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담당 사건 전수점검 착수…298건 모두 문제라는 뜻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종결하고 스스로 확인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꿔야
제주 장미란씨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실종팀 근무 당시 총 298건의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체 사건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다만 298건 모두가 허위 종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범죄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장씨 사건과 또 다른 60대 남성 사건 등 2건이다.
핵심은 298건이 아니라 ‘누가 확인했는가’다
이번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한 경찰관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시 시스템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종사건을 직접 종결할 수 있었다. 야간 실종수사팀도 1명이 근무하는 구조였고, 당직자가 작성한 보고 내용이 사실인지 즉시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장치가 부족했다.
경찰 내부규정에는 실종자를 찾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추적하도록 하고, 사건 종결 전 직접 확인을 원칙으로 하는 절차도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 전산시스템에서는 담당자 개인에게 종결 권한이 집중돼 있었다.
규정은 조직의 책임을 요구했지만 시스템은 개인의 판단에 의존했던 셈이다.
유사한 허위 종결 혐의가 두 차례 확인됐다
장씨 사건에서 A경장은 실제 통화기록이 없는데도 실종자와 연락해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신고된 60대 남성 사건에서도 실종자와 실제 연락하지 않은 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이 남성은 가족의 재신고 이후 수색이 재개됐고 최초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사망이 허위 종결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사망 시점과 신고 당시 생존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의 수색 절차를 종료했다는 혐의 자체는 별도로 엄중하게 규명해야 할 문제다.
298건 전수조사는 ‘기록 확인’이 아니라 ‘사람 확인’이어야 한다
경찰이 해야 할 전수조사는 기존 서류를 다시 읽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각 사건마다 실제 통화기록, 대면확인 자료, CCTV와 위치정보, 신고자 설명, 시스템 등록·삭제 이력 등을 교차검증하고 현재 실종자의 생존과 소재가 실제 확인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연락이 되지 않는 사건이 있다면 단순 점검대상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즉시 ‘미확인 실종’으로 전환해 다시 수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수조사의 목적은 혐의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혹시 아직도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경찰도 시스템 문제를 인정했다
경찰청은 사건 이후 실종사건 종결 때 팀장과 과장의 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전산시스템에도 관리자 승인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 역시 이번 사태가 개인 일탈과 제도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결재 한 단계만 추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종자를 확인했다면 대면기록이나 객관적인 인증자료를 남기고, 데이터 삭제·수정 기록도 감사로그로 보존해야 한다. 담당자의 입력내용과 통신자료가 충돌하면 자동으로 경고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결국 가장 위험한 숫자는 ‘298’이 아니라 ‘1’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298건보다 한 사람일 수 있다.
한 사람이 신고를 받고, 안전 여부를 판단하고, 기록하고, 사건까지 종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사실인지 확인하지 못하면 국가의 수색이 멈출 수 있었다.
좋은 시스템은 모든 공무원이 항상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시스템이 아니다.
누군가 실수하거나 고의로 잘못 처리하더라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험해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따라서 298건 전수조사의 진짜 목적은 한 경찰관의 잘못을 몇 건 더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298번의 사건 종결 과정에서 국가의 확인 절차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검증하는 데 있다.
장미란씨 사건이 남긴 가장 무거운 교훈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 경찰관이 잘못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기록을 국가 시스템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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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경찰청·제주경찰청 실종사건 관련 발표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장 직무대행 답변
- 경찰 실종사건 업무처리 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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