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KRX 신종증권시장 개설 추진, 2027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
자산을 얼마나 잘게 나누느냐보다 ‘어떤 수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가 새로운 자본시장의 경쟁력
주식은 기업 전체에 투자하지만 앞으로의 자본시장은 건물의 임대수익, 음원의 저작권료, 미술품의 가치, 특정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처럼 기업 안팎에 흩어져 있던 ‘권리와 현금흐름’을 독립적인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각투자가 실험 단계를 넘어 거래소 시장과 토큰증권 제도로 연결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
기업을 사는 시장에서 ‘현금흐름’을 사는 시장으로
자본시장이 이제 처음으로 자산을 쪼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투자회사(REITs),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프로젝트파이낸싱(PF)처럼 기업 전체가 아니라 특정 자산이나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금융기법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달라진 것은 누가, 얼마나 작은 단위로, 어떤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느냐다. 과거에는 복잡한 금융구조와 높은 비용 때문에 기관과 전문투자자의 영역에 가까웠던 자산 유동화가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증권제도를 만나면서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내려오기 시작했다.
부동산 임대수익, 음원 저작권료 수익권, 미술품과 같은 비정형 자산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제도가 정착하면 특정 사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권리를 증권화하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투자계약증권 제도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3억달러로 커진 토큰화…기관투자자까지 움직였다
변화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실물자산의 권리를 분산원장에 기록해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은 2026년 3월 말 503억7천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 증가율은 2023년 65%, 2024년 93%, 2025년 169%로 가속됐으며 최근에는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가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분석됐다.
토큰화의 의미도 단순히 “비싼 물건을 잘게 나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행·유통·결제를 하나의 디지털 구조에서 연결하면 결제기간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고가자산을 분할해 투자 문턱을 낮추는 한편 거래기록의 투명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이를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증권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자본시장 구조의 변화로 평가했다.
11월에는 ‘신종증권’, 내년 2월에는 ‘토큰증권’

한국 시장은 올해와 내년을 경계로 중요한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1월 16일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미술품·부동산·음원 등 비정형 자산을 기반으로 한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을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10월 6일부터 11월 13일까지 모의시장도 예정돼 있으며, 실제 개설 시점은 금융당국의 상품 승인 일정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여기서 신종증권과 토큰증권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신종증권은 투자 대상인 ‘권리의 성격’을 가리키는 반면, 토큰증권은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로 기록·관리하는 형식이다. 올해 2월 개정·공포된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이용한 증권 등록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시행일은 2027년 2월 4일이다. 다시 말해 11월 거래소에 먼저 등장하는 것은 전자증권 방식의 신종증권시장이고,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기록 방식은 그다음 단계다.
잘게 나눈다고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확대에는 분명한 경계도 있다.
100억원짜리 건물을 1만원 단위로 나눈다고 건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영화 수익권을 수십만 개로 나눈다고 흥행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분할은 투자 문턱을 낮출 뿐 기초자산의 위험까지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래가 쉬워질수록 자산가치 평가, 수익배분 구조, 수탁, 공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다. 한국은행도 토큰증권과 기초자산 간 유동성 불일치, 레버리지 확대, 기술·법률상 취약성, 소수 플랫폼 집중 등을 잠재적인 금융안정 위험으로 지적했다.
결국 ‘조각’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조각 뒤에 실제 어떤 자산과 현금흐름이 존재하는가다.
Next Insight 분석 | 자본시장의 다음 경쟁력은 ‘무엇을 쪼갤 것인가’가 아니다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기업의 미래가치를 가격으로 만들었다. 토큰화와 신종증권이 확대되는 시장에서는 그보다 더 세밀한 질문이 등장한다.
“이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어떤 권리를 떼어내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배분할 것인가.”
앞으로 경쟁력이 있는 금융회사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좋은 자산과 사업을 찾아내고, 발생할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정의하며, 가격을 평가하고,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안전하게 보관·결제할 수 있는 회사가 시장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화가 만드는 변화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기업을 잘게 쪼개는 시대가 아니라,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거래하는 시대. 자본시장의 다음 경쟁은 토큰의 개수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수익의 질과 신뢰에서 결정될 수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한국은행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 2026.5.14
금융위원회 「토큰증권 도입 및 투자계약증권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6.1.15
국가법령정보센터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 개설 관련 자료·보도
금융위원회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자료, 202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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