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MH와 미국 방산시장의 문…K방산의 ‘수출기업’에서 ‘미국 현지기업’으로

한화 K9MH, 국산 완성 무기체계 최초 미 육군 조달사업 진입
KAI TF-50N, 성능보다 ‘미국산 비중·현지 공급망’ 부담 속 UJTS 철수
한화 4150억원 추가 투자·오스탈USA 인수 추진…K방산의 새로운 미국 전략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지난 8월 18일 미 육군의 기동전술포(Mobile Tactical Cannon·MTC) 사업에서 K9 차륜형 자주포 K9MH 시제품 공급계약을 따냈다.

미 육군은 우선 6문의 시제품을 도입하고 추가 12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계약을 구성했다. 최초 계약금액은 약 1억30만달러, 옵션을 포함한 누적 계약 한도는 약 2억6290만달러다. 시험과 병사 운용평가는 약 4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K9MH가 미 육군의 정식 제식 자주포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한 완성 무기체계가 미 육군의 실제 조달·시험 체계 안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방산 수출과는 의미가 다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한화가 무엇을 팔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갔느냐다.

K9MH 계약의 본질, ‘무기 수출’보다 ‘조달체계 진입’

미 육군이 한화디펜스USA와 체결한 이번 계약은 일반적인 완제품 구매계약과 성격이 다르다.

미 육군은 기타거래권한(OTA·Other Transaction Authority)을 활용해 최대 18문의 차륜형 자주포를 신속 시제품 제작과 시험, 병사 운용평가에 투입한다.

시험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실제 전력화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 계약을 곧바로 ‘미군 K9 채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문을 통과했다.

세계 최대 규모이면서도 자국 방산업체와 자국 공급망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군 조달체계에 외국에서 출발한 완성 무기체계를 실제 시험 대상으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국산 무기체계 최초의 미국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앨라배마 오펠라이카, K9의 또 다른 생산기지

한화의 미국 전략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K9MH 자체보다 현지 생산 계획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올해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K9 계열의 미국 통합·시험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2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약 4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가 미 육군에 제시한 것은 한국에서 생산한 K9MH를 미국에 보내는 단순 수출 모델이 아니었다.

현지 조립과 시험, 미국 협력업체 참여, 미국 내 유지·보수, 장기적인 현지 생산까지 포함한 미국 중심 공급망 모델이었다.

한화디펜스USA는 MTC 사업 제안 단계부터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현지화를 강조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외국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안에서 생산능력과 일자리, 공급망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산업 파트너를 받아들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시장의 높은 벽, ‘성능’ 이외의 조건

미국 정부 조달에는 자국산 구매를 우대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체계가 존재한다.

현재 연방조달규정(FAR)은 일반적인 제조 완제품을 미국산으로 인정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와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산 부품 비중을 요구한다.

현행 기준상 국내 부품 비중은 2024~2028년 65%, 2029년부터는 75%​로 높아진다. 국방부 조달에는 별도의 국방연방조달규정(DFARS)과 사업별 조건도 적용된다.

즉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무기라도 미국에서 요구하는 생산구조와 공급망, 사업별 현지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가격과 조달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올해 KAI가 경험한 미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TF-50N의 UJTS 철수, 성능과 사업성의 충돌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은 T-50을 기반으로 개발한 TF-50N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UJTS(Undergraduate Jet Training System) 사업을 준비해 왔다.

T-50 계열은 이미 한국뿐 아니라 여러 해외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고 오랜 양산 경험을 갖춘 기체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올해 4월 UJTS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다.

당시 회사가 밝힌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산 비중(required level of U.S. content)​이었다.

록히드마틴은 사업요구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산 비중과 기타 조건을 감안할 때 TF-50N이 해당 사업의 최적 해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기체를 생산한 뒤 미국에 공급하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높은 현지화 요구를 충족하려면 미국 생산설비와 공급망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진다.

그 과정에서 생산비가 올라가면 이미 검증된 T-50의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한국 방산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어려운 역설이다.

성능이 좋은 무기가 반드시 미국에서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K9MH와 TF-50N, 엇갈린 두 경로

두 사례를 단순히 한화의 성공과 KAI의 실패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두 사업의 요구조건과 무기체계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시장 진입전략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구분K9MHTF-50N
업체한화디펜스USAKAI·록히드마틴
목표 사업미 육군 MTC미 해군 UJTS
현재 결과시제품 계약 확보입찰 철수
핵심 플랫폼차륜형 155㎜ 자주포T-50 기반 고등훈련기
미국 전략단계적 현지 생산·공급망 구축한국 생산 기반 중심
주요 변수현지화 투자와 빠른 시제품 공급미국산 비중·가격경쟁력
다음 단계병사 운용시험·전력화 판단새로운 미국 진출전략 모색

한화는 사업 참여 이전부터 미국 안에서 생산할 구조를 준비했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플랫폼을 갖고 있었지만 사업구조와 미국산 비중을 맞추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문제가 됐다.

미국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과 산업정책 대응력이 별개의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4150억원 추가 투자, 더욱 선명한 미국 현지화

한화의 최근 행보를 보면 K9MH 계약을 단발성 수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한화는 최근 미국 방산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미국 전략투자 법인 한화퓨처프루프의 유상증자에 최대 2억9900만달러, 약 415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한화디펜스USA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투자하고, 한화퓨처프루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투자의 의미 역시 단순한 영업망 확대와 다르다.

한화는 미국에서 지상무기뿐 아니라 탄약, 조선, 무인체계까지 사업 영역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아칸소주의 파인블러프 육군 병기창에 향후 약 13억달러 규모의 탄약 생산시설 투자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파는 기업에서 벗어나 미국 안에서 생산설비와 공급망을 가진 방산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전략이 더욱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오스탈USA 인수 시도, 미국 조선산업의 내부 진입

한화의 미국화 전략은 육상무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8월 10일 호주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Austal USA 인수를 위한 예비적·비구속적 제안을 제출했다.

현재는 실사와 협상 등이 필요한 단계로 실제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분명하다.

한화는 이미 필라델피아의 Philly Shipyard를 확보하고 있다. 한화디펜스USA 홈페이지 역시 필리조선소를 미국 해양산업 기반 재건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해군 함정 건조에 참여해 온 오스탈USA까지 확보할 경우 한화는 단순한 한국 조선·방산기업을 넘어 미국 현지의 조선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으로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K9MH와 오스탈USA 인수가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LIG D&A의 비궁, 같은 방향의 미국 베이스캠프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의 선두에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Poniard)’이 있다.

비궁은 2019년부터 진행된 미국 국방부 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해외비교시험)를 거쳐 2024년 7월 하와이에서 진행된 최종 시험에서 6발을 발사해 6발 모두 표적에 명중했다.

LIG 측은 5년간의 FCT 실사격 과정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직 미 해군의 대량 구매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LIG D&A 역시 올해 미국 현지법인 **LIG Defense U.S. Inc.**를 설립했고, 향후 현지 판매거점과 생산시설까지 확보해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화와 규모와 진행단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미국에 제품을 들고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미국 안에 기업의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Made in Korea’에서 ‘Made in America by Korean Technology’로

그동안 K-방산 수출의 성공 공식은 비교적 명확했다.

한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무기를 빠른 납기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K9 자주포가 유럽에서 성공했고 FA-50이 폴란드 등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도 한국의 빠른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구조가 다르다.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 산업생태계를 이미 갖고 있는 국가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대규모 해외무기 도입은 동시에 자국 산업기반과 일자리, 군수지원, 전시 생산능력의 문제다.

따라서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술 → 미국 법인 → 미국 생산 → 미국 공급망 → 미국 인력 → 미군 조달

이라는 연결고리가 중요해진다.

한화가 K9MH와 함께 들고 간 것은 결국 이 구조였다.

한국 방산기업의 새로운 비용, ‘미국 진입료’

하지만 현지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공장과 설비를 건설해야 하고 미국 공급업체를 발굴해야 한다.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품질관리와 보안, 조달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에서 잘 만들어진 기존 공급망을 미국에서 다시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미국 시장 진출은 수출 물량 하나를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구조 자체를 바꾸는 투자 결정이 된다.

KAI의 UJTS 철수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문제다.

TF-50N이라는 플랫폼의 성능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요구되는 미국산 비중과 현지 생산구조, 가격 조건을 모두 맞췄을 때 최종적으로 사업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록히드마틴이 공식적으로 ‘필요한 미국산 비중과 기타 이유’를 철수 배경으로 언급한 점은 이 문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진출의 다음 경쟁, 현지 생산능력

K9MH 계약 이후 K-방산의 미국 시장 경쟁은 성능 비교에서 한 단계 더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한국 무기가 미국 무기보다 좋은가’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얼마나 빨리 생산할 수 있는가.”

“미국 공급망에 얼마나 많은 현지 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는가.”

“유사시 생산량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실제 조달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육군 역시 K9MH 계약을 발표하면서 단순 화력 성능뿐 아니라 빠른 시제품 공급과 검증된 플랫폼, 산업 생산능력을 평가 요소로 설명했다.

한화 역시 미국 내 K9 제조 네트워크 구축과 생산능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Next Insight 분석 | K9 한 대보다 중요한 ‘미국 기업으로의 변신’

K9MH의 미 육군 진입을 ‘한국 자주포가 미국에 팔렸다’는 시각으로만 보면 이번 사건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이번 계약의 더 큰 의미는 한국 방산기업이 미국의 방위산업 생태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한화는 미국 법인을 세우고, 앨라배마에 K9 통합·시험 거점을 만들고,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탄약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필리조선소를 확보한 데 이어 오스탈USA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을 별개의 투자로 보면 한화의 전략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공통된 목표는 하나다.

‘한국에서 만든 무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에서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구성하는 기업’으로의 이동​이다.

그리고 KAI의 UJTS 철수는 그 반대편에서 중요한 교훈을 보여준다.

세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플랫폼과 뛰어난 성능만으로 미국 시장을 통과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산업정책과 조달규정, 현지 공급망, 생산비용까지 제품 성능만큼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LIG D&A가 비궁의 FCT 통과 이후 곧바로 미국 법인을 만들고 현지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K-방산의 다음 경쟁은 단순한 수출액 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어느 기업이 미국 안에서 가장 먼저 ‘한국계 미국 방산기업’의 형태를 완성할 것인가.

K9MH가 연 문은 그래서 K9 한 기종의 시장 진입보다 훨씬 크다.

한국 방위산업이 ‘수출산업’에서 ‘글로벌 현지산업’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미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미 육군, 「Army selects Mobile Tactical Cannon prototype system to advance Fires modernization」, 2026년 8월 18일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차륜형 자주포 미국 진출…국산무기 최초 한미동맹 새 역사」, 2026년 8월 19일
  • Hanwha Defense USA, 「Hanwha Wins U.S. Army Mobile Tactical Cannon Contract」, 2026년 8월 18일
  • Hanwha Defense USA, 「Hanwha Invests in U.S. Production of K9 Mobile Howitzer」, 2026년 4월 30일
  • Hanwha Defense USA, Austal 미국사업 인수 제안 관련 발표, 2026년 8월 10일
  • 미 연방조달규정 FAR·DFARS, Buy American 관련 규정
  • Breaking Defense, 미 해군 UJTS 사업 록히드마틴 철수 관련 보도, 2026년 4월 23일
  • LIG Defense&Aerospace, 비궁 FCT 및 Sea-Air-Space 2026 관련 자료

#K9MH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미국방산시장 #한화디펜스USA #KAI #TF50N #LIGD&A #비궁 #방산현지화

카카오톡으로 Next Insight News 받아보기
하루 1~2회, 꼭 봐야 할 주요뉴스와
Next Insight 분석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Ch+ Next Insight News 채널 추가
기사제보·문의도 카카오톡 채널에서 받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