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부터 손·관절·AI까지 ‘원 LG’…클로이드보다 더 큰 LG의 로봇 그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양재 데이터팩토리까지 사업화 조직 완성
액추에이터 자체 생산 넘어 외부 공급 추진…완성 로봇 밖 시장 겨냥
클로이드의 성공보다 중요한 질문, ‘LG 로봇 생태계’가 산업 표준 될 수 있나

LG전자가 양팔형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앞세워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LG의 최종 목표를 가정용 로봇 한 대의 판매량으로만 보면 그림이 작아진다. 액추에이터부터 센서·AI·물류자동화·데이터 학습까지 그룹 역량을 결집하고, 핵심부품을 외부 로봇업체에도 공급하는 ‘로봇 토탈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이 더 큰 전략이다.

빨래 접는 클로이드…그러나 진짜 자산은 그 안의 기술

LG가 CES 2026에서 공개한 클로이드는 두 팔에 각각 7자유도를 갖고 손에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다섯 손가락을 적용했다. 바퀴형 이동부를 채택해 이족보행보다 안정성·안전성·비용 효율을 우선했고,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내거나 세탁물을 옮기는 등 가정 내 작업을 시연했다.

두뇌에는 카메라와 센서, 생성형 AI가 연결되고 시각정보를 언어로 이해하는 VLM과 이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VLA가 적용된다. ThinQ와 연결된 가전까지 함께 움직이면서 로봇 혼자 모든 작업을 해결하기보다 가전과 공간 자체가 로봇을 돕는 구조다.

하지만 LG가 클로이드와 함께 별도로 공개한 기술이 있다. 로봇 관절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AXIUM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드라이브·감속기를 하나로 묶어 로봇의 관절을 만드는 핵심부품이다. LG는 60년 이상 축적한 가전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이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과 함께 외부 고객 공급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클로이드의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LG가 독립적인 로봇 부품사업을 만들려 한다는 의미다.

‘원 LG’…로봇 한 대에 그룹 기술 집결

LG가 내세우는 방식은 ‘One LG Solution’이다.

LG전자가 완성 로봇과 핵심 관절을 담당하고 LG CNS의 물류자동화, LG이노텍의 센싱·부품 기술, LG AI연구원의 AI 역량 등을 연결하는 구조다. LG전자는 로보틱스사업센터 신설 당시부터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완성 로봇·핵심부품·데이터까지 아우르는 종합 로보틱스 기업으로 가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 다른 계열사 기술 역시 향후 로봇 플랫폼에서 결합 가능한 자산이다. 다만 개별 기술이 모두 현재 클로이드 양산부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원 LG’는 완성된 공급망이라기보다 그룹 기술을 로봇 사업으로 결집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양재 1만㎡ 데이터팩토리…로봇도 결국 데이터 경쟁

하드웨어보다 더 큰 승부처는 데이터다.

LG전자는 서울 양재에 연면적 약 1만㎡ 규모의 로봇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가정과 제조현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클로이드가 청소·부품이송·적재·조립 등을 반복하면서 실제 행동 데이터를 축적한다. 연말까지 실제 수집자료와 합성데이터를 합쳐 약 10만시간, 12년 분량의 학습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코스모스·아이작 등 로보틱스 플랫폼을 접목해 실제 데이터와 가상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만든다. LG는 수십 년간 가전·공장·물류 현장에서 축적한 제조 노하우를 로봇 학습데이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경쟁이 단순 기계공학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만들고 학습시켜 다시 현장에 투입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상업·가정 세 축…베어로보틱스까지 연결

LG가 로봇을 갑자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2025년 미국 서비스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지분을 51%까지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기존 LG CLOi 상업용 로봇 사업도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하는 방향을 잡았다. 산업용 로봇에는 로보스타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LG의 로봇 사업은

산업용 로봇 → 로보스타
상업용 로봇 → 베어로보틱스
가정용 로봇 → 클로이드

라는 세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까지 신설해 사업개발·영업·운영·공급망·제조 기능을 한 조직에 묶었다.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매출을 만드는 사업단계로 옮기겠다는 신호다.

Next Insight 분석 | 클로이드보다 큰 시장은 ‘로봇 안쪽’에 있다

가정용 로봇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수건 한 장을 접는 동작조차 물체 형태와 마찰·접촉력이 계속 달라지고, 수십 개 관절과 센서·AI 연산장치·배터리를 넣으면 가격도 높아진다.

그래서 LG 전략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클로이드 판매량이 아니라 클로이드 개발 과정에서 확보하는 기술을 얼마나 산업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느냐다.

액추에이터를 외부 로봇회사에 판매하고, 데이터팩토리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여러 종류의 로봇에 적용하며, 센서·배터리·물류자동화·AI까지 묶어 공급할 수 있다면 LG의 고객은 가정용 로봇 구매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보다 부품과 플랫폼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듯 로봇산업에서도 완제품 뒤에는 관절·손·센서·전원·AI·학습데이터라는 훨씬 넓은 공급망이 존재한다.

클로이드 한 대가 성공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LG가 그 로봇을 만들며 확보한 기술을 다른 로봇에도 팔 수 있느냐다.

LG가 ‘원 LG’를 통해 완성품 기업을 넘어 로봇 산업의 부품·AI·데이터 플랫폼 공급자까지 올라선다면, 클로이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더 큰 로봇 생태계를 여는 첫 번째 제품이 될 수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LG전자, 로보틱스사업센터 신설 및 One LG Solution 전략, 2026년 6월
  • LG전자, LG CLOiD 및 AXIUM 공개, CES 2026
  • LG전자, 엔비디아 로보틱스 협업·양재 데이터팩토리 발표, 2026년 8월
  • LG전자, 베어로보틱스 지분 51% 확보 관련 자료
  • 국회 ‘로봇 강국 대한민국, Next Move’ 세미나 관련 발표자료 및 보도,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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