강요, 협박 등 여러 내용이 포함됐다. 모든 개별 주장 하나하나가 사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두 선수는 논란 직후 각각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고 과거 잘못된 행동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흥국생명 역시 두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여기서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선수는 당시 학교폭력 논란 자체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후 최초 폭로 내용 가운데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폭로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따라서 최초 폭로문에 적시된 모든 세부 행위를 두 선수가 전부 인정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 피해자 측과의 법적 공방…오히려 깊어진 불신

논란 이후 두 선수 측은 학교폭력 폭로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폭로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나왔고 검찰 단계에서도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3년 당시 이다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사과하면서도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고, 이재영은 학교폭력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 과정은 두 선수의 복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스포츠 선수의 과거 잘못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숙 기간을 거쳐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라는 문제와 별도로, 피해자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회복됐느냐는 질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이 바라보는 핵심은 단순히 ‘몇 년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에 가까워졌다.

■ 국가대표 ‘무기한 제외’…V리그 출전 문제와는 다르다

두 선수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국가대표 자격과 프로리그 출전 자격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2021년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과 이다영을 향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협회는 대표 선수로서 부적격한 행동에 대해 일벌백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관리하는 국가대표 선발과 한국배구연맹(KOVO)이 운영하는 V리그 선수 등록은 다른 영역이다.

당시 KOVO는 학교폭력 가해 선수에 대한 신인 드래프트 배제와 영구제명 가능 규정을 강화했지만, 새 규정을 이미 프로선수였던 이재영·이다영에게 소급해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선수에게 KOVO 차원의 영구제명 처분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대표는 무기한 제외됐지만 프로리그에서는 제도적으로 영구 추방된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그렇다고 당장 V리그 복귀가 가능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제로 국내 복귀를 위해서는 선수 계약과 등록 문제뿐 아니라 영입 구단의 결정, 팬들의 반응, 기업 이미지, 스폰서와 구단 운영에 미칠 영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법이나 규정의 문보다 현실의 문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 한차례 복귀 움직임에도 “시기상조”…왜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나

2021년 흥국생명이 두 선수의 선수등록을 검토하면서 국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충분한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비판과 “선수 생명을 영구적으로 끝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맞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복귀가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 강했고 결국 국내 무대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5년이 지난 2026년에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두 선수의 투란VC 동반 입단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스포츠 매체의 기사와 포털에는 “해외에서 계속 뛰어라”는 취지의 냉담한 반응이 나타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인터넷 댓글은 통계적으로 설계된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국민 전체의 의견’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국내 복귀를 둘러싼 사회적 거부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만한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배구 유목민’이 된 자매…이다영은 유럽·미국, 이재영은 부상과 재기

국내 무대를 떠난 뒤 두 사람의 선수 생활은 크게 엇갈렸다.

이다영은 비교적 꾸준하게 해외리그를 돌았다. 그리스에서 출발해 루마니아, 프랑스, 미국 등 여러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반면 이재영은 그리스 진출 이후 무릎 부상 등으로 오랜 공백을 겪었다.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일본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재개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이재영은 24경기, 42세트에 출전해 108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 35.8%, 리시브 효율 41.5%를 기록했다. 긴 공백을 고려하면 선수 생활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2026~2027시즌 두 사람은 투란VC에서 다시 만난다.

이다영이 세터, 이재영이 공격수인 만큼 경기력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잘 이해하는 조합이다.

투란VC 입장에서도 한국 국가대표 출신 두 선수를 동시에 영입하면서 경기력과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 해외에서는 뛰는데 왜 한국에서는 어려운가

이 질문이 앞으로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구단들은 한국 사회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국내 구단과 똑같은 사회적·상업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외국 구단의 선수 영입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재 경기력과 계약 조건이다. 과거 한국에서 발생한 사회적 논란이 해당 국가에서 동일한 수준의 관심을 받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반면 한국 V리그 구단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선수 영입 순간부터 구단 모기업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고 팬들의 항의, 불매 움직임, 스폰서 이미지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두 선수의 국내 복귀는 단순한 선수 등록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평판 리스크 관리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KOVO가 두 선수를 영구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V리그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그렇다면 국내 복귀는 영원히 불가능할까

스포츠 선수에게 과거의 잘못 때문에 평생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옳으냐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사건 당시 두 선수는 20대 중반이었지만 문제가 된 행동은 중학생 시절 발생했다.

잘못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의 고통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사람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충분한 책임을 진 뒤 다시 사회생활을 할 기회까지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의 복귀는 일반적인 취업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프로선수는 경기력뿐 아니라 팬들의 지지와 대중적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직업이다. 특히 국가대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용서해야 한다’와 ‘영원히 퇴출해야 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로만 볼 필요는 없다.

■ 향후 행보① 가장 현실적인 길은 ‘해외 선수 생활 지속’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당장 V리그 복귀를 추진하기보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두 선수가 동시에 투란VC에 합류했다.

이재영에게는 일본에서 회복한 경기 감각을 유럽 무대에서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즌이고, 이다영에게는 여러 국가를 이동해 온 선수 경력을 안정시킬 기회다.

두 선수가 2026~2027시즌 좋은 성적을 낸다면 다른 유럽 구단으로의 이동이나 재계약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결국 해외에서는 경기력이 이들의 선수 생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 향후 행보② V리그 복귀는 ‘실력’보다 ‘명분’이 문제

반면 한국 복귀의 핵심은 경기력이 아니다.

이재영은 전성기 수준의 기량을 회복하고 이다영 역시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일부 구단이 전력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구단은 “왜 지금 이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팬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피해자들과의 관계 ▲과거 사건에 대한 선수들의 태도 ▲추가적인 사과나 사회적 책임 활동 ▲시간 경과에 따른 팬들의 인식 변화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복귀의 가장 큰 장벽은 KOVO 규정이 아니라 여론과 신뢰라는 의미다.

■ 향후 행보③ 국가대표 복귀는 V리그보다 훨씬 어렵다

국가대표 복귀는 또 다른 문제다.

대한배구협회가 2021년 내린 결정은 ‘일정 기간 출전정지’가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외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협회 차원의 기존 결정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까지 필요하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역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어 경기력과 나이까지 고려하면 국가대표 복귀 가능성은 V리그 복귀보다 훨씬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보다 ‘신뢰 회복’

이재영과 이다영 사건은 한국 스포츠계에서 매우 복잡한 질문을 남겼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난 스포츠 스타에게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

기회를 준다면 언제가 적절한가.

그리고 그 판단은 누가 내려야 하는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두 선수 입장에서는 이미 국내 최고 스타의 지위와 국가대표 자격을 잃었고 수년간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두 선수의 한국 복귀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자숙 기간’보다 과거에 대한 태도와 피해 회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사회적 신뢰​일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여름, 이재영과 이다영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해외 코트의 문은 열렸다.

하지만 한국 코트로 돌아오는 문은 여전히 좁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공격 성공률이나 세트 성공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만큼이나, 과거의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피해자와 팬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가 향후 행보를 좌우할 전망이다.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의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한국 사회가 이재영·이다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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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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