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의 작은 회로기판부터 거대한 반도체 제조장비까지…전자산업의 CAD는 ‘전기와 기계’를 하나의 제품으로 연결한다
자동차·기계 산업에서 CAD가 부품의 형상과 조립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면, 전자제품과 반도체 장비 분야의 CAD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제품의 외형과 기구만 설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내부 PCB와 전자부품, 커넥터, 배선, 냉각구조, 케이스가 모두 정해진 공간 안에서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기계설계용 MCAD(Mechanical CAD)와 전자회로 설계용 ECAD(Electronic CAD)가 서로 연결된다. Siemens도 ECAD를 PCB 등 전자 시스템 설계에, MCAD를 이를 둘러싼 기계구조 설계에 사용하는 도구로 구분하고 있다.
전자제품 설계는 ‘회로도’에서 시작해 PCB의 실제 공간으로 이동한다
전자제품 개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회로 설계다.
회로도에서는 어떤 부품을 사용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할지를 결정한다. 이후 이 회로는 실제 PCB 위에 배치된다.
하지만 PCB 설계는 단순히 부품을 판 위에 올려놓는 작업이 아니다.
부품의 위치, 배선 경로, 기판 크기, 커넥터 위치 등을 결정하면서 전기적인 성능과 실제 제작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Autodesk는 PCB 설계 과정을 회로도 작성 → 부품 배치와 배선 → 설계 검증 → 제조 데이터 생성으로 설명한다.
즉,
회로 설계 → PCB 배치 → 검증 → 제조
라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PCB가 완성됐다고 제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제품에서는 PCB가 케이스 안에 정확히 들어가야 한다.
커넥터가 외부 단자 위치와 맞아야 하고, 나사를 체결할 공간도 필요하다. 높은 부품이 케이스 내부와 충돌해서도 안 되며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품은 냉각과 공기 흐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ECAD와 MCAD가 만난다.
PCB의 3D 모델을 기구 설계 데이터와 결합하면 기판과 케이스의 간섭, 커넥터 위치, 부품 높이, 장착 위치 등을 실제 시제품 제작 전에 확인할 수 있다. Autodesk와 Cadence 역시 ECAD·MCAD 연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발 초기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제조장비에서는 CAD의 범위가 더 커진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칩 자체의 회로·레이아웃 설계에는 일반적인 기계 CAD보다 전문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도구가 중심이 된다.
반면 웨이퍼를 가공하고 검사하고 이송하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기계 CAD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장비 프레임, 챔버, 웨이퍼 이송기구, 모터와 액추에이터, 배관, 전장박스, 각종 센서와 제어부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장비 설계는 단순한 기계 한 대를 그리는 일이 아니라,
기계 구조 + 전기·전자 + 배선 + 냉각·유체 + 제어 시스템
을 하나의 장비로 통합하는 작업에 가깝다.
CAD의 진짜 역할은 ‘좁은 공간 안에서 충돌을 없애는 것’이다
전자제품이 작아질수록 CAD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PCB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센서, 케이블, 커넥터 등을 작은 공간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에서는 반대의 문제가 나타난다. 장비가 크고 부품 수가 많아지면서 작은 설계 변경 하나가 주변 수많은 부품과 배관·배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의 CAD는 단순히 예쁜 3D 모델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부품을 이곳에 실제로 넣을 수 있는가, 조립할 수 있는가, 배선할 수 있는가, 열을 처리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도구에 가깝다.
설계 데이터는 결국 생산 데이터가 된다
설계가 끝나면 CAD 데이터는 제조 단계로 넘어간다.
PCB에서는 제조에 필요한 각종 생산 데이터와 도면이 만들어지고, 기계 부품은 가공과 조립을 위한 도면이나 CAM 과정으로 연결된다.
Autodesk는 전자설계 환경에서 회로도와 PCB, 3D PCB를 연동하고 제조용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전자제품의 설계와 실제 생산이 하나의 디지털 흐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전자산업에서도 흐름은 명확하다.
회로 → PCB → 기구설계 → 간섭·성능 검증 → 제조
CAD는 이 과정의 중간에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 설계 영역을 실제 제품으로 묶어주는 연결 도구가 되고 있다.
Next Insight
전자제품과 반도체 장비에서 CAD의 핵심은 ‘그리는 기술’보다 통합하는 기술에 있다.
회로가 아무리 완벽해도 PCB가 제품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제품이 될 수 없고, 기계 구조가 아무리 정교해도 전자부품과 배선·냉각 시스템을 수용하지 못하면 장비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전자산업의 CAD는 점점 ECAD와 MCAD를 따로 사용하는 단계에서 서로의 설계 데이터를 공유하고 동시에 검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Siemens 역시 이러한 공동 설계가 전기·기계 영역 사이의 재설계와 오류를 줄이는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전자제품 하나, 반도체 장비 한 대가 완성되는 과정은 수많은 전기·전자·기계 설계가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설계를 하나의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 CAD가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참고자료
- Autodesk PCB Design·Fusion Electronics 공식 자료
- 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ECAD·MCAD Co-Design 자료
- Cadence PCB Design and Analysis 공식 자료
- Siemens·Autodesk 제조·기구 설계 연계 기술자료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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