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야 할 80억에서 ‘사업 종료’로…경기도 산후조리비 한 달의 변화」

8월 ‘미생예산’ 대표 사례로 미편성 80억원 지목…9월엔 추가 편성 대신 사업 종료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372만원, 50만원 지원 사라지며 10~12월 출산가정 반발

경기도가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원해 온 산후조리비 사업을 이달 말 종료한다. 도는 첫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제도가 확대됐고, 한정된 재원을 난임과 필수 모자보건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불과 한 달 전 추미애 경기지사는 산후조리비 80억원이 2026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전임 도정의 ‘미생예산’ 사례로 직접 지목했다. 당시에는 채워야 할 민생예산으로 거론됐던 80억원이 한 달 뒤에는 사업 종료로 정리된 셈이다.

지원금 50만원은 실제 산후조리 비용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5년 하반기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일반실 2주 평균 이용료는 372만원, 특실은 543만원이었다. 경기도가 지급해 온 50만원은 일반실 평균 비용의 약 13.4%, 특실 기준으로는 약 9.2%다. 산후조리원 비용 전체를 해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출산 직후 수백만원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가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8월엔 ‘빠진 80억’, 9월엔 사업 종료

추 지사는 지난 8월 5일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면서 2026년 예산을 ‘9개월짜리 미생예산’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경기도가 공개한 미편성 사업에는 노인장기요양 약 1,234억원, 학교급식 지원 약 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약 291억원과 함께 산후조리비 약 80억원이 포함됐다. 모두 10~12월 마지막 3개월분이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들이었다.

그러나 한 달 뒤 선택은 ‘80억원 보충’이 아니라 사업 종료였다.

경기도는 9월 9일 모자보건사업을 재구조화하면서 산후조리비를 9월 30일 신청분까지만 지원하기로 했다. 남양주시와 광주시, 성남시 등도 현재 10월 1일부터 경기도 산후조리비 사업이 종료된다고 공식 안내하고 있다.

추 지사는 13일 SNS를 통해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예산을 민선 9기 도정이 임의로 깎은 것이 아니다”며 올해 예산 자체가 9개월분만 편성돼 있었고 남은 3개월을 채울 재원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도정이 3개월분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이후 부족한 예산을 추경으로 보충할 것인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끝낼 것인지는 민선 9기의 정책 판단 영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생예산’과 ‘사업 재구조화’라는 두 설명이 만난다.

50만원보다 커진 ‘출생일의 차이’

사업 종료가 발표되면서 논란은 금액보다 지원 경계선으로 번졌다.

산후조리비는 출생 신고 뒤 신청할 수 있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9월 30일까지 신청한 가정은 지원받지만 10월 1일 이후에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미 임신해 10~12월 출산을 준비 중인 가정이 지원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실제 경기도청원에는 사업 연말 유지나 기존 임신부에 대한 경과조치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질문은 단순하다.

같은 2026년에 출산하고, 이미 임신 기간 대부분을 지나 산후조리원과 출산비용까지 준비했는데 왜 출생일 몇 주 차이로 50만원의 지원 여부가 갈리느냐는 것이다.

정책은 종료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은 정책 발표 뒤 계획을 바꿀 수 있는 소비행위와 다르다. 이미 임신한 가정에는 결정 시점 이전부터 상당한 비용과 일정이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경과조치 문제가 남는다.

첫만남이용권과 정말 같은 지원인가

경기도가 사업 종료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은 정부와 시·군의 유사 지원 확대다.

정부 첫만남이용권은 현재 첫째 출생아에게 200만원, 둘째 이상에게 300만원을 지급한다. 출생 초기 양육비 부담을 줄이는 보편적 바우처다.

반면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산후조리와 산모 건강관리, 산모·신생아 용품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기도는 2024년에는 오히려 산모들이 다른 시·군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를 도 전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두 제도 모두 출산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는 겹친다. 그러나 하나는 출생 초기 양육 전반을 위한 국가 바우처이고, 다른 하나는 산후 회복과 산모·신생아 지원을 명시적으로 내건 지방사업이다.

따라서 “비슷한 지원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목적까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첫만남이용권은 2022년부터 시행됐다. 산후조리비와 수년 동안 함께 운영돼 온 제도다. 그렇다면 이번 재구조화에서는 왜 지금부터 중복성이 사업 종료의 근거가 됐는지, 도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50만원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경기도의 재정 사정이 어렵다는 설명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도가 공개한 자료만 보더라도 마지막 3개월분이 빠진 사업이 산후조리비 하나가 아니고, 부족 재원을 모두 채우는 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난임지원 등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정책 선택이다. 경기도는 올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에 956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이 어렵다는 것과 정책 변경의 방식이 적절했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8월에는 산후조리비 80억원이 빠진 것을 민생예산 부실의 증거로 제시했다. 한 달 뒤에는 그 사업을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임신 중인 가정에 대한 충분한 유예나 경과조치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372만원 가운데 50만원은 약 13%다. 전체 비용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출산을 준비하는 가정에는 이미 계산에 들어가 있던 돈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지원액의 크기만이 아니다.

어제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던 제도가 오늘 종료될 때, 이미 그 제도를 전제로 생활계획을 세운 사람을 행정이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빠진 80억원’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그 질문으로 돌아온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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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경기도 뉴스포털, 경기도청원, 보건복지부·복지로, 남양주시·광주시·성남시 공식 안내,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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