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역지자체 가용재원 358억8520만원…주민 기금사업 집행은 6.5%
부산·대전·인천 등 17곳 중 8곳, 지난해 주민사업 집행 ‘0원’
전국 모금액은 1515억원으로 급성장…모금 다음 단계인 ‘사용처’의 질문
돈을 모으는 속도와 주민에게 다시 쓰는 속도가 달랐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확보한 가용재원은 358억8520만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주민을 위한 기금사업에 집행된 금액은 23억3620만원, 가용재원의 6.5%에 그쳤다. 지난해 말 남은 기금은 291억2610만원이었다.
358억원 가운데 주민사업 23억원
경향신문이 1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부산·대전·광주·인천·울산·강원·충남·경북 등 8곳은 지난해 기금사업 집행액이 0원이었다. 17곳 가운데 47.1%,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여기서 ‘0원’은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해 아무 지출도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전은 지난해 18억4000만원을 모금한 뒤 답례품과 민간플랫폼 수수료 등 운영경비로 3억2500만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주민을 위한 기금사업에는 집행하지 않았다. 부산 역시 42억700만원을 모금했지만 주민 대상 기금사업 집행액은 0원이었고, 지난해 말 기금 잔액은 42억200만원이었다.
따라서 정확한 질문은 “왜 돈을 전혀 쓰지 않았나”가 아니라 “왜 주민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았나”에 가깝다.
답례품·운영비 56억, 주민사업 23억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지난해 전국 광역지자체가 답례품 제공과 운영비에 사용한 금액은 56억417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주민 대상 기금사업비는 23억3620만원이었다. 답례품·운영비가 주민사업비의 약 2.4배다.
제주는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100억원대 기부금을 모았지만 지난해 답례품 비용으로 30억9800만원, 지역사회 기금사업에는 9억2100만원을 집행했다. 세종도 답례품에 1억2920만원을 지출한 반면 취약계층 아동 학습지원과 어르신 품앗이 등 3개 사업에는 7540만원을 사용했다.
다만 답례품 자체를 불필요한 지출로 볼 수는 없다.
현행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지역특산품이나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고향사랑기금 일부를 모집·운영비와 답례품 비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나머지 기금은 취약계층 지원, 문화·예술·보건,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민 복리증진 등에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답례품이 아니라 모금 이후의 사업 설계가 같은 속도로 따라왔느냐다.
모금액 650억→1515억…돈은 빠르게 늘었다

고향사랑기부제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고향사랑기부금은 1514억5600만원, 모금 건수는 139만1850건이었다. 시행 첫해인 2023년 650억6300만원과 비교하면 모금액은 약 2.3배로 늘었다. 2024년과 비교해서도 72.3% 증가했다.
행안부는 전체 기부금의 약 92%가 비수도권에 모였다며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모금 단계만 놓고 보면 제도는 빠르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돈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과 그 돈이 주민이 체감할 사업으로 전환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광역의 구조적 한계…“큰 사업엔 부족하고 작은 사업은 멀다”
광역지자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광역 단위 사업은 규모가 커 기부금만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반대로 생활밀착형 소규모 사업은 주민 접점이 많은 시·군·구보다 발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진도 광역과 기초가 동시에 모금하는 현행 구조가 역할 중복과 과도한 경쟁을 만들 수 있다며 기초지자체 중심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충북처럼 실제 기금사업을 운영한 사례도 있다. 충북은 지난해 기금사업비 5억6000만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일하는 밥퍼’와 의료비후불제 등에 투입했다. 충북도는 본예산에 담기 어렵거나 시범 운영이 필요한 사업을 기금으로 시작한 뒤 성과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반드시 매년 일정 비율 이상 집행하도록 정한 법정 의무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금 적립 자체가 곧 위법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현행법의 핵심은 사용할 경우 어디에 쓸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것이다.
Next Insight 분석 | 기부의 성과는 ‘모금액’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이라는 눈에 보이는 장치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기부자는 돈을 냈고 지자체는 답례품을 보냈다. 여기까지는 시스템이 작동했다.
그 다음이 문제다.
광역지자체의 가용재원 358억원 가운데 주민사업으로 나간 돈은 23억원이었다. 답례품과 운영에는 56억원이 사용됐다. 전국 모금액은 1500억원을 넘어섰는데 일부 광역단체에서는 주민사업이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속되려면 ‘얼마나 모았느냐’와 함께 “내가 낸 돈이 지역에서 무엇으로 바뀌었느냐”가 보여야 한다.
기부금이 금고에 쌓여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의 목적이 주민 복리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면 적립액의 증가만으로 성공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모금액은 제도의 입구다.
주민이 체감하는 사업은 그 돈이 도착해야 할 출구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다음 성적표는 모금 순위가 아니라 그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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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경향신문의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정보공개청구 자료, 행정안전부 「2026년 행정안전통계연보」 및 2025년 고향사랑기부 모금실적, 국가법령정보센터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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