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급행 54분·일반 75분 달성 어렵다 판단
누적 50만명 중 절반이 주말…이용 만족도는 97%
3천원 한강버스와 1만9900원 크루즈, ‘이동’과 ‘경험’으로 시장 분화
출퇴근 시간을 줄이겠다던 한강버스에서 ‘급행 54분’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시민은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누적 이용객은 50만명을 넘어섰고 만족도는 97%에 달했다. 다만 이용객 절반이 주말에 몰렸다는 사실은 한강버스가 당초 목표였던 통근수단보다 3천원으로 서울을 강 위에서 보는 새로운 여가·관광상품으로 먼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퇴근 버스의 첫 약속…‘54분’이 흔들렸다
한강버스는 한강을 도로·지하철을 보완하는 수상 대중교통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초기 계획은 17노트 운항을 전제로 마곡~잠실 급행 54분, 일반 75분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올해 3월 서울시가 2023년 말 이미 선박의 예상속도가 14.5~15.6노트 수준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17노트를 기준으로 운항계획을 제시했다며, 12척 모두 당초 발표한 소요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우려한 것은 단순한 속도 미달이 아니라 출퇴근 편의를 높이겠다는 사업목적 자체의 약화였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13일 한강버스 누적 탑승객은 50만1430명, 이 가운데 토·일 이용객은 약 49%였고 전 구간 운항 재개 이후 주말 비중은 51%까지 높아졌다. 7월 이용자 3569명을 조사한 만족도는 97%, 재이용 의향 93%, 추천 의향 95%였다. 서울시도 한강버스를 이제 ‘주말 한강을 즐기는 새로운 이동·여가 수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천원짜리 ‘관광크루즈’…주말 절반이 몰린 이유

주말 집중은 한강버스의 약점을 시민이 다른 가치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출퇴근객에게 긴 운항시간은 경쟁력 저하다. 그러나 관광객에게는 서울의 교량과 스카이라인을 더 오래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과정 역시 통근객에게는 환승 부담이지만 주말 이용자에게는 한강 나들이의 일부가 된다.
가격 차이는 더 극적이다.
한강버스 기본요금은 3천원인 반면 이크루즈의 현재 한강투어 크루즈는 1만9900원, 선셋 2만5900원, 달빛뮤직 3만2900원, 별빛 크루즈 2만5900원이다. 가장 기본적인 한강투어만 비교해도 약 6.6배 차이다.
‘배를 타고 한강 풍경을 한번 보고 싶다’는 관광객에게 두 상품은 법적 성격보다 체감 경험이 먼저 비교된다. 이때 3천원에 대중교통 환승까지 가능한 한강버스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결국 한강버스가 기존 관광크루즈 전체를 대체한다기보다 관광크루즈의 가장 기본적인 ‘한강 경치 감상’ 수요를 아래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크루즈의 답은 가격 인하보다 ‘배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민간 관광크루즈가 3천원짜리 공공교통과 가격으로 맞붙기는 어렵다. 경쟁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재 이크루즈의 상품구성을 보면 그 방향이 선명하다. 낮에는 한강투어를 운영하지만 저녁에는 선셋·라이브 음악·야경을 결합하고, 기업·단체 연회와 선상 식음 서비스까지 별도 상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8월부터 10월까지는 잠실에서도 주말 한강투어·선셋·달빛뮤직·별빛 크루즈를 운영한다.
다만 이를 ‘한강버스에 대응해 이크루즈가 전략을 바꿨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이다.
한강버스가 이동+전망(Transportation+View)을 제공한다면, 관광크루즈는 공연·선셋·야경·식음료를 결합한 경험+엔터테인먼트(Experience+Entertainment)로 차별화해야 가격 격차를 설명할 수 있다.
즉 앞으로 크루즈의 경쟁 상대는 한강버스의 요금이 아니라 ‘배를 타는 것 이상의 경험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가 된다.
서울시도 ‘평일 교통·주말 관광’의 이중성을 인정하기 시작
정책도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3천원인 한강버스 요금을 주말·공휴일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경에는 주말 이용객의 관광 목적이 크다는 판단과 사업성 개선 필요성이 있다. 시는 주말에는 관광상품 성격에 맞는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인상폭과 시행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 변화는 의미가 작지 않다.
처음에는 하나의 가격으로 하나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실제 수요는 평일의 이동수요와 주말의 관광수요가 다른 상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요금 차등화가 현실화하면 한강버스는 사실상 ‘교통요금’과 ‘관광요금’을 부분적으로 분리하는 첫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Next Insight 분석 | 실패한 출퇴근 교통인가, 성공한 관광상품인가

한강버스를 출퇴근 교통수단만으로 평가하면 감사원이 지적한 속도와 접근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50만명이 탔고 만족도가 97%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면 당초 약속했던 교통정책의 성과와 관광수요를 뒤섞게 된다.
중요한 것은 계획과 현실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시민은 이미 한강버스의 용도를 정책보다 먼저 바꾸기 시작했다. 빠른 출퇴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을 강 위에서 경험하는 이동형 관광 콘텐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정책도 두 역할을 분리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평일에는 배차·환승·속도를 개선해 수상교통의 기능을 높이고, 주말에는 관광수요에 맞는 요금과 운항시간을 적용하되 민간 크루즈와 동일한 상품을 공공요금으로 잠식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눠야 한다. 민간 크루즈 역시 단순한 유람에서 공연·음식·야경·이벤트라는 고부가 경험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강버스가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다는 사실은 사업 실패를 지워주는 면죄부도, 성공을 선언할 근거도 아니다. 오히려 시민이 발견한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되, ‘출퇴근 교통’과 ‘한강 관광’ 가운데 무엇을 공공이 책임지고 무엇을 시장에 맡길 것인지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는 신호다.
급행 54분은 사라졌다. 그러나 97%의 만족도는 남았다. 이제 한강버스의 다음 과제는 느린 버스를 빠르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실제로 좋아하는 이 배의 역할을 정확히 정의하는 일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서울특별시, 「한강버스 누적 탑승객 50만 명 돌파…탑승객 97% 만족」, 2026년 8월 14일
- 감사원 한강버스 사업 감사 결과 및 관련 보도, 2026년 3월
- 서울시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 조정 검토 관련 자료, 2026년 8월
- 이크루즈 공식 홈페이지, 2026년 한강투어·선셋·달빛뮤직·별빛 크루즈 상품 및 운항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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