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의 전력 청구서 ①] 미국은 비용 귀속, 한국은 비수도권 특례」

1500~1800MW 동시 이탈 경험한 미국, 데이터센터를 ‘계통 참여자’로 규율
빅테크에 발전·송전망 비용 부담…일반 소비자 전가 차단
한국 2029년 8.4GW 추진 속 2027년 비수도권 계통영향평가 특례 시행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성장 인프라로 떠오르는 동시에 전력망의 새로운 대형 변수로 등장했다. 미국은 실제 대규모 부하 이탈을 경험한 뒤 데이터센터의 계통정보·운전기준과 비용 부담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2029년까지 8.4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비수도권 시설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산업 육성과 계통 안전 사이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해지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 넘어선 데이터센터

미국이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전력소비량만이 아니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에 따르면 2024년 7월 버지니아주 라우던카운티에서 약 1500MW, 2025년 2월 라우던·페어팩스카운티에서 약 1800MW​의 데이터센터 부하가 한꺼번에 전력계통에서 이탈했다. 순간적인 전압 변화에 데이터센터의 UPS와 보호장치가 동시에 반응하면서 거대한 전력수요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전력망은 공급과 소비가 실시간으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수천MW 규모의 부하가 짧은 시간 안에 동시에 움직인다면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대형 소비시설을 넘어 발전소 사고에 준하는 계통 변수가 될 수 있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 7월 NERC에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부하’의 전력망 신뢰도 위험을 다루는 새로운 의무 기준을 마련해 2026년 12월 31일까지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등록기준도 함께 만들도록 했다.

미국의 방향…“빨리 연결하되 비용은 사용자가”

미국 정책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FERC는 지난 6월 6개 지역 전력망 운영기관에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사용자의 접속을 더 빠르고 투명하게 처리하도록 기존 규칙을 설명하거나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대신 조건이 붙는다. 데이터센터 접속을 위해 건설한 송전망과 설비의 비용이 누구에게 발생했고 누가 부담하는지를 공개하고, 대형 부하의 계통 특성을 운영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과 계측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백악관도 지난 3월 ‘Ratepayer Protection Pledge’를 내놓았다. Amazon·Google·Meta·Microsoft·OpenAI·Oracle·xAI 등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신규 발전원을 직접 확보하고, 전력망 증설비용도 부담하며, 데이터센터용 별도 요금구조를 협의한다는 원칙에 참여했다. 이는 연방 법률상의 강제규제가 아니라 자발적 약속이지만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AI 경쟁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는 확대하되 그 비용을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8.4GW 추진…전력 인프라도 같은 속도인가

한국의 확대 속도도 빠르다.

정부는 SK·GS·네이버 등 민간투자와 연계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8.4GW급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자유치를 포함한 규모는 약 550조원이다. 장기적으로 추가 10GW 구축도 추진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10MW 이상 전력을 사용하려는 사업자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력 공급 뒤 과부하·전압·설비 증설 등 계통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2026년 6월 제정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은 새로운 예외를 만들었다.

2027년 비수도권 특례…면제 범위가 핵심

특별법 제19조는 비수도권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전환하는 경우 일정 범위 안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도록 규정했다. 법 시행일은 2027년 3월 10일이며, 실제 면제가 가능한 전력용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한국이 모든 AI 데이터센터의 계통영향평가를 없앴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수도권은 대상이 아니며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 가운데 어느 규모까지 면제할지는 하위법령에 달려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기준이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지역에 있다고 해서 전력망과 분리되는 시설이 아니다. 대규모 송전망·변전설비와 연결되고 순간적인 부하변동 역시 계통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수도권 투자촉진이라는 정책 목적과 별개로, 면제된 시설의 전력특성을 누가 검증하고 사고 시 어떤 기준으로 부하를 제어할 것인지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AI 경쟁의 숨은 인프라는 ‘계통 규칙’

AI 경쟁에서 GPU 숫자와 데이터센터 용량은 눈에 잘 보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발전소·송전선·변전소와 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전력망이 있다.

미국의 변화는 한 가지 교훈을 준다. 데이터센터를 빨리 짓는 것과 전력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미국은 접속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센터에 비용·정보·운전책임을 더 명확히 부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8.4GW에서 장기적으로 18GW 이상을 바라보는 투자가 현실화한다면 발전량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전력망 증설비를 부담할 것인지, 대규모 부하가 동시에 이탈하지 않도록 어떤 보호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계통운영자는 데이터센터의 UPS와 부하 특성을 어디까지 파악해야 하는지까지 규칙이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전기를 확보했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전기를 기존 소비자의 부담과 전력망의 위험을 키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능력까지가 AI 인프라 경쟁력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Computational Load Integration 관련 명령, 2026.7.16
  •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 Data Center Load Loss 자료
  • 미국 백악관, Ratepayer Protection Pledge, 2026.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AI 데이터센터 투자계획
  • 국가법령정보센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
  •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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