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비엘바이오 본사·직원 주거지 압수수색…직원 등 10명 안팎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GSK 공시 당일 상한가, 릴리 계약 뒤 이틀 연속 급등…수사의 핵심은 ‘매수 시점’
4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이 공개되자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7개월 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3조8천억원 규모 계약이 발표되자 다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그런데 시장에 이 소식이 알려지기 전, 회사 내부에서는 누가 먼저 주식을 샀을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15일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 본사와 관련 직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합동대응단은 직원 등 10명 안팎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이 공시되기 전 회사 주식을 매수한 뒤,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매도해 약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4월 GSK 4조원대 계약…공개 직후 상한가
첫 번째 시간표는 2025년 4월7일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날 GSK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이용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했다. 회사가 밝힌 계약 규모는 계약금·단기 마일스톤과 향후 개발·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른 금액을 포함해 최대 약 4조1천억원 수준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개장 직후 상한가에 들어갔고, 전 거래일보다 29.96% 오른 4만4,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에게는 계약 체결 자체가 주가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정보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 발표가 나오기 전이다.
합동대응단은 일부 직원들이 계약 체결 사실이 시장에 공개되기 전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수사정보만으로는 이들이 정확히 언제 계약 내용을 알았는지, 최초 매수일이 언제인지, 누구와 정보를 공유했는지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11월 릴리 3.8조원 계약…다음 날 신고가

두 번째 시간표는 같은 해 11월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1월12일 미국 일라이 릴리와 ‘그랩바디’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금은 4천만달러,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은 최대 25억6,20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3조7,487억원 규모였다.
이날 주가는 29.95% 오른 12만6,7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 날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장중 16만4,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4월과 11월. 계약 상대방은 달랐지만 시장의 반응은 닮았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 규모 그 자체가 아니다. 공시 전 정보가 회사 안에서 언제 생성됐고, 언제 누구에게 전달됐으며, 그 시점과 주식 매수가 어떻게 겹치는가다.
약 10명·10억원…아직 남은 빈칸
현재 알려진 혐의 규모는 직원 등 약 10명, 부당이득 약 10억원이다. 합동대응단은 공시 전 매수와 공시 뒤 매도를 핵심 구조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10명 모두가 두 계약 정보를 이용했는지, GSK 계약과 릴리 계약에 각각 몇 명이 연루됐는지, 동일인이 두 차례 반복 거래했는지, 가족이나 지인 계좌가 사용됐는지, 약 10억원이라는 금액이 실현이익만을 뜻하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또 회사 압수수색과 회사 자체의 범죄 가담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현재 공개된 혐의의 중심은 직원 등의 주식거래다.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거래를 지시했거나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회사 임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증권 매매에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도 현재로서는 ‘시세조종’보다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여부에 있다.
Next Insight 분석 | ‘10억’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공시 전 시간표

약 10억원이라는 숫자는 눈에 띈다. 하지만 사건의 무게를 결정할 숫자는 따로 있을 수 있다.
GSK 4조원대 계약과 릴리 3조8천억원대 계약은 발표 직후 실제 시장가격을 크게 움직였다. 그만큼 공시 전 단계의 정보가 투자판단에 미칠 영향도 컸다.
그래서 수사는 결국 하나의 시간표로 모인다.
계약 협상 → 내부 보고 → 최종 확정 → 직원의 주식 매수 → 공시 → 주가 급등 → 매도.
이 순서가 어떻게 겹쳤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시작이지 유죄 판단이 아니다. 반대로 대형 기술수출이라는 기업의 성과가 공시 전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검증을 막아주는 방패도 될 수 없다.
두 차례 빅딜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 누가 무엇을 알고 언제 주식을 샀는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10억원보다 그 몇 시간, 혹은 며칠 앞선 시간에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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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관련 보도; 에이비엘바이오 GSK·일라이 릴리 기술이전 공식자료; 한국거래소 주가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뉴시스 보도;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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