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직 겸직부터 배우자 급여·‘언더조직’까지 직접 반박…청와대는 “회견 몰랐다”, 여당 내부 우려도 확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11일 만에 침묵을 깼다. 사퇴 요구와 부정적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도 물러서기보다 직접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의혹을 반박하고 장관으로서의 자격까지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청와대는 기자회견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고,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공개적으로 흘러나왔다.
출근 대신 국회, 34분의 정면돌파
10일 오전 용 후보자는 서울 서대문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오후 1시40분 국회 기자회견 일정이 직전에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사퇴 발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용 후보자가 선택한 것은 사퇴가 아니라 정반대였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기자회견장에 선 그는 약 34분 동안 의원직 겸직, 배우자의 당직과 급여, 기본소득당 운영, 이른바 ‘언더조직’, 당비와 절세 의혹, 성평등 분야 정책 역량 등을 하나씩 반박했다. 그동안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던 태도에서도 분명한 변화였다.
청문회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의혹이 쌓이는 것을 지켜보기보다 직접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합법의 선과 정치적 부담
의원직 겸직 문제에서 용 후보자의 논리는 명확했다.
현행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아 다음 순번이 승계하도록 했던 관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정치권의 ‘자리 나눠 먹기’ 관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비례대표에게만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한 이번 인사가 연합정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법과 관례의 문제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더 눈에 띈 것은 용 후보자가 방어를 넘어 “왜 자신이 장관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인가”까지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 발의 실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기본소득과 육아, 돌봄 관련 의정활동을 제시했다. 부정적 여론에도 “장관이 됐을 때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단순한 의혹 해명이라기보다 후보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사실상의 완주 선언에 가까웠던 이유다.
63%와 73.4%, 숫자가 만든 압박
문제는 기자회견 당일 공개된 여론이다.
7~9일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용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63%, ‘잘한 인선’은 17%였다. 같은 날 공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용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73.4%, 찬성은 18.4%였다. 질문과 조사 방식이 서로 다른 만큼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조사 모두 부정 평가가 크게 앞섰다는 방향은 같다.
결국 용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여론이 유리할 때 나온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한 반대 여론을 확인한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직접 돌파하겠다는 선택이다.
청와대의 유보, 여당의 불편
기자회견 이후에는 또 다른 장면이 나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용 후보자에 대해 안팎의 우려가 많이 전달되고 있으며 특히 여당에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저희도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역시 용 후보자를 포함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국민의 눈높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지명 철회를 예고한 발언은 아니다.
그러나 후보자의 정면돌파에 청와대가 곧바로 힘을 실어준 것도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연합뉴스 취재에서는 여당 관계자와 의원들 사이에서 후보자의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과, 논란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용 후보자는 앞으로 나갔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일정한 거리를 남겨둔 모습이다.
같은 날 시작된 경찰 수사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법적 검증도 시작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용 후보자의 기본소득당 특별당비 납부와 배우자의 당직자 급여 수령 과정 등을 문제 삼아 제기된 정치자금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첫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현재는 고발에 따른 수사 초기 단계다.
특별당비가 배우자의 급여로 돌아갔다거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고발인의 주장일 뿐, 범죄 혐의가 확인된 사실로 다뤄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 결과와 청문회 자료를 통해 별도로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6년 전 원칙과 오늘의 선택
2020년 기본소득당의 국고보조금 폐지 주장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기본소득당은 국고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에게 ‘정치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했고, 용 후보자 역시 해당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6년 뒤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의원직 유지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다만 이 문제 역시 이번 기사의 중심은 아니다.
정책이나 판단은 6년 동안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말 바꾸기’라는 규정보다 당시의 원칙과 지금의 선택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다.
Next Insight 분석 | 해명보다 어려운 설득

9월 10일 기자회견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의혹이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다.
용혜인 후보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직접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퇴론이 커지고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을 직접 반박하고, 의원직을 유지할 이유와 자신이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맡을 수 있는 이유까지 설명하며 청문회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검증의 기준도 달라졌다.
겸직은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러면 왜 겸직해야 하는가. 자신과 가족, 정당을 둘러싼 의혹은 충분히 설명됐는가. 2020년의 원칙과 2026년의 선택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무엇보다 상당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자신이 장관으로 적합하다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가.
여기에 청와대의 태도도 변수다.
후보자는 정면돌파를 택했지만 청와대는 “회견하는 줄 몰랐다”며 거리를 뒀고, 청문회 이후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남겼다.
그래서 앞으로의 청문회는 단순히 의혹의 사실 여부만 확인하는 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용 후보자에게는 장관으로서의 자격을 입증하는 자리이고, 청와대에는 계속 임명을 추진할 정치적 이유가 남아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리다.
9월 10일 용혜인 후보자는 자신의 답을 먼저 내놨다.
“물러나지 않고 청문회까지 가겠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선택에 국민과 국회, 그리고 인사권자가 어떤 답을 내놓느냐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참고자료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회견, 2026년 9월 10일
- 전국지표조사(NBS), 2026년 9월 7~9일
-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여론조사, 2026년 9월 7~8일
-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정무수석 발언, 2026년 9월 10일
-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치자금법 위반 고발 사건 관련 자료
- 국회법 제29조
- 기본소득당 2020년 국고보조금 폐지·정치기본소득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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