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만의 한국 리메이크, ‘벤’ 대신 37년 경력 실버 인턴 ‘기호’
드 니로의 절제와 최민식의 반응…같은 ‘좋은 어른’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
한국 직장문화·AI 시대까지 더한 재해석, 9월 16일 극장 개봉
2015년 한국에서 361만여명이 본 《인턴》이 최민식·한소희 주연의 한국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판의 승부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벤’을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나이는 많지만 회사에서는 막내인 ‘기호’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세대·직급 관계와 AI 시대에도 남는 경험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361만명이 본 ‘편안한 영화’…리메이크가 짊어진 가장 큰 부담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2015년작 《인턴》은 70세 은퇴자 벤 휘태커가 젊은 여성 CEO 줄스 오스틴의 온라인 패션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제작비 약 3500만달러로 전 세계에서 1억9400만달러 이상을 벌었고 국내에서도 약 361만명을 동원했다.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사건 대신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이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이야기로 장기적인 사랑을 받았다.
평론가 반응은 관객보다 냉정했다. Rotten Tomatoes에서 비평가 지수는 현재 59%, 관객 지수는 73%다. 소재에 비해 갈등을 충분히 파고들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비정형적인 관계와 호흡은 작품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한국판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거리보다 벤이라는 인물이 이미 하나의 기억으로 완성돼 있기 때문이다.
드 니로를 따라가지 않은 최민식…‘완성된 어른’에서 ‘배우는 어른’으로

한국판에서 최민식은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를 맡았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선우는 창업 3년 만에 패션 브랜드를 성장시킨 젊은 CEO다. 김도영 감독은 이 관계를 한국의 직장문화 안으로 옮겼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최민식은 4일 언론시사회에서 원작을 참고하며 연기하는 방식 자체를 경계했다고 밝혔다. 이미 완성된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옆에 두는 것은 창작자로서 ‘답안지’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원작의 정서는 품되 한국판의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드 니로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원작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면서 자신의 기호는 별개의 인물임을 강조했다.
차이는 연기의 방향에서 드러난다.
로버트 드 니로의 벤은 이미 중심이 잡힌 인물이다. 먼저 관찰하고 필요한 순간에만 움직이며 자신의 경험을 권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힘은 **‘침범하지 않는 배려’**에 있다.
최민식은 기호를 “물처럼” 연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직원들이 보내는 수많은 행동에 기호가 반응하고, 그 반응이 쌓이며 인물이 완성된다는 접근이다.
그래서 같은 ‘좋은 어른’이라도 결은 다르다.
벤이 좋은 어른의 완성형이라면, 기호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배우는 현재형에 가깝다.
‘70세 인턴’보다 복잡한 한국의 질문…나이는 위, 직급은 아래
한국판의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국적보다 조직문화다.
기호는 사회생활 37년의 베테랑이지만 새 회사에서는 가장 낮은 직급이다. 자신보다 수십 살 어린 대표에게 보고하고 젊은 동료에게 새로운 업무방식을 배운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와 조직 서열이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 자체가 원작에는 없던 긴장을 만든다.
따라서 질문도 바뀐다.
원작이 **“나이가 들어도 경험은 가치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한국판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 밑에서 다시 배울 수 있는가”**까지 묻는다.
한소희 역시 원작과의 비교보다 한국적 정서 속에서 젊은 CEO와 시니어 인턴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도영 감독은 한국판 인물들을 원작보다 현실에 더 가까이 붙이고, 성공했지만 불안한 선우와 새로운 조직 안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기호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엔 없었던 AI…경험의 가치는 사라질까
11년이라는 시간도 한국판에 들어왔다.
한국판 회사에는 AI에 몰입한 경영지원팀장까지 등장한다. 업무를 처리하는 기술과 조직의 언어가 원작보다 한 세대 더 이동한 셈이다.
이 설정은 ‘시니어 인턴’이라는 소재를 오히려 현재적으로 만든다.
AI는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업무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읽고 갈등을 중재하며 언제 말하고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기호가 보여줘야 할 가치는 오래 일했다는 경력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어떤 판단력과 태도로 남았는가에 있다.
이 지점에서 《인턴》은 단순한 세대화합 영화에서 AI 시대의 노동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는다.
초기 평가는 ‘한국화의 성과’와 ‘원작의 여백’ 사이
4일 언론시사회 직후 평가는 아직 평단 전체의 판단으로 볼 단계는 아니다. 한국적 직장문화와 최민식·한소희의 새로운 조합, 따뜻한 정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나온 반면, 원작에 비해 두 주인공의 감정과 신뢰가 쌓이는 과정이 다소 빠르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이 비판은 리메이크의 핵심 시험대와 맞닿는다.
원작의 힘은 큰 사건보다 작은 행동의 누적에 있었다. 벤은 감동적인 연설 하나로 줄스의 신뢰를 얻지 않았다. 기다리고, 관찰하고, 돕고, 다시 물러서는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내 편’이 됐다.
한국판이 코미디와 갈등, 한국적인 관계를 더하면서도 그 느린 시간을 얼마나 지켜냈는지가 관객 평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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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은 원작의 인지도만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바로 그 인지도 때문에 장면과 배우 하나하나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최민식이 로버트 드 니로를 따라 하지 않은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드 니로가 힘을 지워 벤을 만들었다면, 최민식은 자신의 힘을 낮춰 젊은 조직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2015년과 2026년의 차이는 영화 밖에서 더 커졌다. 고령화는 빨라졌고 정년·재취업 논의는 현실이 됐으며 AI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나이 든 인턴’은 기발한 설정만이 아니다.
한국판 《인턴》의 진짜 경쟁 상대는 로버트 드 니로가 아니다.
11년 전 원작이 남긴 따뜻함을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26년 한국 사회가 왜 다시 ‘좋은 어른’과 ‘경험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가 리메이크의 존재 이유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연합뉴스, 한국판 《인턴》 개봉 및 작품 정보
- 영화 《인턴》 언론배급시사회·기자간담회, 2026년 9월 4일
- Rotten Tomatoes, The Intern Critics & Audience Scores
- 국내 언론 시사회 리뷰 및 배우·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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